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13일 실시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풀뿌리 지역 경제의 수장을 뽑는 중요한 선거다. 도농 도시인 전북도의 삼락농정 희망을 일궈야 할 선거이기에 다른 지역에 비해 도민들의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조합장선거는 지방선거와 달리 일반 유권자가 아닌 조합원들이 한 표를 행사 할 수 있고 법이 선거 운동을 강하게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깜깜이 선거'로 치뤄져 불법 선거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
실제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도 전북도는 69건의 선거법 위반 행위가 적발됐으며, 선거관리위원회는 2015년 7월 28일 문제점을 보완한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지난해 정기국회 마감일까지도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고, 결국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도 '깜깜이 선거'로 치뤄지게됐다. 조합장 선거 문제점들에 대해 프레시안에서 살펴봤다.
먼저 조합장 선거는 공직선거법이 아닌 위탁선거법을 따르기 때문에, 선거 운동 일정부터 큰 차이가 난다.
지방선거 출마자는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3개월간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지만, 조합장 선거 출마자에게 주워진 선거 운동 기간은 13일.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제약 사항도 따른다. 선거 운동원을 둘 수 없으며 선거 사무실도 차릴 수 없다. 조합장 배우자는 물론 직계 가족도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
지방선거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후보자의 정책 대담이나 토론회도 불가능하다.
투표권을 행사 할 수 있는 조합원들이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것은 그나마 선거공보 밖에 없지만, 지방선거와 달리 후보자의 전과기록도 게재할 수 없다.
현직 조합장에게만 유리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전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직 조합장은 전화번호가 담긴 조합원 명부를 손쉽게 구해 전화 또는 문자메시지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후보자들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전화번호가 담긴 조합원 명부를 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합장 한 예비후보자는 "현직 조합장은 조합원이 참석하는 행사에 직접 참여해 간접 홍보를 펼칠 수 있지만 우리는 참석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들에게 돌아온다.
2주라는 짧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조합원이 기존 농·축산 업무와 병행하며 출마자의 비전과 공약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또 폐쇄적인 선거 구조로 인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선거가 이뤄지기 힘들며, 오히려 금품으로 조합원을 매수하는 부정 사례도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도내 조합 곳곳에서 불법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선거사범 17명(12건)을 적발해 수사 중이다고 18일 밝혔다. 범죄 유형별로는 금품향응 제공이 12명으로로 가장 많았고, 사전 선거운동이 3명이다.
이날 전북도선관위도 설 명절 전에 조합원들에게 버섯세트를 돌린 김제의 한 농협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 A씨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기부행위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합장의 권한은 임기 4년에 연봉 5000만원에서 2억원 사이. 이사회와 대의원총회 의장을 맡고, 인사권한과 각종 경제사업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조합장 선거 신고포상금을 최대 3억원으로 올렸지만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불법 선거가 되풀이될 것이다는 조합원들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