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돈이 갈 곳은 한국 등 아시아밖에 없다"는 외국 투자은행들의 분석이 나와, 최근 주가폭락으로 침울한 분위기인 국내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지난해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아시아 국가들도 대부분 저조한 실적을 보였으나 올해 들어 아시아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몇가지 사례를 들었다.
도이체 방크는 신흥시장 중 최고의 투자처로 꼽는 5대 국가 중 중국, 대만, 한국을 포함시키고 있으며, JP모건도 개별종목으로서 한국의 포항제철과 삼성전자, 인도의 인포시스, 태국의 PTT 엑스플로레이션 등 아시아 기업들을 유망종목으로 추천하고 있다는 것.
수출의존도가 높은 이들 국가는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미국의 수요증대, 그리고 내수회복에 힘입어 최근 몇 개월동안 주식시장도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국제적인 투자가들은 과대평가된 미국의 기술주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아시아 신흥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스탠더드 차터드 뱅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제러드 라이언스는 아시아 국가경제를 미국과 관련해서만 파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세계경제의 일부로서가 아니라 독자적인 발전궤도를 그리고 있다"며 "투자가들은 이제 아시아 시장을 판단할 때 국가별로 작동하고 있는 내재적인 요인들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요컨대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들의 경우 재정지출 확대, 가계금융활성화 등으로 소비가 촉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또한 동아시아 중에서도 중국과 한국은 투자처로서 가장 주목할 만한 국가들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중국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이뤄냈고 외국인직접투자를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 한국은 금융분야에서 상당한 개혁을 성공시켰으며 소비경기가 과열논란을 빚을 정도로 활발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반면 일본과 홍콩은 구조적인 문제로 침체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불투명한 시장관행에 대한 실망감으로 외국투자가들이 떠났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더욱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월만해도 캘리포니아 연기금 캘퍼스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지에서 기업지배구조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철수한다고 발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골드먼 삭스는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금융개혁정책을 추진하면서 투자펀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외국직접투자도 증가세를 보이고 소비지출도 늘어나고 있으며, 올해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중 가장 좋은 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아시아 시장에 초래될 가장 큰 위험은 외재적인 것들이다. 금리인상, 고유가, 미국의 불경기 재발 가능성 등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빼고는 아시아 국가들은 석유 순수입국이며 중동사태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FT는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은 경상수지에서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외부에서 닥쳐올 변수들에 대해 그동안의 풍부한 경험으로 나름대로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아시아 경제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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