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4일 남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안했다.
북한의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는 이날 전통문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 지구 관광이 1년 6개월이나 중단되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달 26일, 27일 금강산에서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판문점 채널로 북측의 통지문을 접수했다고 밝히면서 "제안에 대해 검토 중이며, 검토 후 정부의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5일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 간담회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해 "북한에서 당국간 회담 제의를 정식으로 해오면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번 제안을 수용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측은 지난해 11월 금강산 관광 11주년 기념행사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열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당시 통일부는 "사업자간 협의를 공식 회담 제의로 볼 수 없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정부가 접촉 제안을 수용해 회담이 열릴 경우 남측이 내건 소위 '관광 재개 3대 조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관광 재개의 첫째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약속, 남측 관광객의 신변안전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관광 재개를 검토한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북측은 작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회장을 만나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안전이 철저히 보장될 것"이라고 밝힌 이상 필요한 조치를 다 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북측이 이번 접촉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보아 '3대 조건'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남측이 관광 대가를 현금이 아닌 현물로 지급하겠다는 새로운 제안을 할 경우 관광 재개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11월 관광 대가 지급 방식의 변경을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 문제는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가 가고 있는 상황과 걸려 있다"며 변경 요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7월 '대북 지원이 핵개발로 쓰였다는 의혹이 있다'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북한 아태는 당시 "세계 그 어디에 관광객들이 관광료를 물건짝으로 지불하면서 관광하는 데가 있느냐"며 "해괴한 발상"이라고 거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회담이 열려 이 문제가 공식 제기될 경우 관광 재개는 물거품이 되고 남북관계는 다시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1998년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11일 금강산에서 관광객 고(故) 박왕자 씨가 북측 초병에게 피격당해 사망한 다음 날 정부의 결정에 의해 중단됐다. 개성 관광은 2008년 12월 북한이 육로 통행을 제한·차단하면서 개시 1년여 만에 중단됐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이날 제의에 대해 남북관계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의지를 떠보는 동시에 북미대화를 앞두고 우호적인 대화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광광 재개에 따른 경제적 이득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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