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 차 평양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의 북한 체류가 8일로 사흘째다.
실무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은 비건 대표의 방북 사실 자체를 보도하지 않고 있고, 미국도 협상에 신중을 기하며 언론 발표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협상이 진행 중이다. 비건 대표는 북한에서 그의 카운터파트인 김혁철과 만나 협상하고 있다"고만 했다.
그는 비건 대표의 평양 체류 기간에 대해서도 "현시점에서 추가로 발표할 것은 없다"고 했다. 회담 개최 도시가 베트남 하노이인지 다낭인지에 대해서도 "준비가 되면 발표될 것"이라고만 했다.
청와대도 비건 대표가 전날 서울로 돌아왔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하며 "비건 대표는 평양에 있다"고 확인했다.
오는 27~28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2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밀도 있는 조율이 불가피해 비건 대표의 평양 체류가 예상보다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도시 확정과 의전 및 경호를 비롯해 북한의 비핵화 이행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 종전선언 여부 등을 놓고 사실상 '끝장 담판'을 벌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양측이 서로에게 과감한 조치를 기대하는 가운데, 관심은 영변 핵시설 및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시설 폐기와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대북 제재 완화가 맞교환될지 여부다. 미국이 제재 완화에 빗장을 걸면 북한도 비핵화 조치를 최소화하는 논의구조여서 이 협상 결과가 '빅딜'이냐 '스몰딜'이냐를 가르는 기준점이 된다.
이와 관련해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우리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도달할 때까지 유엔 제재를 이행할 것"이라며 "제재 완화는 비핵화에 뒤따를 것이라는 것을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비건 대표가 방북 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언급했던 종전선언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될 것인지도 관심을 모은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데드라인인 3월 1일 전에 시 주석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혀 남북미중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 종전선언에 합의하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데드라인 전에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당초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북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관측에 기초해 종전선언 가능성이 부각됐었다.
다만 체제안전 보장과 평화체제 구축도 북미 협상의 핵심 사안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종전선언 원칙에 합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자가 종전에 관한 원칙적 합의를 이루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계기로 남북이 이를 재확인한 뒤 관련국인 남‧북‧미‧중이 모두 모이는 계기를 마련해 4자 종전선언으로 마무리하는 수순이다.
실무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비건 대표가 주말까지 북한에 체류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외교 당국자들은 그가 8일 서울로 돌아와 우리 정부와 협상 결과를 공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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