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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중국은 대성공, 한국만 파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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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본.중국은 대성공, 한국만 파산했나?

체육복표, "탐욕만 난무했을뿐 사업은 없었다"

우리나라 체육복표사업이 '로비 복마전'으로 전락해 결국 출범 반년만에 빈사상태에 빠진 것은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10월에 체육복표사업을 한 중국이나 지난해 3월에 시작한 일본이 기대 이상의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왜 이런 정반대 결과가 나온 것인가.

***중국, 일본은 정부가 철저한 계획아래 사업추진**

중국은 지난해 10월22일 첫 복표를 판매했다. 최초 발매 때 35억원의 매출로 시작해 2회차 71억원, 3회자 1백43억원 등 수직곡선을 긋다가 해를 바꿔 올해 들어서 3회차(1월28일)에서는 4백34억원을 넘어섰다. 2월말 현재 평균 1회당 매출액은 2백92억원이다. 일본 역시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회차당 평균 2백8억원을 기록했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우리나라의 1백90배,1백배에 달하는 경이로운 매출을 올리며 축구복표 시장이 완전히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축구토토(足球彩票)는 2004년 아시안컵 축구와 2006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 특히 2008년 하계올림픽 유치 재원마련을 명분으로 3년간 준비를 거쳐 시행됐다. 한국이 월드컵경기장 신축자금 마련 등을 위해 축구복표사업을 추진한 것과 비슷하다.

중국은 그러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민간사업자가 아닌 중앙정부가 직접 사업을 주관, 현재 12개 성 단위로 복권관리센터에서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토토의 또다른 특징은 자국 축구리그가 아니라 이탈리아 세리에 A와 잉글랜드 프레미어 리그 등 축구선진국의 리그를 대상으로 하는 있다는 점이다. 중국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면서 치우미(축구광) 숫자가 1억명을 넘을 정도로 축구붐이 뜨거운 올해부터는 국내 프로리그인 갑(甲)조 리그를 포함시킬 계획이다.

일본 토토는 지난해 3월 프로축구 J리그를 대상으로 발매를 시작한 이래 성공적으로 사업이 진행중이다. 일본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중앙부처인 문부성 주관으로 일본 체육학교건강센터가 운영을 하고 있다. 문부성은 또한 토토 수탁사업자인 다이와(大和)은행에 매출액에 따른 최저 수탁운영비를 보장해주고 있다.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를 때까지 정부가 도리어 최대한 지원을 해주는 형식이다.

***우리나라는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반면에 우리나라는 체육복표 사업 참여자들이 한결같이 염불보다 잿밥을 밝힌 모양새를 보여왔다. 중국, 일본과는 정반대로 우리나라 복표 사업이 사실상의 파산 상태에 돌입한 근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선 사업주체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경우부터 살펴보자. 국민체육공단은 축구복표사업으로 월드컵경기장 신축재원 등이 쉽게 조달될 것이라고 낙관, 이미 2천억원 넘는 체육기금을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쏟아부은 상태다.

현재 공단은 기존 투자자금의'회수 불능' 위기에 직면, 아연실색하고 있다. 공단측은 5년간 축구복표 매출의 25%인 8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스포츠토토(주)로부터 받아 '몇곱절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고 자신했었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공단은 7천9백92억원을 2005년까지 5년만에 회수해 월드컵 경기장건설 지원비용 2천1백3억원을 채우고도 커다란 초과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모든 게 허황된 꿈이 돼버린 것이다. 공단측은 그나마'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조흥은행으로부터 1천6백억원에 달하는 지급보증을 받아두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민간사업자인 스포츠토토도 허황된 그림을 그리기란 마찬가지였다.

스포츠토토측의 예상대로 앞으로 5년간 최소한 2조8천9백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려면 회차당 매출이 최소 40억원을 넘어야 하고 주당 80억원, 월 3백20억원은 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1회차 최고 매출은 3억4천만원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프로축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스페셜로 진행됐던 국가대표팀간의 경기에 한해서였다.

이처럼 스포츠토토의 지난해 매출액은 고작 28억원으로 당초 목표치 2백억원의 14%에 그쳤다. 이에 시행 1차년도인 지난해 약 50억원의 수익금을 공단에 입금해야 했지만, 손에 들어온 수익은 7억원에 그쳤을 뿐이다.

***사업 재건하려면 5년이상 차분하게 추진해야**

이처럼 이 사업에 참여한 정부측과 금융기관 등이 발목을 잡힌 꼴이 되었기 때문에 이 사업 관련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사업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스포츠토토측에서는 체육복표사업이 사행성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프로야구 등도 포함하는 종목확대, TV광고 허용, 발매횟수 제한해제(현재 연간 90회) 등 마케팅을 위해 최대한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쪽에서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체육관계자들은 "국내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장밋빛 환상에 모두가 휘말린 꼴인데 여기에 대한 책임을 누구도 지지 않는 한 국내 체육복표사업이 되살아 나기는 어렵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국내축구 열기가 높다는 것은 국가대표 경기에 한정된 것이지,프로축구 열기가 높은 것은 아니었다"며 "따라서 처음에는 당첨금이 적더라도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축구 전반에 대한 관심폭이 넓어졌을 때 사업을 확대하는 식으로 체계적 단계를 밟았어야 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돼 있는 경마와 경륜도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각각 15년과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체육복표의 경우도 진정한 대박이 터지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을 통해 이권을 챙기려는 '검은 손'들이 이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업규모를 부풀리는 과정에 사업만 좌초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요컨대 욕심만 있고 사업은 행방불명된 것이다. 이같은 차이가 한국의 몰락과, 일본 및 중국의 대성공이라는 희비쌍곡선을 긋게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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