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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商高한테 두번이나 밀릴 수는 없다?"

이원복 교수, 서울대동창회보 만평 파문

"서울대 출신이 상고 출신한테 두번이나 밀릴 수는 없다?"
또다시 고질적 '학벌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목포상고에 이어 부산상고에게까지 질 수는 없다?**

이원복 덕성여대 디지안학과 교수(56)는 '서울대 총동창회보' 4월호에 그린 만평에서 서울대 마크가 찍힌 운동복 차림의 이회창 한나라당 전총재가 장대를 잡고 '商高'라는 장애물을 뛰어 넘으려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기록판의 1차 시기에는 X표가 그려져 있다. 이 전총재가 지난 97년 대통령선거 당시 목포상고 출신인 김대중 대통령에게 패했음을 의미하는 상징으로 해석된다. 기록판의 2차 시기는 공란으로 비워져 있다. 현재 부산상고 출신인 노무현 민주당 경선후보와 맞붙고 있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이 그림은 누가 보기에도 노골적으로 학벌주의, 엘리트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문제의 만평을 그린 이원복 교수는 경기고, 서울대 건축학과 출신의 교수이자 만화가이다. 이 그림은 자신의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인 이회창 전총재의 '승리'를 돕기 위해 동문들간의 패거리 의식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그는 실제로 12일 아침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 아니냐?"고 솔직히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교수의 만평은 김근태 민주당 고문이 경선 중도포기 직후인 지난 달 13일 중앙일보 김상택 화백이 그렸던 만평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져 나왔다는 데에서 큰 탄식을 낳고 있다.

당시 김상택 화백은 상고밖에 졸업하지 않은 노무현 후보에게 대한민국 최고 명문(?)인 경기고를 졸업한 김근태 의원이 꼴찌로 져 세간의 웃음거리가 되자 분통을 못이긴 동문들이 김 후보의 사퇴를 종용했다고 묘사해, 각계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었다.

***명망가들의 사랑채, 서울대 총동창회**

이런 상황을 잘 알면서도 이번에 이 교수가 또다시 악질적 학벌주의를 드러낸 것은 '미필적 고의' 이상의 '의도적 학벌주의 조장'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같은 만평을 회보에 게재한 서울대 총동창회(회장 임광수 임광토건 회장)쪽 역시 의도적으로 학벌주의를 조장하는 데 동참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도 낳고 있다.

현재 총동창회는 매달 9만부의 회보를 찍어 동창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적잖은 분량이며, 독자 중 상당수가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사고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매체라 할 수 있다.

서울대 총동창회 회장단 명단을 보아도 호화찬란하다. 회장은 임광수 임광토건 회장이 맡고 있다. 상임고문은 손일근 한국일보 상임고문, 부회장은 박용성(금호그룹 명예회장), 손길승(SK그룹 회장), 윤세영(SBS 회장), 한광옥(민주당 고문), 김학준(동아일보 사장), 홍석현(중앙일보 회장), 정대철(민주당 고문) 등 각계의 내로라하는 인사 41명이 맡고 있다. 고문은 김영삼(전 대통령), 민복기(전 대법원장), 박준규(전 국회의장), 구평회(LG그룹 창업고문) 등 15명이 맡고 있다.

***지난 97년 대선때도 학벌주의 조장 앞장**

총동창회 관계자는 그러나 문제의 만평이 게재된 경위와 관련, "두달에 한번씩 만평을 그리는 이 교수가 마감날 만평을 보내와 내용을 보지도 않고 실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각계 지도급 동문들에게 보내지는 회보의 만평이 과연 그렇게 졸속적으로 게재됐는지에 대해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이 교수는 지난 97년 대선 당시에는 자신의 모교인 경기고 동창회가 발행하는 '경기 동창회보'에 노골적으로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만평을 그려 큰 물의를 불러 일으켰다. 대선 운동이 한창이던 97년 8월 무렵의 일이다. 그는 8월10일자 경기 동창회보에 '이제는 깃발을 올릴 때...'라는 부제와 함께 청와대 안마당에 경기고 교기를 게양하는 내용의 만평을 그렸었다.

***만평도 사회적 발언, 책임 물어야**

문제의 이원복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단순한 만화가 이상의 대접을 받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다. 그는 특히 40, 50대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만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75년부터 소년한국일보 등에 연재된 <사랑의 학교>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 등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75년부터 85년까지 상업미술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돌아온 이후에는 자신의 10년간 유학생활을 토대로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대작을 발표해 지성있는 만화가로서 성가를 높였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지난 2000년까지 4백만부나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는 96년부터는 조선일보와 주간조선에 <현대문명진단> <뉴스 뒤집어보기>같은 만화컬럼을 연재하기 시작했으며, 요즘 들어서는 동아일보에 컬럼을 쓰고 있기도 하다.

한마디로 말해 그는 만화가 이상의 컬럼니스트로 사회참여 행위를 계속해온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위치가 있는만큼 이번 이 교수의 만평 내용을 가볍게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다.

서울대 출신의 한 언론인은 "이 교수의 만평은 전체 서울대를 모욕하는 시대착오적이고 반사회적인 학벌주의 조장행위"라며 "이런 만평을 그린 이 교수를 총동창회에서 제명하는 동시에, 이런 만평을 실은 서울대 총동창회 관계자를 문책하고 필요하다면 그동안 명망가들의 사랑방 노릇을 해온 총동창회 조직도 차제에 해체시켜 버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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