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씨가 지난해 미국 버클리대(UC 버클리) 동아시아연구소의 로버트 A. 스칼라피노(84) 교수와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간 만남을 주선해준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최씨와의 접촉 사실을 부인해온 이회창 전 총재의 거짓말 여부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최씨 변호인 강호성 변호사는 17일 스칼라피노 교수가 지난 14일 강 변호사에게 팩스로 보낸 '최규선씨에 관한 소견'이란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서 스칼라피노 교수는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 최규선은 김대중 대통령,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등 다양한 한국내 지도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선해 주었다"고 밝혔다.
이회창 전 총재는 민주당 설훈 의원이 '최씨 돈 20만달러 수수설'을 제기하자 "지난 1월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 세미나 행사장에서 최씨와 마주친 적이 있을 뿐 별다른 접촉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주년 기념 제주평화포럼(15~17일) 참석차 방한, 김 대통령과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를 만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이와 관련, 1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스칼라피노 교수의 이번 편지로 '올 1월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 세미나에서 최씨를 한번 만났다'고 한 이 후보의 주장은 거짓말임이 밝혀졌다"며 "이는 설훈 의원의 이 후보 20만달러 금품수수 주장도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이런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세풍사건과 설훈 의원과 스칼라피노 교수가 제기한 것을 계기로 게이트와 관련된 한나라당 의원 전원을 철저하게 수사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한나라당의 하수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통령후보는 이날 오전 김무성 비서실장등으로부터 스칼라피노 교수 편지건을 보고받고 "스칼라피노 교수는 97년부터 여러 차례 만나는 등 잘 아는 사이"라면서 "면담을 누가 주선하고 뭐하고 할 계제가 아니며, 유승민 전 여의도연구소장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보고해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다음은 스칼라피노 교수가 보내온 편지 전문이다.
***최규선씨에 관한 소견**
최근 들어 내 제자 최규선에 관해 질문하는 많은 전화들이 내 사무실, UC 버클리 동아시아 연구소로 빗발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세미나 참석차 방문했던 최근 나의 서울 방문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의견을 밝혀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최규선은 수년전 내 학부제자 중의 하나이며, 그는 내가 권하는 몇 개의 강의들을 들었고 성적도 우수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대학원 진학 여부 및 자신의 정치가로서의 포부에 관하여 나에게 의견을 많이 물어왔었습니다. 나는 그를 전도유망한 젊은이라고 여겼고, 그 뒤 때때로 그의 가족들과도 함께 만나고, 나의 집에 방문도 하곤 하였습니다.
최규선은 대학원에 진학하였으나, 그의 수학기간 동안 그의 교수 중의 한 명과 의견차이가 있어서 버클리에서 낙오되었으나, 다른 곳에서 대학원 공부를 계속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나는 최규선을 몇 차례 만나, 우리는 동아시아의 정치, 경제 뿐 아니라 한반도의 정세에 관한 폭넓은 이슈에 관해서 의견을 나눴습니다. 내가 한국에 있는 동안 최규선은 김대중 대통령,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등 다양한 한국내 지도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선해 주었습니다. 그런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이 나에게는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는 최근 그의 범죄 혐의와 관련하여 한국법에 따라서 엄중하게 처리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그와 대화하면서 느낀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는 항상 한국의 국익을 위해 일하기를 갈망하는 모습을 보여왔었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가 지금 처해 있는 호된 시련을 극복하고 백지로 돌아가서 새로이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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