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직전인 지난해 1월 한국타이거풀스(현 스포츠토토)의 기업가치를 2조2천2백여억원, 모기업인 타이거풀스인터내셔녈(TPI)의 기업가치를 3조2천9백억원으로 고평가한 사실이 밝혀졌다.
삼일회계는 또 현재 장외에서 휴지조각 신세인 한국타이거풀스의 주당 가치 역시 34만4천4백56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주당 가치는 이에 앞서 1년반전 코스닥 붐이 절정기에 달했던 지난 99년 7월 공모했던 카지노 독점기업 (주)강원랜드의 주당가치 4만3천원보다 8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이와 함께 삼일회계가 가치평가를 하는 데 기초가 된 매출액은 국내최대 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서 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국내 간판급 회계법인 및 조사기관의 객관성 및 신인도에 대한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일회계, "TPI주가는 1주당 34만원 될 것"**
본지는 27일 삼일회계법인이 'TPI Valuation'이라는 제목으로 2001년 4월12일자로 작성한 60쪽 분량의 TPI 기업가치평가 보고서를 단독입수했다. 이 보고서는 TPI가 외국계 투자가들로부터 수백억원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자료로 작성된 것이다.
삼일회계는 이 기업가치 평가보고서가 '객관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 서두에서 삼일회계는 "본 보고서는 TPI의 투자자금 유치에 있어 객관적인 기업가치 평가액 산정액을 위한 내부 기초자료 제공을 목적으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업가치를 산정하여 제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가치 평가결과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라는 주장이다.
이 보고서에서 삼일회계는 "한국타이거풀스의 추정기간(2001~2005년) 동안의 사업가치(NPV)는 5천2백30억5천5백만원이며 계속기업가치(라이센스 재갱신 가정시)는 1조7천13억3천만원으로, 이 둘을 합한 총사업가치는 2조2천2백43억8천5백만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삼일회계는 이에 따라 "한국타이거풀스 주식의 52%를 보유하고 있는 TPI의 국내사업부문 기업가치는 한국타이거풀스의 지분가치 1조1천5백66억8천만원에다가 기타 국내사업부문(유통사업, 신규사업, 방송사업, 스포츠마케팅사업,SI)의 가치인 6천29억2백만원을 더할 경우 1조7천5백92억8천2백만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는 따라서 "2000년 12월31일 현재 총발행주식 숫자가 9백55만1천9백63주인 TPI의 국내사업부문 1주당 추정 주식가치는 18만4천2백12원으로 추정된다"고 결론내렸다.
삼일회계는 "여기에다가 TPI가 1조5천3백6억4천5백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제시한 해외사업부문의 가치까지 더할 경우 총 기업가치는 3조2천9백2억2천7백만원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라 국내부문과 해외부문을 합한 TPI의 1주당 추정 주식가치는 34만4천4백56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강원랜드보다 8배 비쌀 것" 주장에 외국계 냉소로 응답**
삼일회계의 이같은 TPI 추정 주식가치는 아무리 당시 일각에서 체육복표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때라 할지라도 대단히 이례적으로 높은 가격이라는 점에서 가치평가의 객관성에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예로 이 보고서가 작성된 2001년 4월의 증시상황만 보아도 그러하다. 당시 증시 상황은 2000년 5월이래 계속되던 주가급락으로 거래소, 코스닥, 장외시장 할 것없이 모두가 깊은 침체의 늪에서 헤매고 있었다.
당시 증시의 침체상을 보여주던 대표적 예가 당시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던 강원랜드의 주가이다. 강원랜드는 국내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독점기업으로 누구 눈에도 앞으로 높은 성장성이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 4월 당시 장외시장에서의 거래가격은 1주당 3만~4만원에 그치고 있었다.
