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로의 이민'이라고까지 일컬어졌던 이주 열풍이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달 1천명씩 제주로 보금자리를 옮기던 이주인구가 지난해 12월 50명에도 못 미칠 정도로 급격히 추락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에 정착한 이주인구를 의미하는 순유입 인구(전입자에서 전출자를 뺀 인구)는 지난해 8천853명이다.
최근 5년간 순유입 인구를 보면 2014년 1만1천112명, 2015년 1만4천257명, 2016년 1만4천632명, 2017년 1만4천5명 등 1만명 넘는 사람들이 새로 제주에 정착했으나 지난해에는 8천853명을 기록하며 1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연간 수치를 보면 그 변화의 정도가 크게 와닿지 않지만, 2018년 월간 순유입 인구를 보면 확연한 변화를 알 수 있다.
지난해 월간 순유입 인구는 1월 1천38명으로 시작해 6월에는 766명, 9월 467명, 11월 259명으로 줄어들더니 12월에는 47명에 불과했다.
매달 1천명 넘게 꾸준히 이어오던 이주인구가 지난해 들어 계속해서 감소하더니 50명도 채 되지 않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제주로의 이주 열풍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제주는 2009년까지 전입자보다 전출자가 많은 '전출초과' 지역이었지만, 2010년부터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순유입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순유입 인구는 2010년 437명, 2011년 2천343명, 2012년 4천876명, 2013년 7천823명, 2014년 1만1천112명 등 꾸준히 늘어났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1만4천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갑자기 곤두박질쳤다.
이주 열풍이 꺼진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제주도가 발표한 '2018 제주사회조사 및 사회지표'에 따르면 제주로 이주한 지 10년 미만인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주를 결심한 주된 이유는 '회사 이직 또는 파견', '새로운 직업·사업 도전', '새로운 주거환경', '자연과 함께하는 전원생활', '건강·힐링을 위한 환경', '자녀의 교육환경', '퇴직 후 새로운 정착지' 등이다.
하지만 '한 달 살기'에서부터 완전히 정착한 이주민에 이르기까지 제주살이 경험자들이 늘어나면서 이주민들이 몇 가지 문제점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로 과잉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논란이 이어지면서 자연환경과 더불어 삶의 질을 찾아 제주에 오던 사람들이 더는 제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또 농업과 서비스업 등 새로운 직업·사업을 찾아 많은 사람이 도전했지만, 실패를 경험하거나 과도한 경쟁으로 말미암아 만족스러운 소득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인해 주거환경 역시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언어와 관습 등 지역 문화 또는 지역주민과의 관계 면에서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언제 제주 인구가 감소세로 접어들지 모른다.
2014년 1월만 하더라도 당시와 같은 인구 증가세를 이어간다면 2018년에는 제주 인구가 70만명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순유입 인구가 감소하면서 현재로서는 70만명 돌파는 요원한 상황이다.
제주 이주 10년 이내 이주민 중 54.2%가 제주도에 평생 거주할 의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뒤집어 보면 절반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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