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지역 대학, ‘갑질’ 하면 1개월 감봉 … 당하면 ‘실직’> 제하 보도(본보 2월 19일자)에 대한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직당한 교수들도 할 말이 끝나지 않았다.
“개인적인 술자리도 아니고 학과 MT 중 학생들이 교수들을 초대한 자리였다. 음주가무라니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다. 김영란 법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가.”
“지난일이 끔직한 악몽인데 전임 학과장은 자신이 한 모든 일 들을 스스로 학교를 위한 ‘로멘스’ 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교수들은 학기 중 개설된 1과목당 한 달에 40만원을 받고 학생들에게 강의 했다. B교수는 두 과목을, C교수는 한 과목을 맡았다.
C교수와 B교수는 한 달에 40만원에서 80만원이 수입의 전부였다.
상아탑, 지성을 가르치는 강단에 선다는 자부심과 장래의 기대(전임교수)가 이들을 버티게 했다.
국내 호텔에서 20여년을 근무했던 A교수는 전공 두 과목을 맡았고 대학에서 위탁받은 국비 지원 일 학습 병행과정 강사로 출강, 수입을 충당했다.
A교수는 “사직서를 강요를 받은 후 처음에는 2학기 강의에서 배재됐다. 일 학습 병행과정도 마찬가지였다.” 고 말했다.
“초빙교수 재임용은 학교의 프로세스대로 진행된다.”는 전임 학과장의 말에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초빙교수 채용 건은 강사법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재임용에 대한 평가기준이 없고 단지 학과장의 고유권한이라는 설명을 학교 측으로부터 들었다.” 고 주장했다.
일부에서 “계약이 만료된 강사들이 불만을 품고 집단행동을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계약 끝난 강사들의 집단행동이다
이에 대해 이들은 “개인적인 교류는 없었다. ‘갑질’을 당한 것을 알고 난 후에야 각자의 이야기를 들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학교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허탈한 심정을 전했다.
세 명의 교수는 D교수(전 학과장)로부터 추천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학교에서 운영 중인 최고경영자 과정 입학까지 제안 받았다. “거부하기 힘들었다.” 고 말했다.
실제로 B교수는 울며 겨자 먹기로 260여만원을 내고 등록해야 했다.
D교수는 “강요한 적 없다.” 고 말했다. B 교수 등은 “의례적인 권유와 개인적인 의사에 반해 지속적인 요구가 이어지는 강요는 다를 수 있다. D학과장은 평생교육원장을 겸하고 있다. 강사 채용의 전권을 행사하는 사람의 말에 부담을 느꼈다.” 고 전했다.
D교수의 지난해 수업 중 성희롱 발언도 논란이 됐다.
수업시간에 계집 녀(女)에서 일(一)을 걷어내면 무슨 뜻이 되는지 학생들에게 퀴즈를 냈다.
D교수는 “‘거제학개론’이라는 수업이 있는데 크고 작은 섬을 뜻하는 도서(島嶼)를 설명하다 나온 비유였다. 나는 여성비하라 생각되어 여자 여라고 하지 계집이라는 말조차 꺼집어내지 않는다.” 고 평소 소신을 말하며 “결코 성희롱 의도는 없었다.” 고 해명했다.
그는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몇 가지 한자를 풀어 설명하다 나온 이야기인데 처음에 오해 소지가 있어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만학도 중에 괜찮다고 해 그렇게 됐다. 결론적으로 언행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했고 2학기 개강 때 학생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부적절 했다.”고 말했다.
D교수는 학과장으로 있으면서 “교수들의 채용과 관련해 어떤 것도 약속하지 않았고 재임용에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았다. 학교의 프로세스에 의해 진행됐다. 지금도 사적인 감정은 없다.” 고 말했다.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추천서 써야 하느냐
“왜 추천서를 써주지 않았느냐.” 는 질문에는 “이 일로 나는 교수(강사)임용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학교 측에 배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추천서를 써야 하느냐.” 고 반문했다.
D교수가 학과장으로 있으면서 지난해 2학기와 10월 강사채용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학교관계자는 “강사의 채용 또는 재임용은 학과장의 추천서가 중요하다.”는 답변만 전해들을 수 있었다.
A교수를 22일 오후 교수실에서 만났다. 개인사물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이대로 떠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이 학교 1회 졸업생이다. 졸업 후 사회에서 커리어(호텔 20년 근무)를 쌓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학교가 배출한 학생이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듯 후배들에게 본이 되고 싶은 심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환영은 커녕 결과적으로 학교로부터 배척당했다.” 고 탄식했다.
“약 15명의 초빙교수 가운데 재임용을 받지 못한 교수는 내가 유일하다. 나는 학교 측에 학과장의 ‘갑질’과 재임용이 안 되는 이유를 알기위해 이의(진정)를 제기했다. 학교 ‘특별임용교원에 관한 규칙’ 에는 임용계약은 1년으로 하고 개별평가에 의해 재임용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고 말했다.
이어 “재임용은 개별평가에 의한 것이어서 학과장에게 전권이 있다. 나는 1학기 전체 교수 강의평가에서 초빙교수 가운데 4번째 높았던 것으로 안다. 임용은 공모에 따라 진행된다면 모든 학과 모든 초빙교수를 상대로 공모가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학과에 2명의 교수를 공모한다는 사실을 학과장이나 학교로부터 안 것이 아니라 홈페이지 공고를 보고 알았다. 그 전에 학과장이 재임용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 이유가 강사법이 바뀌어서 보류 중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알고 보니 초빙교수는 강사법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 학과장에 대한 ‘갑질문제’를 제기를 한 것이다.” 고 했다.
우리는 사자굴에 던져져 방치됐다
“강의만족도가 높은 교수를 재임용하는 것이 학교로서도 이익이라고 생각된다.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 것이 학교를 위한 것인지 학과장 사심이 개입된 ‘갑질’이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고 말했다.
“학교 측에서는 학과장을 징계한 것으로 안다. 나는 초빙교원 모집 이전에 재임용 서류를 넣은 상태였다. 내가 공모에 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재임용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학교 측은 교수들의 진정에 대한 처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공모절차를 미뤘어야 했다. 재임용이 안 되더라도 그에 합당한 근거를 지금이라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과장과 세 명의 교수들에게 공평한 잣대를 적용해야 할 학교가 우리를 사자굴에 던져놓고 방치해 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거제의 한 대학에서 일어난 갑질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학교 측이 교수진 ‘갑질논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D학과장을 징계하는 것으로 문제를 덮으려 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학입구에는 새로운 총장의 취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신임 총장은 대우조선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김우중 그룹회장이 건재했던 대우조선 시절 정성립 전 사장과 한배를 탔고 진해 STX 조선과 대우조선해양을 거쳐 최근 이 학교 총장이 됐다.
A교수 등은 신임 총장에게 해답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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