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초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이 체육복표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타이거풀스의 내부 조직도가 본지에 16일 단독 입수됐다.
이 조직도에 따르면, 당시 이 회사의 임원진에는 경제관리 출신이며 김대중 대통령 차남 김홍업씨 친구로 알려진 온모씨가 부회장, 신문사 편집간부 출신인 박모씨가 전무, 국회의원 비서관 출신의 성모씨가 전무 등을 맡고 있어 이들이 정ㆍ관계 및 언론 등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로비를 전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특히 이 조직도에는 조직 최고책임자로 온모 부회장(Vice Chairman)만 명기돼 있고 '회장(Chairman))'이라는 직함은 존재하지 않고 있어, 타이거풀스의 실제주인이 '외부'에 있는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타이거풀스는 지금까지도 '회장'이라는 직제를 두지 않고 명예회장은 외부에서 영입해, 이같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온모 부회장은 김홍업씨 친구**
문제의 조직도는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이 2001년 4월 외국계 대형투자가들에게 보낸 1백3쪽 분량의 영문 투자제안서(Investment Guide)에 실려 있다. 타이거풀스는 2001년 2월 체육복표 사업권을 따낸 뒤 외국계 투자가들로부터 4백억원의 출자를 받기 위해 이 자료를 작성했다.
이 제안서에 실린 조직도는 타이거풀스가 체육복표 사업권을 따내기 바로 한달 전인 2001년 1월 당시의 조직 현황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어, 이들이 체육복표 사업권 획득 작업의 주역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타이거풀스는 41명의 임직원과 12명의 자문 및 카운셀러 등 총 53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조직도에 따르면, 타이거풀스의 전체 임직원 가운데 가장 많은 7만5천주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받은 사실이 최근 드러난 온모씨(53)가 타이거풀스의 부회장으로 대외적으로 조직을 대표하고 있다.
온 부회장은 전주고와 단국대 출신으로, 경제기획원에서 주사로 시작해 나빈산업 대표, 효산그룹 사장, 서울올림픽위원회 사무관 등을 지낸 인물이다. 온 부회장은 99년 1월 전 언론사 사장 모씨의 소개로 송재빈 대표와 만나 타이거풀스 부회장으로 영입된 케이스로, 김대통령 차남 김홍업씨와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온 부회장 밑에는 두 명의 공동 대표(CEO)가 있었다. 한 명은 검찰에 구속된 송재빈 대표이고, 다른 한 명은 성모 대표이다. D창투사의 펀드매니저 출신인 성모 대표는 주로 펀딩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송재빈 대표의 경력과 관련해 흥미로운 대목은 사업제안서에 그가 '문화관광부 자문위원'으로 기록돼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체육복표 사업의 인허가권을 쥐고 있던 부서가 문화관광부라는 대목을 볼 때 의미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타이거풀스가 2001년 2월 체육복표 사업권을 따낸 뒤 문화체육부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을 지낸 정모씨에게 주식 5만주를 주고 그를 감사로 영입한 대목도 문광부를 상대로 한 로비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한 근거가 되고 있다.
***박모 전무는 언론 담당?**
두 명의 대표 밑에는 네 명의 전무가 있었다.
이 가운데 김모 전무는 해외사업 업무, 조모 전무는 정보통신(IT)부문을 맡고 있어 사업권 획득업무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어 보인다. 나머지 두 전무의 역할이 관심대상이다. 한 명은 박모(52) 경영지원담당 전무이고, 다른 한 명은 성모 국내사업담당 전무이다.
박모 전무는 중앙대를 졸업한 뒤 동아일보, 경향신문, 중앙경제, 중앙일보 등 여러 신문사의 편집부 기자일을 하다가 96년말 중앙일보 부장을 마지막으로 제일합섬(현재의 새한)으로 이직했다가 2001년초 타이거풀스에 합류했다. 그는 2001년 9월에는 타이거풀스의 자회사인 타이거풀스 텔레서비스의 대표로 승진하기도 했다.
박모 전무가 과연 언론사를 상대로 얼마나 로비를 했는지는, 그가 타이거풀스에 공식합류한 시점이 20001년초라는 점을 볼 때 확실치 않다. 그러나 타이거풀스 주식 가운데 4개 스포츠신문이 4%, 나머지 4개 주요 메이저신문이 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이거풀스가 처음부터 언론을 상대로 치열한 물밑 로비를 전개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성모 전무는 정치권 담당?**
성모 전무(38)는 얼마 전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타이거풀스 고문변호사가 되도록 소개해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외부에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외국어대 재학시절 전대협 간부를 지낼 정도로 학생운동에 열심이었던 그는 졸업후 국회공보처 비서관, 노무현 후보의 13대 국회의원 비서관, 박계동 14대 의원 비서관, DJ정부의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신낙균 국민회의 부총재의 15대 의원시절 비서관 등을 지냈고 제1회 고양 세계 꽃박람회 개최에 관여하기도 했다. 그는 99년 11월 일찌감치 타이거풀스에 합류했다.
타이거풀스 사업제안서에는 성모 전무의 경력에 '민주당 부대변인'이라고 적혀있으나, 민주당측은 16일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같은 경력을 볼 때 성모 전무는 정계를 상대로 모종의 로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성모 전무는 특히 타이거풀스 전체 임직원 가운데 온모 부회장(7만5천4백50주) 다음으로 가장 많은 5만4천9백80주의 스톡옵션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그의 역할이 상당히 컸음을 암시하고 있다.
***타이거풀스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이같은 타이거풀스의 2001년 1월 조직도는 이 시점이 타이거풀스가 체육복표 사업권을 따내기 한달 전의 조직도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 조직을 보면 온모 부회장을 로비의 정점으로, 송재빈 대표는 문화관광부 등 정부, 박모 전무는 언론계, 성모 전무는 정계를 맡아 조직적으로 로비를 전개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의문이 가는 대목은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두면서 정작 '회장'이라는 직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당시 이 회사의 가치가 수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환상이 팽배했던 시점이었던 만큼 '외부 실세'가 훗날을 위해 일부러 비워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타이거풀스가 사업권 획득후 김모 전 시중은행장을 명예회장으로 영입하면서도 끝까지 회장이라는 직제를 도입하지 않은 대목과 연관지어 보면 더욱 짙어진다.
과연 타이거풀스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앞으로 검찰이 밝혀야 할 주요대목 중 하나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