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다수의 사건에서 정리해고가 정당화될 수 있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는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제시해왔다. 이에 더해, 대법원은 일부 사건에서는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정리해고도 객관적인 합리성이 인정될 때에는 정당하다고 말한다. 쉽게 말해 도산 위기에 직면해야만 정리해고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대비할 목적으로도 정리해고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법률로 정한 엄격한 정리해고 요건을 판결을 통해 완화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법원이 법률을 넘어서는 해석을 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리해고가 불가피한 위기가 미래에 발생할지 여부를 '사전에',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미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대한 평가는 예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예측은 틀리기 마련이다. 판결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야 하지만, 위와 같은 법리에 기반을 둔 정리해고 판결은 애초부터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기가 어렵다. 나아가 사실에만 근거할 수 없는 판결은 부족한 '사실'의 영역을 법원이 스스로 하는 예측과 평가로 메워야 한다. 이에 따라 법원의 역할과 권한은 자연스럽게 강화될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이 개별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의 성향에 주목하게 된다.
결국 정리해고 법리로 인해 법원의 위상은 강화됐을지 몰라도, 판결의 객관성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필연적으로 약화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는 "모든 판결에는 법관이 하는 평가가 수반된다"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리를 동원해 평가와 예측의 영역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내는 것과, 최대한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되 부족한 부분을 평가로 채우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판결에서 예측과 평가가 차지하는 영역이 클수록, 부당한 결론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법원이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했던 '콜텍'이 대표적인 예다.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0다3629 판결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보다 자세히 따져야 한다고 주문하며,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던 원심판결을 파기시켰다.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 2014. 1. 10. 선고 2012나21609 판결은 국내 "대전공장보다 싸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지극히 적정한 경영의사결정의 결과"이고, "대전공장의 계속적 손실이 회사 전체의 경영악화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채산성 악화는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한 것이고 향후 개선될 가망이 없었다고 보이므로, 대전공장 폐쇄결정은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희망퇴직을 받아들이지 않고 끝까지 남았던 4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콜텍은 더 이상 국내에서 생산을 하지 않게 됐다.
그러나 콜텍의 경영실적을 볼 때, 법원이 했던 예측과 평가는 타당하지 않았다. 정리해고 시점인 2007년 6월말, 콜텍은 연결기준(이하 모두 같다.)으로 약 14억 원의 영업이익(영업이익률 2%), 76억 원의 순이익(순이익률 12%)을 기록했다. 매출 감소 및 원가율 상승으로 예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상당히 감소하긴 했으나, 당시 콜텍은 여전히 흑자 기업이었다. 과거의 높았던 실적 덕분에 재무적으로도 매우 건전한 상태였다. 정리해고가 완료된 2008년 이후에는 경영실적이 더욱 좋아졌다. 특히 판결이 최종 확정된 2014년 6월말, 콜텍은 전년도보다 약 80억 원이 증가한 181억 원의 영업이익(영업이익률 14%)을 기록했고, 103억 원의 순이익(순이익률 8%)을 달성했다. 2014년 영업이익은 2006년 이후 최근까지 콜텍이 달성한 최대실적이기도 하다.
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준수한 실적을 올렸던 삼성전자도 2014년 연결기준 1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음을 고려할 때, 콜텍은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한 기업이 아니라, 상당히 준수한 실적을 올린 기업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참고로 ‘국가통계포털’은 2009년부터 영업이익률 통계를 제공하고 있는데, 2009년 국내 제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8%(콜텍 15.8%), 2010년 6.7%(콜텍 8.8%)이었다. 이후에도 콜텍은 항상 제조업 평균을 웃도는 이익률을 기록했다. 콜텍은 2014년 이후 이익률이 하락 추세에 있으나, 매년 꾸준히 7~8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2017년 영업이익률 6.5%), 5~70억 원 이상의 순이익(2017년 순이익률 5.5%)을 달성한 잘 나가는 중견기업이다.
