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사가 그동안의 비타협적 태도를 바꿔 우리 공군의 차기전투기(F-X)로 내정된 자사 전투기 F-15K의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기거래 관련업계에서는 이같은 보잉사의 태도 변화가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심화에 따른 대통령 재가(집행승인)의 불확실성 증대와, 최규선의 F-15K 로비 의혹 제기에 따른 검찰의 수사 착수 등 F-15K 최종확정의 앞날이 나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데 따른 발빠른 대응으로 풀이하고 있다.
국방부 또한 이같은 상황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보잉사에게 F-15K의 가격을 프랑스 라팔사가 제시한 가격 수준으로 2억달러이상 대폭 낮출 것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어 보잉사의 대응여부가 주목된다.
13일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 보잉사는 지난주말 우리 국방부측에 F-15K의 판매가격을 지난달말 제기했던 44억6천7백만달러에서 1억7천만달러가량 낮출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 국방부는 그러나 보잉사 판매가격이 경쟁상대였던 라팔사가 제시한 42억7천만달러 수준은 돼야 국민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추가로 3천만달러 이상을 절충교역 형태 등으로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부는 보잉사가 이같은 추가요구 조건을 수용할 경우 이달내에 신속히 추가협상을 매듭짓고 이달말이나 내달초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보잉사와 정식으로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입장이다. 보잉사 또한 가능한한 빨리 F-15K 판매 본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수익성을 무시하면서까지 추가협상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잉사가 이처럼 종전의 태도를 바꿔 추가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것은 자칫 시간을 끌 경우 본계약 체결이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 외국계 무기판매 에이전시는 "최근 보잉사는 아들들 비리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이 회복불능의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대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간을 더 끌다가는 김대통령의 레임덕이 극심해져 대통령이 F-15K에 재가를 하고 싶어도 여론의 압력때문에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잉사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실제로 요근래 정부 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이 아직 F-15K 재가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보잉사가 대단히 이례적으로 추가협상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무기거래업자는 "최근 검찰이 최규선 게이트를 조사하는 과정에 최규선의 F-15K 로비 혐의가 강하게 부각되고 있는 과정도 보잉사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는 한 요인이 아닌가 싶다"며 "따라서 더이상 의혹과 이에 따른 반대여론이 확산되기 전에 서둘러 본계약을 맺고자 하는 게 보잉사와 국방부측 생각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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