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개혁은 지금까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금융이 일본 금융을 앞지르며 싱가포르 등과 함께 아시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높은 평가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홍콩의 경제주간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지(FEER)는 최신호(3.28)에서 "은행 민영화, 부실채권 정리, 국제수준의 경영 도입 등 한국정부의 금융개혁 노력이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국민은행 등 우량은행들의 경우 제 궤도에 올라섰으나, 정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경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FEER지는 따라서 한국 정부가 금융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높은 매각가격과 국제금융기법 도입'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은행 민영화를 단행해야 한다는 금융전문가들의 주장을 소개했다.
FEER의 보도는 다분히 '서방자본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과연 그들의 주문은 어떤 것인가,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하에 FEER의 주요내용을 소개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생각을 버려라"**
삼성경제연구소의 김경원 상무(해외경제실장 겸 금융팀장)는 FEER의 인터뷰에서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하면서 국제수준의 경영을 도입해 은행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지만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기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한국은 현재의 일본 꼴이 날 수도 있다"며 "일본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은행 부실화에 기인하고 있는만큼 한국도 민영화로 은행건전성을 높여야 일본식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SBC증권 서울지점의 조나단 해리스 연구팀장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집권당으로서도 신속한 은행 매각으로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1백55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회수율은 현재 26% 정도로 저조해 정부는 야당의 비난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올해안에 회수율을 30% 선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내년까지 우선 조흥은행의 정부 보유지분 80% 중 30%를 해외예탁증서(DR) 발행과 전략적 투자유치 등을 통해 해외투자자에게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6월에는 100% 정부소유인 우리금융지주회사 지분 10%를 상장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우리 금융지주회사의 정부 지분은 1년내에 5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한 매각대금은 10억 달러로 예상되며 다른 은행 매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두 은행의 매각이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는 은행 매각노력에 연쇄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간 끌면 추가부실 위험성"**
그러나 FEER지는 "서울은행이 3년이 지나도록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했으며 현대그룹 금융3사 매각도 1년 넘게 걸린 협상 끝에 결렬되었다"는 사례를 들며 은행 민영화를 신속하게 성사시키려면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은행과 현대그룹 금융3사의 AIG에의 매각협상이 결렬된 것은 잠재부실에 대한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타협을 이끌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9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탈에게 잠재부실에 대한 풋백옵션을 허용한 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 정부는 이후 풋백옵션 제공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한국정부가 은행 민영화를 통해 달성하려는 궁극적 목적은 국제수준의 금융경영기법 도입에 있는 만큼 지금이 그나마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 절호의 기회"고 조언한다.
정부도 대형상업은행을 비은행계보다는 은행계 금융기관이 경영하게 되길 바라고 있다. 은행계 회사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하는 반면, 사모펀드나 기타 금융회사들은 단기차익을 노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서울은행 인수 협상을 했던 세계적인 다국적 은행 HSBC와 도이체 방크 등 국제적 은행에 매각되지 않으면 국제수준의 경영으로 한단계 도약하는 민영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은행계로서는 이미 세계적 금융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칼라일 그룹과 JP모건 컨소시엄이 한미은행의 지배주주가 되었고, 독일 보험금융회사 알리안츠는 하나은행의 최대주주다. 미국의 골드만 삭스와 네덜란드의 ING그룹은 국민은행의 지분을 사들였다.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는 우리금융지주회사에 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최대주주가 된 외국계 은행으로는 외환은행의 지배주주가 된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유일하다.
또한 시간이 지연될수록 부실기업의 대출채권도 언제든지 부실채권으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신속하게 매각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ING베어링스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은행개혁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를 깨끗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지분 매각을 추진중인 우리금융지주회사와 조흥은행을 가능한 한 빨리 민영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FEER지도 "우리금융지주회사가 계획대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 은행업계의 회계 및 공시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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