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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벌떼였다!"

66년 북한의 한 대신 풀어, 이제 목표는 무한대

"일본인이 개미떼라면 한국인은 벌떼다."

14일 한국과 일본이 16강에 동반진출하는 장면을 지켜본 한 중견교수가 한 말이다. 적확한 비유이다.

이번에 우리는 선수나 국민이나 벌떼처럼 무섭게 하나가 돼 큰 일을 저질렀다. 경기가 열린 인천 문학경기장은 관중의 응원으로 땅이 흔들렸다. 전직 국가대표팀선수였던 유재성 현대투신본부장은 "적진에서 경기를 하면 상대방 응원소리에 땅이 흔들리면서 넋이 나가는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벌떼였다"**

앞의 폴란드전,미국전에서도 그러했듯 14일 문학 경기장의 응원열기는 정말 엄청났다. 사방 모두가 적색물결이었다. 엄청난 관중의 에너지가 우리선수들에게 전이됐다. 선수들은 처음부터 벌떼처럼 상대방 진영을 향해 몰려들었다. 포르투갈 선수들은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을 느껴야 했다. 빼어난 개인기도 무의미했다. 벌떼들의 독침 공격을 피하기 위해 허둥지둥대는 모습을 노출했다.

이렇게 심리전에서 밀리면 상황은 끝이다. 당연히 경기는 처음부터 우리가 완벽히 주도했다. 그리고 90분간의 거의 일방적 전투 끝에 우리팀의 1대0 승리. 전국 4천7백만이 환호했다. 4천7백만 벌떼의 승리였다.

14일 밤 모두가 길거리로 쏟아져나왔다. 거리는 '해방구'였다. 모두가 얼싸안고 춤을 추었고, '대한민국'이란 구호를 수백번씩 소리높여 외쳤다.

아마 1945년 8월15일이 이러했을 것이다. 1980년 5월 광주 빛고을이 이러했다. 1987년 6월이 그러했다. 2002년 6월14일의 밤은 또하나의 해방의 날이었다.

***세계로 보낸 '한반도發 메시지'**

16강 진출로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길거리에서의 하나됨, 후진 컴플렉스로부터의 탈출, "이제는 뭐든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을 얻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값진 것이 '강한 자신감' 획득이다. 이제는 누구 앞에서도 주눅들 게 없다는 자신감이야말로 우리가 얻은 최고의 성과인 것이다.

우리가 14일밤 맛본 해방감의 실체는 다름아닌 자신감인 것이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대회 기간중 이미 여러 차례 강한 자신감을 국제사회에 표출했다.
지난 10일 미국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안정환, 이천수 등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김동성 세리모니'가 그런 대표적 예였다. 한민족의 자존심의 표출이었다.

"앞으로 그 누구도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라"는 메시지의 전달, 이것이야말로 이번에 월드컵을 통해 우리가 국제사회에 보낸 강한 '한반도발 메시지'인 것이다.

***"이제 북한의 한풀이를 했다. 다음은 8강신화의 벽을 깰 때다"**

"1966년 북한의 '한'을 대신 풀었다. 이제는 북한에 이어 8강,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4강에 도전할 때이다."

14일밤 우리 대표팀이 마침내 숙원의 16강에 진입하자 한 축구인이 크게 감격해하며 한 말이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대회에서 북한이 대파란을 일으키며 8강에 올라 포르투갈을 상대로 전반 25분까지 3골을 작렬시키며 선전하다가 '검은 표범' 에우제비오에게 내리 4골을 먹으며 끝내 3-5로 주저앉았던 통한의 과거를 돌이키며 한 말이다. 북한이 석패한 후 36년이 지난 지금, 남쪽의 젊은 호랑이들이 거함 포르투갈을 침몰시킴으로써 북한의 한풀이를 통쾌하게 해냈다는 것이다.

축구공에 얽힌 시공의 실타래, 한민족의 연결고리를 읽을 수 있는 말이다.

우리가 16강 진출로 얻게 된 강한 자신감에서 볼 때, 우리팀이 오는 18일 맞붙게 될 유럽최대 강호 이탈리아도 더이상 '불가능의 벽'이 아니다.
이탈리아인들은 아직도 한국 하면 지난 1966년의 악몽을 떠올린다. 당시 잉글랜드대회때 북한은 전반 42분 박두익이 터트린 결승골을 마지막까지 잘지켜 거함 이탈리아를 침몰시키며 8강에 올랐다.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아직도 '박두익'이란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당시 이탈리아가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북한이 이미 36년전에 이룩한 이탈리아 장벽의 돌파, 이번에는 우리가 할 차례인 것이다. 이를 통해 남북이 시공의 벽을 뛰어넘어 하나됨의 가능성을 더욱더 높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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