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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번방의 선물'이 드러낸 편견은..."

[프레시안 Books] 김예원 변호사의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작년 봄 집에서 옷을 갈아입다가, '퍼억' 하는 소리와 함께 주저앉았다. 잠시 후 허리 한가운데에 송곳으로 쑤시는 듯 한 고통이 몰려왔고, 그 고통은 허리 전반으로 퍼지면서 서 있는 것은 물론 앉아 있지도 못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누워 있어도 조금만 움직임이 있으면, 허리를 떼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것은 기침이었다.

작은 기침이라도 하고 나면, 허리에 있는 뼈는 탈출했다가 들어온 것처럼 울렸고, 그와 동시에 비명을 질러야 했다. 허리를 다쳐본 사람은 안다. 요통 환자의 삶은 바로 장애와 맞닿아 있다. 18평짜리 집에서 화장실이 가는 거리가 미국처럼 느껴진다. 허리는 아파도 위는 텅텅 비었다고 신호를 보내는 기이한 경험도 하게 된다. 앉지도 서지도 못한 상태에서 밥을 먹는 수모를 겪게 된다. 한의원에서 며칠간 침을 맞고 피를 빼내는 시술을 받은 후 겨우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강의였다. 도저히 취소할 수 없는 강의가 꽉 차있었다. 매번 택시를 탈 수 없었고, 겨우 걸을 수 있는 상태로 지하철을 탔다. 꼭 이럴 때는 빈자리가 없다. 허리를 부여잡고, 구부정한 자세로 서있으니 사람들의 눈초리가 나를 때린다. 젊은 놈이 벌써부터 허리를 잡고 있냐는 눈빛과 함께 한명의 예외도 없이 스마트폰을 보거나,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난생 처음 자리 양보를 받지 못해 울 뻔했다.

▲ <누구나 꽂이 피었습니다>(김예원 지음, 이후 펴냄) ⓒ이후
진짜 문제는 지하철 안이 아니다. 서울의 지하철의 환승장이 시베리아 들판처럼 광활한 지 처음 알게 되었다.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없어, 한손은 허리에 한손은 계단 손잡이를 잡은 채 한발 한발 떼며 기어 올라갔고, 땀을 온몸에 뒤집어 쓴 채 나올 수 있었다. 강의 중에는 허리 고통으로 내가 강의를 하고 있는지, 비명 소리를 지르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힘든 경험을 했다. 그런 중에도 수강생들이 졸지 않도록 유머를 구사해야 한다. 다행히 현재는 완치 된 후 고통 없이 다닐 수 있지만, 그때의 경험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었다. 쉽게 말해 아무도 배려해주지 않았다. 무서울 정도로 말이다.

장애인의 대한 시선은 여전히 차별적이고, 온갖 편견으로 가득하다. 아직도 세상은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을 '정상인'이라는 표현을 쓴다. '정상'과 '비정상'은 무엇으로 나누는가? 장애를 갖지 않는 사람은 비장애인이다. 장애인에 대한 온갖 편견에 대해 영화 속에 비춰진 장애인과 저자가 직접 만난 실제 주인공을 사례를 비교 설명하는 책이 나왔다. <누구나 꽂이 피었습니다>(김예원 지음, 이후 펴냄)라는 책은 13가지 주제로 각종 장애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천만 영화 '7번방의 선물'이 지적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심어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정도 나이의 수많은 남성 지적장애인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용구처럼 '예 예승이 이뻐요' '배고파요' 이렇게 아기 화법을 쓰는 분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중략) 비장애인이 지적장애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편견을 보았습니다. (p171)"

그렇다. 지적장애인 누구도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다.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관람했지만, 지적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이 책은 장애인의 노동권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장애인 보호 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상민씨와 민섭씨의 월급은 고작 8만 원에서 22만 원이다. 장애인근로사업장과 다르게 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시절 중 '장애인 재활시설은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1) 장애인 보호작업장 (2)장애인 근로작업장 (3) 장애인 직업적응훈련시설 이다. 이중에서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장애인 근로작업장 밖에 없다. 장애인은 최저임금을 받으면 안 되는 것일까? 깊은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들도 세금 내고, 먹고, 입고, 자야 한다.

이 책은 장애인에 대하여 비장애인들이 알아야 할 필수적인 지식과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책도 재밌지만, 이 책을 주인공의 사연은 더 드라마틱하다. 저자 김예원 변호사는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오른쪽 눈을 잃은 장애인이다. 사법고시 합격 후 장애인인권법센터(비영리법률사무소) 대표로 공익적인 일에 헌신하고 있다.

그와 처음 얘기를 나누었을 때가 잊지 못한다. 한 회의에서 큰 보따리를 안고 나타나 신기하게 쳐다보았는데, 그 안에는 갓난아기가 안겨져 있었다. 사회생활 처음으로 갓난아기와 함께 한 회의였다. 더 충격적인 상황은 그다음이다.


'하하하 애가 울어서 지금 모유먹이고 있어요. 신경 쓰지 마시고 회의해요' 바로 옆자리에 모유를 먹이면서 회의를 한 경험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아이를 안고 재판정에 출석하기도 하고, 각종 회의를 참여하는 세 아이의 엄마이다.

김예원 변호사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한참 후 알게 되었다. 밝고 큰 웃음소리가 늘 시원하게 들렸고, 한 달에 한번 등골이 서늘한 TV 비평을 접하면서 감탄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예원 변호사와 나는 KBS 시청자위원이다)

김예원 변호사는 열정적인 공익 변호사 활동을 하며 1000건이 넘는 사건을 해결했다. 대표적으로 시각장애인도 1종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런 저자의 활약상은 책에서 잘 묘사하고 있다. 어디서 들은 얘기가 아니라, 책 자체가 김예원 변호사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장애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도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어쩌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바꾸는 노력은 인간이면 누구나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장애인에 대한 시각의 전환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김예원 변호사의 열정적인 활동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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