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측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5억 달러 더 내겠다는 데 동의했다면서 이후에도 분담금을 계속 인상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분담금 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면서, 올해 다시 협상을 치러야 하는 한국 측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가진 내각회의에서 "그들이(한국이) 5억 달러를 (방위비 분담금으로) 더 내는 데 동의했다"며 "그리고 앞으로 몇 년 동안 (분담금은) 더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그들(한국)은 그들의 방위를 위해 어제 5억 달러를 더 내겠다고 동의했다"며 "전화 몇 통으로 5억 달러가 (추가)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예전에는 이렇게 하지 않았냐고 (한국 측에) 묻자 그들은 누구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앞으로 (한국이 지불해야 할 분담금은) 계속 더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0일 한미 양측 정부는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가서명을 진행했다. 양측은 이번 협정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총액을 1조 389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번에 정해진 총액은 지난해 분담액인 9602억 원에 올해 한국 국방 예산 인상률인 8.2%를 적용해 산출된 액수로, 지난해에 비해 787억 원이 증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5억 달러(한화 약 5600억 원) 증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금액이다.
이를 두고 한미 양측이 지난 10일 가서명 이후 최고위급에서 추가적인 협의를 가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만큼,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한국 정부에 공식 협상보다 더 높은 금액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실제 지난해 진행됐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은 협상의 마무리 단계였던 12월 돌연 '최상부의 지침'이라며 총액 12억 5000만 달러(한화 약 1조 4000억 원)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한국이 지출했던 방위비 분담금 액수를 헷갈렸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한국을 방어하는 데 50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그들은(한국은) 50억 가치의 보호에 5억 달러만을 써왔다"며 지난해 한국이 지출한 방위비 분담금인 약 8억 3000만 달러와는 다른 액수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대로라면 한국이 기존 5억 달러에서 추가로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했기 때문에 올해 한국이 지불해야 할 분담금 총액은 10억 달러가 된다. 이는 실제로 지난 10일 양측이 합의했던 1조 389억 원과 유사한 액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한국 정부에 5억 달러를 더 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기존 한국의 분담금 액수 자체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2배나 올렸다며 본인의 업적을 과대 포장하기 위해 일부러 이같이 설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이날 무역 및 군사 분야에서 본인이 좋은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과 관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양측이 인상 필요 여부를 검토하고 합의해서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기정사실로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