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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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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

<데스크 칼럼> '부패의 경제학'-1천만원 뇌물 주려면 라면 5백만봉지 팔아야

최근 타이거풀스 비리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수사대상을 정치권으로 확대해가자, 연루의혹을 사고 있는 정치인들이 앞다퉈 해명작명에 나섰다.

"몇백만원을 받기는 했으나 영수증 처리까지 한 합법적 정치후원금이었다" "골프를 같이 치기는 했으나 로비는 없었다"는 식의 해명이다. 이들에게 돈을 뿌린 사실을 실토한 송재빈 타이거풀스 대표도 "돈을 준 것은 사실이나 어떤 대가를 바라고 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해명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러시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

세상에 결코 공짜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의원들이 손대는 법마다 사고뭉치"**

지금 타이거풀스 스캔들은 여의도 정가를 떨게 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체육복표 법안의 발의 과정을 비롯해 문광위 통과과정, 그후 타이거풀스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기까지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의원숫자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문제의 법안은 '의원입법' 법안이다. 정부가 내놓은 '행정입법'이 아닌, 의원들이 만든 법안이라는 얘기다. 이 의원입법 과정에 55명의 의원이 서명했다. 99년 8월4일 15대 문광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될 때에는 15명의 의원이 표결에 참석했다. 그후 2001년 2월 타이거풀스가 최종사업자로 선정된 후 각종 특혜설이 나돌 때에도 16대 문광위 의원들은 공단 감사나 문광위 회의때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체육복표 사업을 둘러싸고 어느 정도의 로비가 진행됐었는지는 당사자들외에는 정확히 알 길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문제의 법안은 정부가 아닌 의원들이 만들어내놓은 법안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의원들은 솔직히 말해 게으르다. 입법부의 본래 목적이 입법이나, 실제로 대다수의 법안은 정부가 만드는 행정입법이지 의원들이 내놓는 의원입법이란 가뭄에 콩나기 식이다.

더욱 큰 문제는 상당수 의원입법은 이권과 관련된 법안들이라는 것이다. 과거 논란이 됐던 주세법이나 사학법 등이 그런 대표적 예다. 이번 체육복표 관련사업도 거대이권 사업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한마디로 말해, 체육복표 사업관련의 발의에서부터 통과때까지 해당 의원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컸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1천만원 뇌물주기 위해선 라면 5백만 봉지 팔아야"**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지난해 매출액이 20억원을 넘는 제조업 2천1백75개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2001년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그 결과는 한마디로 참담했다. 이들 업체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고작 0.4%였다.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이란 물건을 팔았을 때 실제 손에 쥐는 이익을 가리킨다. 쉽게 말해 경상이익률 0.4%란 1억원어치 물건을 판 뒤 실제로 손에 남는 돈이 40만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우리 제조업체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속에서 힘들게 생존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산 증거다.

한은이 생산한 이 자료에서 또하나 간과해서는 안되는 대목이 있다. 매출액 대비 접대비율이 그것이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접대비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치로, 0.2%로 나타났다. 앞에 언급한 경상이익률 0.4%의 절반이다. 즉 1억원의 매출을 올려 40만원을 벌기 위해선 20만원을 누군가에게 접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원로 기업인은 이 접대비를 '부패비용'이라 명명했다.

"부패 불감증에 걸려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그 정도 돈쯤이야...'라는 의식이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1천만원을 받고 구속된 고위직 공무원의 주변인들을 만나봐라. '그 정도가 어떻게 구속사유가 되느냐. 재수가 없었던 거지'라는 불만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단돈 10원도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평균 경상이익률 0.4%에 기초해 계산해보면, 관료나 정치인들에게 1천만원을 주기 위해선 25억원어치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5백원짜리 라면 5백만 봉지를 팔아야 간신히 올릴 수 있는 매출액이다.

이렇게 돈 벌기가 어렵다 보니, 정치인이나 관료들에게 공짜로 돈을 집어주는 기업인이란 없다. 주는 것 이상으로 챙길 수 있을 때에만 돈을 주기 마련이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으나, 한보사태나 대우사태에서 볼 수 있듯 뇌물이 받은 액수보다 그 사회로 하여금 수백배, 수천배 큰 경제적 비용을 치르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정도 돈쯤이야'라는 불감증의 위험성**

97년 한보사태 발발후 검찰조사를 통해 밝혀진 일이다.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은 95년 홍인길 등을 통해 당시만 해도 제일 잘 나가던 은행인 제일은행의 이철수 행장에게 부당한 압력을 집어넣음으로써 4천7백여억원을 대출 받았고, 그 결과 돈을 빌어준 제일은행은 IMF사태로 끝내 파산하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그후 국민들은 제일은행에 무려 16조원의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대신 쏟아부어야 했다.

당시 검찰수사결과 홍인길 등이 정태수로부터 받은 뇌물 액수는 십수억원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다른 정치세력들이 받은 액수까지 합하면 그 액수는 그보다 몇배 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받아 챙긴 뇌물로 인해 국민들이 대신 치러야 했던 희생은 너무나 엄청났다.

타이거풀스 스캔들로 의혹을 사고 있는 정치인등은 한결같이 "이 정도 돈쯤이야"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불감증이 존재하는 한, 한국경제는 제2, 제3의 IMF위기에 노출돼 있다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누가 얼마를 받았는가를 밝히기에 앞서, "이 정도 돈쯤이야"라는 불감증 타파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는 러시아 속담의 진실을 곱씹어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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