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적잖은 이견을 보여 온 방위비 분담금 협정 협상을 이번 주 내에 타결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여정의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이달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집중하기 위해선 한미동맹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 짓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한미가 공감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은 올해부터 적용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이번 주 내에 최종적으로 타결한다는 방침에 따라 막판 조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일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이 제시한 유효기간 1년을 우리가 받아들이는 대신 금액은 미국이 당초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던 10억 달러(1조1천305억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합의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
방위비 협상의 양대 쟁점 중 기간은 우리가 양보하는 대신 금액에 대해선 미국이 우리 측 의견을 수용하는 '주고받기'가 이뤄지는 것이다.
당초 우리 측은 유효기간 1년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절충 과정에서 미국 측이 액수에서 양보하면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지난해 말 '최상부 지침'임을 거론하면서 우리 정부에 '계약 기간 1년'에 '10억 달러' 분담을 요청했다. 이에 우리 측은 '1조 원'과 '계약 기간 3∼5년'을 제시하며 맞서며 협상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형국이었다.
결국 양측은 지난해 3∼12월에 걸쳐 10차례 협상을 진행해 온 수석대표 차원을 넘어 고위급 소통을 통해 이견을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가 지난달 28일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논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양측은 이 과정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한미동맹에 부담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조속히 타결하자는 공감대 아래에서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서 양측이 '돈' 문제로 갈등을 빚는듯한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인식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 등 비핵화 문제에 한미가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인식도 작용했다"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방위비 협상이 부담이 돼선 안 된다는 미국 쪽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외교가에서는 그간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 않으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의 하나로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한미 외교당국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비핵화 협상은 연결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대로 이번 주에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마무리되면 한미는 훨씬 홀가분하게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선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임금 지급에 차질이 없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타결이 필요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협상 미타결 시 4월 중순부터 한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급휴직 시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혀 왔는데, 국내 비준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협상이 타결돼야 임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
한미가 유효기간 1년짜리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합의한다면, 우리로서는 국회 비준이 끝나기 전에라도 내년 이후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이번에 1년짜리 협정문에 서명한다 해도 다음에도 그렇게 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아무래도 유효기간을 늘려 협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을 말한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인다. 작년 한 해 한국의 분담액은 9천602억원이었다.
협상이 타결되면 양국 수석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협정문에 가서명한 뒤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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