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 딸, 제주도 여성정책과장, 수녀님들 모두가 '이 일을 가슴에 묻어두라'고 했으나,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딸만이 '엄마, 엄마가 당한 일을 가만두면 안돼요'하면서 제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를 부추긴 사람은 제 큰딸인 셈입니다. 검찰의 말대로라면 제 딸이 엄마가 별로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사실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부추겨서 싸우도록 한 셈이 되는 것입니다."
우근민 제주지사 성추행 피해자인 고정희(여ㆍ44)씨가 공개적으로 우근민 지사 및 그의 부인 박모씨, 제주도 정무부시장 등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광고를 신문에 게재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씨는 23일 제주일보에 '우근민 지사 성추행과 관련 법적 대응에 들어가며'란 제목의 5단 광고를 내고 "여성부 조사가 끝나는대로 우근민 지사의 성추행 사실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으며 그동안 음해와 비방을 한 우 지사와 김영택 정무부지사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손해 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고씨는 또 "신문과 방송에도 초상권 문제로 나가지 않은 나의 사진을 코팅해서 갖고 다니며 각종 모임에서 사진을 보여주고 성추행 사실이 허위라고 주장하면서 인격을 모독한 것으로 알려진 우 지사 부인 박모씨와 오모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 등도 명예훼손 혐의로 민ㆍ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고씨는 또 "인터넷상에 내가 과거에 무고 전과가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발표한 양모씨 등에 대해서도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나는 정치적 음모에 놀아나 감히 도지사를 모함하고 도민을 우롱한 나쁜 여자가 되어버렸다"며 "특히 검찰의 조사 결과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나에게 무혐의 결정을 했는데 오히려 우 지사의 성추행 사실이 무혐의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고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고씨는 특히 "검찰은 녹취록에 분명히 나타난 우 지사의 '성추행 시인'조차 믿으려 하지 않았다"고 검찰의 수사태도를 비판했다.
고씨는 또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었던 것은 우리가 신고한 여성부 조사결과를 기다렸기 때문이었는데 법적 시한인 2002년 5월21일이 지났는데도 답변이 없다"며 여성부의 미온적 조사 태도에도 비판을 가했다.
고씨는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며 "내가 다시 평범한 여성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같은 고씨의 광고에 대해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지방신문에 실린 우 지사 성추행 사건 광고와 관련, 광고주 고씨를 검찰에 수사 의뢰키로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제주도 선관위는 "우지사 성추행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고씨가 광고를 낸 것은 선거 1백80일전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 광고를 금지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271조의 2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271조의 2 (선거에 관한 광고의 제한)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의 당락이나 특정 정당(창당준비위원회를 포함한다)에 유리 또는 불리한 광고(이 법의 규정에 의한 광고를 제외한다)"를 금지하고 있다.
***고정희씨 신문광고 전문**
저는 오늘 너무나 암담한 심정으로 도민 여러분께 호소하고자 합니다.
검찰 발표로 인해 저는 도민 여러분께 정치적 음모에 놀아나 감히 도지사를 모함하고 도민을 우롱한 미련하고 나쁜 여자가 돼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었던 것은 저희가 신고한 여성부 조사결과를 기다렸기 때문이었는데, 법적 시한인 5월21일이 지났는데도 답변이 없어 이렇게 제 입장을 밝히게 됐습니다.
검찰은 제가 우근민 도지사의 친근감 표시에 기분 나빴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신구범 전지사측의 부추김 때문에 사실을 확대왜곡시켰다고 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 딸, 제주도 여성정책과장, 수녀님들에게 '우근민 지사가 제 가슴을 만졌다'는 수치스러운 이야기를 할 이유가 있었겠습니까? 딸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이 일을 가슴에 묻어두라'고 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제일 높은 분에게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면 믿지도 않을 뿐더러, 저만 나쁜년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딸만이 '엄마, 엄마가 당한 일을 가만두면 안돼요'하면서 제게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를 부추긴 사람은 제 큰딸인 셈입니다. 검찰의 말대로라면 제 딸이 엄마가 별로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사실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부추겨서 싸우도록 한 셈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당한 성추행 사실을 공개하기까지에는 이러한 고통과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저를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이 필요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녀님과 상의하고, 성폭력상담소에 전화하는 등 혼란스런 상황에서 친한 언니와 의논을 하게 됐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구범 전지사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 만남에서 신 전지사로부터 변호사를 소개받아 상담을 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를 정치적인 문제로 몰고 가는 우근민 지사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성추행을 당했고 크나큰 충격이었음에도 검찰은 녹취록에 분명히 나타난 우근민 도지사의 '성추행 시인'조차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제 가슴에 손을 넣었지요'라는 물음에 여러 형태로 시인을 했는데도 말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발표된 검찰의 조사결과도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저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했는데, 오히려 우지사의 성추행 사실이 무혐의인 것처럼 왜곡돼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공개한 후 저에 대한 온갖 중상모략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지 못할 것입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아 저는 오늘 다음과 같은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습니다.
1. 여성부 조사가 끝나는 대로 우지사의 성추행 사실에 대해서도 소송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에 대해 그동안 음해와 비방을 한 우근민 지사와 김영택 정무부지사에 대해서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습니다.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2. 신문과 방송에도 초상권 문제로 나가지 않은 저의 사진을 코팅해서 다니며 각종 모임에서 사진을 보여주고 성추행 사실이 허위라고 주장하면서, 인격적 모독까지 한 것으로 알려진 우근민 제주도지사 부인 박승련씨와 오경생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 등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인한 민형사 소송을 하겠습니다.
3. 저에 대해 인터넷 상에서 이루어진 각종 폭력에 대해 수사의뢰와 처벌을 요구하겠습니다.
특히 제가 과거에 무고 전과가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 발표한 양영미, 양신순씨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하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제주 사회에 혼란을 초라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도민 여러분에게 사과 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다시 평범한 여성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시길 호소합니다.
2002년 5월23일
고정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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