강원랜드는 이에 앞서 99년 7월 개인과 법인을 상대로 주식공모를 할 때에도 TPI처럼 황당하게 추정 주식가치를 높게 매기지 않았었다. 당시 강원랜드의 1주당 공모가는 1만8천5백원이었다. 당시 강원랜드의 공모주간사를 맡았던 삼성증권은 "강원랜드의 본질가치는 현재 주당 2천3백40원에 불과하나 2000년말에는 적정주가가 4만3천원에 달할 것"이라는 투자의견을 냈었다. 99년 7월 당시가 코스닥시장에 '묻지마 투자' 열기가 뜨겁던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객관적인 가치평가였다.
이런 마당에 주가가 늪에서 허덕이고 있던 2001년 4월 나온 TPI의 추정 주식가치가 1주당 34만원을 넘는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눈에는 한 마디로 '허황되기 짝이 없는 주가'였다.
당시 TPI로부터 수백억원의 투자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외국계의 CEO는 "삼일회계가 만든 기업가치 평가서를 보고 하두 어이가 없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며 "투자를 받기 위해 만든 기업가치 평가서라는 것이 원래 약간씩 뻥튀기를 하기 마련이나 삼일회계는 해도 너무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결국 TPI는 2001년 2월 체육복표 사업권 획득시 외국자본으로부터 4백억원의 증자를 받겠다던 호언과는 달리, 외국계로부터 한 푼도 투자를 받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 삼일회계의 신뢰성에 먹칠을 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당시 삼일회계가 TPI의 기업가치 평가와는 별도로, TPI의 공식 회계감사법인까지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기도 하다.
***한국갤럽 TPI 예상매출액, 능률협회보다 10조원 뻥튀기**
삼일회계측은 이같은 '뻥튀기 의혹'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을 극구부인하고 있다.
삼일회계의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컨설팅을 했다는 것은 타이거풀스측이 제시한 근거를 전제로 그들이 제시한 근거가 맞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계산 공식에 대입할 경우 자동으로 나오는 수치를 밝힌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의 설명에 따르면, 매출액 추산은 환율, 물가 등 사업환경 변수를 여러 가지로 놓고 각 경우마다 준비된 공식에 따라 산출된 수치일 뿐이기 때문에 그 근거가 되는 사항들은 어디까지나 컨설팅을 의뢰한 회사측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일회계 보고서 서문을 보면 "폐 법인(삼일회계)은 본 평가를 수행함에 있어 TPI 주식회사에서 제시한 자료와 외부경제연구소의 추정지표를 바탕으로 미래의 현금흐름을 추정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가정을 설정해 작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은 가치평가의 기초자료가 된 것은 한국타이거풀스의 예상매출액이다. 그런데 문제의 매출액은 TPI의 용역을 맡아 한국갤럽이 작성해 제공한 것으로 돼 있다. 한국갤럽은 TPI의 마케팅 조사 에이전시를 맡아 당시 이미 국내에서 영업중이던 복권, 경마, 경륜 등의 현황 및 성장성을 토대로 체육복표 사업의 예상매출액을 산출했다.
이렇게 산출된 예상매출액은 사업 첫해인 2001년은 1천1백28억원, 2002년은 2조1천56억원, 2003년은 2조7천5백90억원, 2004년 3조5천3백37억원, 2005년 3조7천4백21억원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한국갤럽의 예상매출액이 앞서 99년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한국능률협회에 용역을 줘 만든 '체육진흥투표권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나오는 예상매출액보다 엄청나게 뻥튀기돼 있다는 데 있다.
당시 한국능률협회는 낙관적 시나리오에 기초하더라도 2001년에 9백70억원으로 출발할 체육복표 사업의 매출액이 2005년에는 9천억원이 되면서, 추정 사업년도(2001~2005년)의 총매출액은 2조3천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한국능률협회의 예상매출액과 한국갤럽이 추정한 예상매출액 사이에는 무려 10조원의 차이가 나고 있다. 아무리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하는 사업이라 추정작업이 어렵다고는 하나, 너무나도 커다란 차이가 아닐 수 없다.
검찰은 현재 체육복표 사업권 선정과정의 로비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중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의혹은 TPI의 예상매출액 및 추정주가의 뻥튀기 의혹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지배적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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