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보험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세계최대 복합금융그룹인 시티그룹이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계열사를 떼어내는 그룹 해체작업에 나섰다.
시티그룹의 이같은 행보는 그동안 수익성을 무시한채 '합병'만을 지상목표로 삼아온 다른 금융사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시티그룹은 지난 98년 합병했던 손해보험사 트래블러스를 올해말까지 완전분리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가운데 21일(현지시간) 트래블러스의 지분 21%를 성공리에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시티그룹 산하의 증권사인 살로먼 스미스바니가 주간사를 맡은 이번 상장주식의 공모가는 주당 18.50달러로 당초 예상치 16달러보다 높게 결정돼, 시티그룹은 이번에 2억1천만주를 매각함으로써 39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번 상장은 AT&T 와이어리스 서비스, 크래프트 식품, UPS, 코노코에 이어 미국 증시 사상 5번째로 규모가 큰 것이었다.
이로써 트래블러스의 시가총액은 1백90억 달러로 올스테이트사(2백64억 달러)에 이어 시가총액 2위로 올랐다.
트래블러스 주식을 사들인 한 펀드매니저는 "9.11사태 이후 보험료가 올라가고 있어 이 분야의 선도기업인 트래블러스가 투자 매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티그룹은 지난해말 "소비자 금융과 신흥시장 등 고수익 사업에 치중하기 위해 트래블러스를 분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개인보험 상품 판매, 특히 저소득층 대상 보험상품에서 손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시티그룹의 CEO 샌포드 윌은 "20%의 수익을 기대했던 미국 4대 보험사 트래블러스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이 약 15% 선에 머물렀기 때문"이라고 매각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트래블러스의 분리 방침은 '원스톱 금융서비스'와 금융상품 교차판매를 기존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당초의 사업모델을 포기한 것이다.
동시에 90년대 열풍처럼 전세계 금융계를 강타했던 '합병 신드럼'에도 일정부분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9.11 사태로 트래블러스는 4억9천만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그러나 보험료가 올라가면서 주가도 동반 상승하자, 1위 AIG와 2위인 스위스 재보험 등 보험사들이 앞다투어 주식과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지난해 12월19일 트래블러스 상장계획을 발표한 이후 모그룹인 시티그룹의 주가도 3.1% 올랐다. 이번 상장은 보험사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상장 시점을 절묘하게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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