혹자는 "대법원 법리상 정리해고 필요성은 해당 사업부만을 기초로 판단해야 하므로 연결기준 실적은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콜텍은 국내 공장을 철수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콜텍은 국내법인만을 대상으로 한 별도기준으로도 정리해고 전후와 상관없이 대체로 준수한 실적을 올렸다. 또한, 국내·해외가 사실상 동일한 제품을 취급하며, 상당히 많은 매출·매입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공장만을 기초로 판단할 경우 오히려 경영실적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인건비만을 기초로 보더라도 정리해고 이전 연결기준 총 인건비(급여, 퇴직급여, 복리후생비)는 80억 원(2006), 84억 원(2007)이었는데, 정리해고 후에는 62억 원(2008), 101억 원(2009)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2010년 인건비는 127억 원에 이르렀고, 2013년부터는 200억 원을 넘었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정리해고 이전 13%대(2006~07)인 반면, 2009년 10%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정리해고 전과 유사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인건비 비중이 증가 – 12.8%(2010), 14.4%(2011), 16.4%(2012), 17.5%(2013), 17.3%(2014) - 했다. 생산과 직접 관련된 제조원가만을 놓고 보더라도 국내공장 폐쇄 전후에 유의미한 변동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2011년 이후에는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10~18%로 오히려 정리해고 전(약 7%대)보다 증가했다.
극단적으로 희망퇴직 전 대전공장에는 약 80명이 재직하고 있었으므로,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보다 국내 인건비가 1인당 2000만 원이 높다고 가정하더라도, 콜텍이 추가로 비용부담은 절세효과까지 감안할 때 약 15억 원에 불과하다. 콜텍이 달성한 영업이익을 고려할 때, 이 정도 부담은 결코 긴박한 경영 위기를 초래할 수준으로 볼 수 없다. 결과를 놓고 볼 때, 법원은 부정확한 예측과 평가를 한 것이다. 이로써 법원은 콜텍이 정리해고를 통해 장래의 긴박한 경영 위기를 벗어나도록 조력한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외 노동력만을 사용함으로써 초과이윤을 얻도록 지원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 판결은 정리해고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의 취지에 배치되는 부당한 판결이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재심사유가 없는 한 확정된 대법원 판결은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갈수록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할 때, 지금이라도 콜텍은 국내공장 폐쇄가 긴박한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정리해고로 인해 수년간 고통 받아 온 해고노동자에게 사과하고, 이들의 복직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이 한진칼에 대해 주주제안과 같은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하면서, ESG 경영 -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 이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엔 주도하에 2006년 제정된 책임투자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을 통해 부각되기 시작한 ESG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일수록 더 큰 투자가치를 가지며, 장기적인 존속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를테면 오로지 싼 인건비와 낮은 생산비용만을 추구하며 정리해고를 일삼는 기업보다는, 생산활동이 노동자와 사회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고용안정에 힘쓰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큰 투자가치를 지닐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ESG는 앞으로 기업과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올바른 방향임이 분명하다. 콜텍도 이제라도 ESG에 부합하는 경영을 시도하기를 바란다. 콜텍은 지난 정리해고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도 더 이상 단순히 수출확대, 이익실적 개선만을 염두에 둔 기업 지원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 그러한 정책은 불균형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 일자리 확대나 부가가치 증가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 콜텍은 2012년부터 계속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됨으로써 금융지원 등 정부가 주도하는 각종 지원 사업에서 우대 혜택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콜텍은 국내에서는 더 이상 세계일류상품인 기타를 생산하지 않지만, 해외 공장과 국내법인 사이의 내부거래 및 국내법인인 콜텍을 통한 최종 판매를 통해 세계일류상품 조건에 부합하는 수출 실적을 손쉽게 달성했다.
결국 콜텍은 국내 생산 없이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초과이윤을 달성함과 동시에 수출에 대한 보상으로 각종 지원을 받았고, 정부는 초과이윤에 대한 세수확대라는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정리해고된 노동자는 이미 사라지고, 배제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세계일류상품에 대한 정부 지원이 유도하려는 결과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기업과 정부, 나아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도 거리가 멀다.
해고노동자들은 지금도 콜트·콜텍 노동자라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비록 법원은 이들을 외면했지만, 더는 우리 사회가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세계일류상품 선정 기준 등을 재검토하는 한편, 콜텍이 사회적 교섭에 나서도록 적극 유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콜텍이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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