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달 품격있는 문화도시 광주 실현을 위한 문화정책 추진방향을 밝힌 바 있다. 문화도시 광주의 미래를 견인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그런데 그 내용 중에 이러저런 외래어가 난무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센터나 프로그램, 스트레스, 디자인 등 우리말화된 외래어는 그렇다 할 수 있다.
문제는 발음하기 어려운 외래어이거나 사전을 뒤적거려야 겨우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외래어라면 우리말로 순화된 공공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시장의 문화정책 추진방향 발표문에 등장하는 외래어는 ‘리모델링’ ‘커뮤니티타운’ ‘테마형 시티투어’ ‘클러스터’ ‘창의벨트’ ‘핫 플레이스’ ‘밸리’ ‘플랫폼’ ‘레거시’ 등 많은 단어가 등장했다.
이밖에도 광주시가 올해 내놓은 각종 보도자료 제목만 보더라도 ‘스마트시티 챌린지’ ‘홈스테이 호스트’ ‘아트피크닉’ 등과 그 내용 중에 여러 외래어가 등장한다.
이 중에는 중앙정부가 사용하거나 문화관광부가 상례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도 있고 웬만해서는 내용을 알기 힘든 단어도 있어서 난감할 정도였다.
이는 비단 광주시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중앙정부의 정책 담당자가 갖는 외래어에 대한 무감각한 인식이 우리 국어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러니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따라 하고 시민들에게 전파하는 등 외래어 확대재생산을 하는 꼴이 되고 있다.
한글날만 되면 ‘형식적’으로 우리말 겨루기 대회라든가 우리말을 사용하는 행사 등을 갖기도 하지만 그저 그런 짓에 불과하다.
우리 정부 기관 중에 국립국어원이란게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우리말 다듬은 말(순화어)을 수시로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는 그 제목이나 내용 중에 우리말로 다듬은 단어들을 사전에 정리하여 발표해야 마땅할 것이다.
만약 국립국어원을 거치지 않는다면 정부 정책의 외래어 남발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정부는 외래어를 남발하면서 국민에게는 우리말 순화어를 가르치려 하니 이 무슨 회괴한 일인가.
광주시는 지난 2014년 국어진흥조례를 제정 시행한 지 벌써 5년째이다. 그리고 5개년마다 국어발전시행계획을 수립해 현재 시행 중이다. 국어진흥위원회도 2016년에 구성했고 매년 우리말 겨루기대회를 열고 있다.
또 문화도시정책관을 국어책임관으로 지정하고 매년 공공언어 바로쓰기 교육과 광주지역어 보존 등에도 나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광주시가 2018년 2월에 간행한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길잡이>라는 보급용 책에는 ‘리모델링→새 단장, 구조변경’ ‘커뮤니티→동아리, 공동체’ ‘테마→주제’ ‘시티투어→시내 관광’ ‘클러스터→산학협력지구’ ‘플랫폼→덧마루’로 순화하도록 했다.
일부 용어는 사용길잡이에 없어 국립국어원의 다듬은 말을 살폈더니 ‘창의벨트→창의지대’ ‘핫 플레이스→인기명소, 뜨는 곳’ ‘밸리→지구’ ‘레거시→유산, 대회유산’ 등으로 다듬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 챌린지는 겨루기나 공모, 홈스테이는 가정 체험, 호스트는 소개인, 아트 피크닉은 예술소풍 정도로 다듬을 것을 제안했다.
여기서는 광주시의 사례만 들긴 했지만 중앙정부는 물론 국립국어원의 역할이 제자리에 있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 ‘행정용어 국어사용’이 들먹거려야 전국적으로 화들짝 놀라면서 잠시 우리말 순화 국어를 사용할 것인가.
이웃 중국을 보라. 아마도 99.9%의 언어가 중국어이고 외래어는 극히 일부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정착된 외래어와 정착되는 과정에 있는 외래어를 구분하여 우리말로 순화할 용기가 필요하다.
외래어를 사용해야만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외국어 사용과 우리말 속의 외래어를 구분못하는 무지라 할 수밖에 없다.
외래어를 사용해야 그럴싸해 보이는 인식이 있다면 그것은 사대주의에 다름 아니다.
광주가 혁신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먼저 나서서 모든 행정용어에 외래어 사용을 중단하고 우리말 순화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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