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오르막길이었다. 길은 거칠고 날씨는 궂었다. 해고자들은 거리에 눕고, 고공에 오르고, 밥을 끊어가며 싸웠다. 숱한 갈등과 회한과 우울과 무기력감에 시달렸고, 긴 세월 위에서 하나 둘 떠나는 동료의 등을 지켜봐야 했다. 부당함은 명백했지만 그것을 되돌리는 일은 간단치 않았다.
어느새 머리가 하얗다. 정년의 나이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복직을 기다린다. 복직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에게 복직은 그 이상의 의미다. "명예롭게 복직해서 명예롭게 퇴직하겠다". 정년을 맞은 해고자의 말이다.
긴 세월이 앗아간 것은 셀 수 없지만 의미 없는 시간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삶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고마운 사람들과 숱한 빚을 지고 갚았다. 잃은 것들의 자리에 다른 것들이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다.
참으로 긴 시간. 이제는 정말 끝내고 싶다. 최장기 투쟁 사업장이라는 불명예도 내려놓을 때가 됐다. 늦었지만 전직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석연찮던 판결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장기 투쟁 사업장들이 속속 노사 합의로 농성을 끝내는 요즘 이들도 오래 묵은 축하를 받고 싶다.
2007년 4월 시작된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싸움이 12년, 햇수로 13년차를 맞았다. 콜텍 해고자들은 ‘끝장 투쟁’을 선언하고 10일 광화문의 천막을 콜텍 본사 앞으로 옮겼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이후 '사법 농단'의 피해자이기도 한 콜텍 해고노동자들의 천막을 들여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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