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감정이 격화되면서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한국에게 미국이 더 이상 절대적 맹주가 아닐 수도 있다는 실질적인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3만7천명의 미군을 주둔시켜 공산주의로부터 한국을 방어해주는 미국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반미감정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미국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한 외국인 칼럼니스트는 우리가 미국을 대하는 태도를 "외교적으로는 눈치, 경제적으로는 견제, 개인적으로는 친밀,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사안에서는 반미" 등으로 대단히 복잡다단하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요즘 한국의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미국보다 중국에 더 친근감이 간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오가고 있다. 미국이 최근 긴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미, 한ㆍ중간 긴밀화에 바짝 긴장**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한국국민들 사이에 중국에 대해 경제적 관계를 넘어서 강한 중국바람, 이른바 한류(漢流) 열풍이 불기 시작해 차이나 타운이 번성하고, 중국어 학원이 성업중이며, 중국행 관광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외교적 동맹관계에 있어 언제나 미국을 떠올리던 시대가 지나고 그 대신 미국의 대안으로 중국이 급속도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런 변화에 대해 한국의 친미인사들은 중국과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한국의 서구식 민주주의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러다간 한국이 중국의 속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이 독자적인 입장 변화에 따라 동북아시아 지역의 힘의 균형추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종전의 한국은 미국의 동맹으로서 동북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중국과 일본 사이의 완충역할을 수행해왔다.
따라서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면 동북아시아에 힘의 공백이 생겨 중국과 일본의 군비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 주중 미국 대사 스태플턴 로이는 "동북아시아 지역이 세계에서 매우 위험한 지역이 될 수 있다는 이유는 북한 자체보다는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친밀해지면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큰 도움**
그러나 한국과 중국이 보다 가까워지면 평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증가할 것을 우려해 남북통일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상호이해가 증진되면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지지하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종하 전 외교장관은 "지난해 미군 정찰기가 중국에 추락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국이 외교적 지원을 한 것처럼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긴장완화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도 연두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중국은 특별한 관계다.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두 나라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과 한국은 수천년동안 전통적인 우방이며 문화교류국"이라고 언급했다.
김대통령은 또한 "중국은 3대 무역국이며, 우리가 두 번째로 투자를 많이 하는 곳"이라면서 "남북간 철도(경의선) 연결사업은 거대한 시장인 중국 전역에 직접 진출할 수 있게 되고,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한반도 시대를 열어 민족과 국가의 장래에 일대 융성기를 가져올 수 있는 과제"라고 중국과 한국간의 비전을 역설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은 대미수출의존도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 밀착하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은 무역이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중국시장이 개방되는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한국과 중국은 40년간 냉전시대를 지낸 뒤 1992년 외교관계를 재개한 이래 전면적인 협력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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