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전용열차가 23일 평양을 출발하면서, 북미 간 2차 핵담판을 위한 '하노이 시계' 역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중재역'이자 '촉진자'를 자임해 온 문재인 대통령은 휴일인 24일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고서 김 위원장의 베트남행을 주시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재완화를 포함한 상응조치 카드가 맞아떨어져 '빅딜'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품고 북미 간 이견을 좁히는 데 집중해 왔다.
지난 19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하며 남북 철도·도로 연결과 경협 사업에서 한국이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있다는 이른바 '경협 지렛대'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막판에 무산되긴 했지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의 부산 회동 역시 한국 정부의 제안이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북미정상회담 직전까지 물밑에서 북미 간 중재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 통화에서 "볼턴 보좌관의 방한은 무산됐지만, 여전히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미국 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하노이에 도착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한국 측 당국자들 역시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현지에서 비공개 실무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동시에 '포스트 북미정상회담' 구상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의 '운전자'로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동력으로 연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28일 공식 일정을 비워둔 것 역시 북미 핵 담판 결과를 최대한 신속·정확하게 파악하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종료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한미정상 통화에서 "하노이 회담을 마치는 대로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2일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에도 미국으로 귀국하는 길에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회담 결과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후로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합의사항이 원활하게 실천되도록 협력하는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를 세심하게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상으로는 한미정상이 먼저 만나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충분히 소통한 뒤, 이를 토대로 문 대통령이 서울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구체적인 남북 협력사업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는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 사이에서 제재완화 등이 어떻게 합의되느냐에 따라 남북 협력사업의 폭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어떤 합의를 이루느냐가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하다"라며 "지금은 한미정상의 만남 시기나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