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앞으로 우리 수출차는 외국계 운반선 타야"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앞으로 우리 수출차는 외국계 운반선 타야"

현대상선, 유럽계 WWL에 자동차운반선 팔기로

앞으로는 더이상 현대차나 기아차 같은 우리나라 차가 우리나라 배를 타고 해외로 수출되는 뿌듯한 광경을 목격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대신 유럽이나 일본의 자동차 운반선 신세를 져야 할 판이다.

현대상선은 2일 스웨덴과 노르웨이 합작 컨소시엄인 발레니우스-빌헬름센(WWL)과 공개적인 매각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협상에는 WWL 요청에 따라 현대차도 참가키로 했다.

현대상선이 이번 팔기로 내놓은 물건은 자동차 전용운반선 72척이다. 현대상선은 현재 자동차운반시장에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출물량 64만대를 비롯해 전세계 자동차수출국의 차 2백10만대를 실어날랐다. 요즘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이 날개를 달면서 현대상선의 향후 영업전망은 더없이 밝다.
그러나 정몽헌 회장의 방만한 확장경영의 결과, 부실계열사들에 과도한 지급보증을 해준 탓에 알짜 사업부문을 외국계에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현대상선 자동차운반선 해외매각 협상은 지난 3월4일 현대상선이 WWL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WWL은 노르웨이의 해운사 빌헬름센 ASA사와 스웨덴의 발레니우스 라인스 AB가 지난 99년 자동차운반선만 떼내어 합작설립한 자동차운반 전문해운사이다.

이들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운반선은 60여척으로, 72척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보다 적다. WWL은 이번에 현대상선의 자동차운반선을 사들일 경우 세계 랭킹 1위로 껑충 뛰어오를 수 있다. 말 그대로 아우에게 형이 잡혀 먹히는 꼴이다. WWL이 15억달러 정도의 매입대금을 내걸면서, 현대상선의 자동차운반선 인수에 더없이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WWL은 그러나 이처럼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면서도 그동안 한 가지 전제조건을 붙여 현대상선측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현재 현대상선이 독점적으로 맡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출물량을 최소한 5년간 자사에게 약속해주는 장기운송계약을 맺자는 것이었다. 이는 지난 2000년 세칭 '왕자의 난'이후 지극히 불편한 관계가 된 현대차와 기아차의 오너 정몽구 회장과 현대상선측 오너인 정몽헌 회장간의 관계를 고려할 때 결코 간단치 않은 주문이었다.

이로 인해 지난 두 달 가까이 시간을 끌다가 최근 정몽구 회장측이 '맏형의 아량'을 보임으로써 극적 돌파구를 마련하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그룹의 상징인 계동사옥에 입주, 사실상의 그룹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에 그동안 계동사옥에서 집무해온 정몽헌 회장은 집을 비워줘야 했다.

이로써 현대상선 자동차운반선 매각협상은 급물살을 팔 전망이며, 현대상선은 받게될 매각대금으로 2조7천억원에 이르는 일반 차입금을 대폭 상환한 뒤 앞으로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가스(LNG)선에 사업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다수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그러나 이같은 자동차운반선 해외매각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자동차운반선 시장은 일본, 한국, 유럽세로 3분화돼 있다. 그런데 현대상선 자동차운반선이 유럽에게 팔려나갈 경우 세계시장은 일본과 유럽으로 2분화되면서 독과점이 예상되고, 그 결과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의 비용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자동차운반선 시장의 특성상 한번 밀려나면 재진입이 어려운 대목도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자금사정이 좋은 현대차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수하는 게 어떠냐"는 대안도 제기됐으나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MF사태후 많은 산업부문이 외국계로 넘어갔다. 이제 또하나의 부문이 넘어가려 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웬 시대착오적 푸념이냐고 할지도 모르나, 적잖은 기간사업 부문의 주도권이 외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대목은 결코 유쾌한 풍경일 수 없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