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는 10억여원에서 많게는 60억여원이 넘는 돈이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년 ‘쌈지돈’처럼 사용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 지방의회 등에서 시민 세금인 업무추진비로 적십자회비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 5년간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는 얼마나 사용했을까?
국회입법조사처 류영아‧박영원 조사관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 공개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서울 등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2016년 415억2400만원, 2017년 4백억9600만원으로 2014년의 422억4800만원에 비해 각각 1.71%, 5.1%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시민감시의 역할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지난 2018년의 경우 업무추진비 예산액이 446억62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11.39%나 높게 잡았다.
이는 일단 예산을 많이 확보해놓고 보자는 지자체의 안이한 예산수립이 아닌가라는 우려되는 부분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업무추진비 예산이 64억4200만원으로 전년의 56억2800만원에 비해 무려 14.46%나 증액했다.
광주의 경우도 지난해 업무추진비 예산이 22억2300만원으로 전년의 사용액 20억5000만원에 비해 8.44%가 증액했다.
전남도 지난해 예산이 22억4300만원으로 전년의 20억5400만원에 비해 무려 9.2%나 증액했다.
이 돈이 투명하게 사용되고 제대로 공개되고 있는 가에 대한 주민의 알권리와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류영아‧박영원 조사관은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를 공개하는 방식이 각각 달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는 1980년대까지 판공비라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업무추진비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판공비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업무추진비는 단체장과 부단체장, 실국장을 비롯하여 사업소장들이 사용하는 돈이다.
대개 업무추진비는 재량이 높고 사후정산이 엄격하지 않는데다 공개도 불충분하고 감시와 통제가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늘 업무추진비의 부당사용에 대한 여론의 지적과 함께 투명성‧개방성의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는 기관운영, 시책추진, 정원가산, 부서운영 등 네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지자체의 업무추진비는 전년도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는 재정공시와 전월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는 사전정보고공개로 해당 지자체의 누리집에 공개되고 있다.
재정공시에는 네 가지 업무추진비 모두가 공개된다. 현재는 2017년말 기준으로 올라 있다.
사전정보공개로 일별 업무추진비는 시장과 부시장, 실국장 등의 세부집행내역이 월 1회 공개되고 있다.
이 때 기관운영 업무추진비와 시책추진 업무추진비를 구분하여 공개하는 곳은 인천, 대전, 경기, 강원 뿐이고 광주와 전남, 전북 등 다른 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류영아‧박영원 조사관은 “업무추진비를 종류별로 구분하여 공개해야 하고 월별 공개시기를 익월 20일 등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 차원에서는 지자체, 지방의회, 지방공기업 등의 업무추진비를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관리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가 업무추진비를 전년보다 대폭 늘린 것은 주민의 세금인 이 예산을 쌈지돈처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고 빈축했다.
지난 2013년에는 광주시가 “개별 정책 추진에 사용해야 할 시책업무추진비를 시장 몫으로 할당해 정책과 무관하게 사용했고 이는 모두 비공식적인 사안이었기에 공개할 수 없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도 있었다.
투명한 업무추진비 공개는 주민의 알권리 보장과 함께 주민이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제도적인 미비도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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