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앞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형편이 여전히 어려운 이유에 대해 "과다한 진입으로 경쟁이 심한데다, 높은 상가 임대료와 가맹점 수수료 등이 경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고, 최저임금의 인상도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이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방기홍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장은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요청했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 결정 체계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 입장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직접 참여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도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9명 가운데 소상공인 출신 위원으로 4명이 있어 소상공인의 입장이 아예 반영되지 않는 구조는 아니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 체계 이원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날 당·정·청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나누는 안을 2월 중순께 확정짓기로 했다. 공익위원들이 설정한 최저임금 범위 내에서 노사 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폭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 폭을 결정할 수 있기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은 인상 속도라든지 인상금액 부분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은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카드 수수료 인하,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4대 보험료 지원, 상가 임대차 보호, 가맹점 관계 개선 등 조치들이 함께 취해지면 최저임금이 다소 인상돼도 자영업자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텐데, 최저임금이 먼저 인상되고 이런 보완조치들은 국회 입법사항이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맞춰지지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영세 자영업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독자적인 자영업자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경제 주체를 노와 사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구분 속에서 자영업자를 경영자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자영업자는 '자기 고용 노동자'에 해당하는 분이 많다"며 "중층과 하청 자영업자의 소득은 고용 노동자보다 못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한 축"이라며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4분의 1이 자영업과 소상공인 종사자인데,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규모가 이 정도라면 독자적인 경제 정책의 영역으로 삼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구조조정보다는 지원의 필요성에 방점을 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는 자영업의 형편이 나아지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며 최저임금 인상폭 조정 외에도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등 다른 자영업자 지원 정책을 소개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18조 원 규모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전용 상품권을 발행하고, 전국의 구도심 상권 30곳의 환경을 개선하는 '골목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유통산업발전법 등 상권보호법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저는 골목 상인의 아들"이라며 "저도 어릴 때 부모님이 연탄 가게를 하신 적이 있어 어머니와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끌거나 배달을 하기도 했는데, 그때 어린 마음에 힘든 것보다 온몸에 검댕을 묻히고 다니는 것이 참 창피했다. 자식에게 일을 시키는 부모님 마음이야 오죽했겠나"라고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지금도 골목 상인과 자영업자들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여러분의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에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157명,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 비서관 등 190여 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만 청와대로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157명,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 비서관 등 190여 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만 청와대로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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