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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美ㆍ日관리들에게 1억달러 뇌물 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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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美ㆍ日관리들에게 1억달러 뇌물 살포

부시대통령의 핵심참모들도 뇌물 수수

대만의 유명 일간지와 잡지들이 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총통이 비밀리에 1억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해 미국과 일본 고위층관료들을 상대로 '금전외교'를 펼친 사실을 연일 폭로, 국제 스캔들로 비화되고 있다.

대만측은 이같은 금전외교를 "대만이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실용외교"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뇌물을 받은 당사자들은 곤혹스런 상황으로 몰리고 있어 이번 상황이 향후 대만의 국제외교적 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부시행정부에도 뇌물공세**

홍콩과 대만에서 동시 발매되는 대중 주간지 '넥스트(壹)'는 18개월전 잠적한 대만 국가안전국(NSB)의 리우관쥔(劉冠軍) 전 대령이 빼돌린 이 기밀 문건을 기초로 연일 폭로기사를 터뜨리고 있다. 이들 매체들은 비밀문건의 복사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밍더계획(明德專案)'이라는 암호명이 붙은 문건에 따르면, 리 전 총통은 총통 재직시절이던 97년 개정된 미-일 신(新)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대만의 입지를 반영하기 위해 아키야마 마사히로(秋山昌廣) 전 일본 방위청 사무차관에게 10만달러를 제공했으며,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에게도 1만 달러와 고가의 선물을 전달했다. 아키야마 사무차관의 경우 퇴임후 하버드대 연수비 명목으로 10만 달러를 받았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지는 27일 "리 전 총통이 집권 당시인 99년 2월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소(CSIS) 산하 퍼시픽 포럼에 10만달러(미화)를 기부하도록 지시, 이 자금이 하버드대 연수중이던 아키야마에게 전달됐으며 제임스 켈리 미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당시 이 포럼의 회장이었던 것으로 문건에 나타나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의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미국에 대한 비자금 제공은 보다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기 위해 캐시디 앤드 어소시에이트라는 워싱턴의 홍보대행사에 막대한 자금이 건네졌다는 것이다.

이 홍보대행사의 칼 포드 회장은 99년에서 2000년 사이 리 전 총통이 권좌에 있을 때 대만을 방문했으며, 포드 회장은 그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국무부 정보연구담당관으로 입각했다. 그는 부시가 지난해 40억 달러에 이르는 대만 무기구입 요청을 승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실용외교가 없었다면 대만은 생존공간을 찾지 못했을 것"**

리 전 총통은 이번에 알려진 비자금 제공뿐 아니라 집권 기간 동안 광범위한 '금전외교'를 구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만의 중국시보(中國時報)는 지난 94년 외교관계를 3년 연장하는 대가로 남아공에 1천1백만 달러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리 전 총통은 26일 '금전외교'를 했다는 의혹과 관련, "이같은 실용(務實)외교가 없었다면 대만은 생존 공간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며 말해 미·일 등을 상대로 군사·외교관계 구축을 기도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현재 대만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29개국. 그러나 대부분이 개도국이며 작은 나라들이다.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 같은 강대국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뇌물 제공도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게 대만 지도부의 생각이다.
이에 대만 집권당 민주진보당과 리 전총리를 지지하는 대만단결연맹들은 국가기밀을 누설한 관련자들을 중형으로 다스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런 여론에 따라 대만 사법당국은 넥스트 매거진의 사무실과 인쇄소, 담당기자의 거주지 등을 수색하고, 중국시보의 편집장을 반역죄로 기소했다.
반면 국내외 언론들은 이러한 조치를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내부단속을 못한 잘못을 언론에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리는 이에 대해 "국가안보 못지 않게 언론자유의 중요성도 크다"면서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냈다.

한편 대만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미국 등의 고위층 관료들은 한결같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그러나 미국 등이 그동안 대만의 고립이라는 약점을 최대한 활용해 무기판매를 강행하는 등의 횡포를 부려온 대목을 볼 때, 이들의 뇌물 수수 혐의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요컨대 이번 스캔들은 미국, 일본 등 이른바 선진국의 관리들이 겉으로 깨끗한 척 행세하는 것과는 달리, 내부적으로 얼마나 부패했는가를 보여주는 한 증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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