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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은 신이 아닌 인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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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은 신이 아닌 인간일 뿐"

<오심의 역사> IT기술 이용 현장에서 오심 수정해야

세계축구연맹 (FIFA)의 블래터 회장은 "축구는 인간의 얼굴을 유지해야 한다. 삶은 잘못을 수반하기 마련이고 축구경기도 마찬가지"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블래터는 이같은 논거에 기초해 심판 판정의 재심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3일 울산에서 열린 브라질-터키전이 세계적인 오심 시비에 휩싸이자 일각에서는 "발달한 첨단기술로 현장에서 즉시 오심 여부를 가릴 수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스포츠의 정의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한일월드컵에서 최초로 오심 시비를 일으킨 주인공은 공교롭게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월드컵 주심에 배정되는 영예를 안은 김영주 심판(45)이다. 해외언론들은 "중요한 첫 경기에 경험이 없는 심판을 주심으로 배정한 것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비판하고 있다. 터키를 상대로 힘겹게 역전승한 브라질조차 "주심의 오심에 의한 승리"라고 시인할 정도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회 때도 심판의 자질론이 문제가 되었다. 대회 초반 백태클에 대해 관대했던 심판들은 블래터 회장이 "레드카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라"고 지시한 뒤 퇴장명령이 16회로 급증했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의 하석주 선수도 퇴장의 불운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일부 경기에서는 '퇴장성 반칙'에 레드카드가 적용하지 않아 심판 판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더욱이 노르웨이-브라질전과 칠레-카메룬 전은 대회후 녹화TV테이프 분석 결과 명백한 오심임을 FIFA조차 인정했다. 블래터 회장도 경기 직후 "심판들을 교체해야겠다"며 "우리는 좀 더 전문적인 심판이 필요하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오심을 시인했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축구신동 마라도나가 1986년 영국을 상대로 손으로 넣은 이른바 '신의 손' 사건은 FIFA 판정의 엉성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럼에도 한번 내려진 심판의 판정은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월드컵은 역대로 오심을 둘러싼 음모론이 무성했다. 개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는 이유도 "홈팀이 일찍 탈락하면 흥행과 수익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FIFA에서 심판들을 조종해 승부에 영향을 끼친다"는 그럴듯한 해석이 덧붙여진다. 1978년 홈팀 아르헨티나가 출전하는 경기에서는 심판들이 아르헨티나의 거친 반칙행위에 대해 거의 휘슬을 불지 않자 "심판들이 매수됐다"는 참가국들의 항의가 잇따르기도 했다.

이같은 음모론에 대해 FIFA 심판위원회는 "각 대륙에서 온 총 72명의 심판이 경기마다 주심, 부심(2명), 대기심 등 4명씩 배치되는데 어떻게 한통속이 돼 승부를 조작하는 게 가능하겠느냐"가 반박한다. 월드컵 참가 심판들은 세계 최고라는 영예와 하루 일당 2백50달러, 2만달러 보너스 등 본선 1라운드만 뛰어도 3천만원 정도를 받기 때문에 돈의 유혹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판의 오심을 초래하는 것은 반드시 돈만은 아니다. 최근 영국 울버햄프턴 대학 연구소에 따르면 "홈팬들의 함성을 듣고 있는 심판들은 15% 정도 홈팀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는 심판의 심리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홈팀 음모론의 주역은 홈팀 관중이라는 주장이다.

누구의 조정이나 영향이 있었든 심판의 오심 가능성 자체는 늘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월드컵 경기에서 심판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오심을 했더라도 번복은 없다. 심판들은'신의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축구경기가 '신'이 심판을 보는 경기라는 의미가 아니라면 명백한 오심조차 번복할 수 없다는 FIFA의 논리는 전근대적인 권위주의에 불과하다.

한국축구협회의 조중연 전무는 4일 이와 관련,"심판의 권위는 절대적"이라며 FIFA의 입장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미 FIFA는 한일월드컵 대회부터 진보된 TV 기술을 공정성을 인정하고 심판의 명백한 오심에 의해 선수들에게 내려진 출전 정지 등의 징계는 번복이 가능하다고 규정을 바꿨다.

FIFA는 이를 위해 심판의 오심에 대한 보조적 장치로, 경기장마다 다른 각도를 비추는 23대의 카메라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미국 출신의 한 심판은 "심판은 하나의 시각만 있지만 경기장의 23대의 카메라가 있다는 것이 심판에게는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심판들의 위기감을 대변했다.

'인간적'인 심판들의 자리가 테크놀러지에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은 일견 씁쓸한 일이다. 하지만 차제에 테크놀로지에 의한 분석에 따라 심판의 판정도 번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깨끗이 시인하는 인간의 모습 또한 스포츠세계가 추구해야 할 아름다운 미래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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