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개봉일이 언제죠?"
"3월8일경으로 잡았다는데..."
"영화는 좋은데 요즘 분위기로 봐서는 직배영화라 힘들 것 같아."
지난주말 한 직배사가 배급할 예정인 '라이딩 위드 보이즈(RIDING IN CARS WITH BOYS)'의 시사회장에서 영화관계자와 배급업체 직원이 상영이 끝나고 나오면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다.
***할리우드 직배사, 반미감정 확산에 긴장**
이날 상영된 영화는 미국판 '고양이를 부탁해'라고 할 만큼 진지하게 여성의 정체성문제를 다룬 작품. 드류 베리모어, 제임스 우드 등 인지도가 높은 배우가 출연한 작품이었지만 배급업자나 극장업자들은 이 작품이 지닌 작품성과 상업성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미국영화는 '블랙호크다운'이나 '콜레트럴 데미지'같은 미국흥행 1위의 액션대작들조차 '공공의 적'이나 '2009년 로스트메모리'같은 한국영화와 흥행대결에서 맥을 못 추고 있는 실정에서 앞으로 얼마간은 반미감정이라는 악재를 하나 더 안고 개봉해야 할 실정이기 때문이다.
한 배급업자는 "작년에 개봉한'무사'가 그렇게 관객이 안들 영화가 아닌데도 9.11테러가 터지면서 분위기 타서 관객이 뚝 떨어진 것만 봐도 흥행은 작품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분위기를 탄다"면서 "한두어달 묵힌 뒤에 개봉하면 좋을 미국영화들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공공의 적'의 시나리오 작가인 백승재씨는 그러나 "당분간 '오노(반미)효과'가 있겠지만 곧 있을 아카데미상 특수를 노리는 미국영화들의 공세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영화계가 계속해 작품으로 승부할 생각을 해야지, 안이하게 최근 확산된 반미감정에 의존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영화 주수요층인 젊은층의 반미의식 주목해야**
우리 영화업계는 이전에도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일본영화의 강력한 개방공세를 일본 각료들의 연이은 '망언'과 역사교과서 문제 등에 따른 국민들의 반일감정에 힘입어 비교적 손쉽게 막아 낸 경험이 있다. 비슷한 상황이 지금 재연되고 있다.
이번에는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반미감정은 김동성 선수의 금메달 박탈을 계기로 영화의 주된 수요층인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층 사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최근 개설된 사이트 '미국제품불매운동'에는 맥도날드햄버거에서 IBM컴퓨터에 이르는 다양한 불매품목 리스트에 '오션스 일레븐' '뷰티풀 마인드' '바닐라 스카이'등 미국영화를 집어넣고 있기도 하다.
지난주말 3일간의 흥행에서 영화관계자들의 예상을 뒤업고 오랜만에 미국영화인 '뷰티풀 마인드'가 1위를 차지하긴 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에만 8개 부문이 노미네이트될 정도의 수작이다.
하지만 주요 영화관련 저널들은 이런 결과가 영화의 제작사인 드림웍스(SKG)의 대주주이기도 한 CJ엔터테이먼트가 라이벌 배급사를 견제하기 위해 계열극장들을 총동원하는 배려를 해준 덕택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어쨌든 한국영화는 반미감정의 확산으로 인해 시장점유율 50%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보다 유리한 조건 하나를 더 갖게 됐다는 게 영화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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