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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거품론' VS 은행의 '대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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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거품론' VS 은행의 '대세론'

'가계대출 논쟁' 불붙어

나날이 급증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의 가계대출을 둘러싸고 정부와 금융기관이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금융관련 유관부처들은 연일 금융기관들의 가계대출 증가에 제동을 걸기 위한 각종 제재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내년 이후 금융기관의 2차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해당 금융기관들은 이같은 정부조치에 내심 반발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아직 과거 개발연대의 '기업금융 위주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금융기관들의 손을 들어주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IMF는 "아직 한국의 가계금융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가계금융으로의 은행대출구조 재편은 필연적 과정"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경쟁적인 경제부처들의 가계대출 제동**

정부는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한 제재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우선 한국은행의 전철환총재는 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후 기자간담회에서 "지나친 가계대출은 경제여건 변화때 집단 부실화를 불러 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며 "이와 동시에 가계대출 증가는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의 자금난을 악화시켜 경제전반에 부담을 준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이같은 총재 방침에 따라 가계대출보다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을 많이 하는 은행에 낮은 금리(연 2.5%)의 한은 총액한도대출 자금을 더 많이 배정하기로 했다.

한은에 따르면, 1월말 현재 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은 1백73조2천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8천억원 늘었다. 또한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일반은행의 전체여신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7.3%로 잠정집계됐다. 이는 99년말의 34.3%, 2000년말의 39%와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한은에 앞서 재경부와 금감원도 가계대출 급증에 경쟁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서고 있다.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지난달 31일 "은행의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은행에 새로운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감원은 이에 맞춰 은행들에게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추가적립을 지시했다. 금감원은 또한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요인중 하나인 카드대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취급비율(카드론 포함)을 내년까지 50%이하로 낮출 것"을 지시했다.

재경부의 금융시장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내년부터는 가계대출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화가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럴 경우 현재 우량은행으로 분류되고 있는 은행들도 부실은행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개입은 또다른 '관치'**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제재조치에 대한 일선 금융기관들의 불만은 크다.
정부가 구시대적인 '기업금융 중심론'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우량은행의 한 임원은 "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장사를 하던 기업금융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사실을 아직도 정부가 인정하려 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 기업은 자신의 신용을 바탕으로 증권과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은행은 개인대출에 치중해야 하는 시대"라고 정부정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은행들이 마치 아무런 기준없이 경쟁적으로 가계대출을 하고 있는양 매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IMF사태후 은행들은 나름대로 엄격한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안전위주의 대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IMF사태후 대다수 우량기업들은 자신의 신용으로 채권 및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쓰고 있다"며 "현재 정부에게 은행이 대출을 안해줘 정상적 영업활동을 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갚지못하고 있는 한계기업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이들 한계기업의 목소리만 듣고 자금흐름을 가계대출에서 기업대출로 바꾸려는 시도는 또다른 '관치'가 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IMF, "한국금융 아직도 전근대적 수준"**

이처럼 정부와 금융기관간 논란이 벌어지는 있는 와중에 IMF가 지난 12일 발표한 한국연례보고서에서 금융기관들 손을 들어주고 나서 주목된다.

IMF는 "97년 경제위기이래 한국금융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가계금융의 증가로 9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3%이던 가계대출 비율이 2001년말에는 28%로 배이상 늘어났다"며 "이를 전체 은행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살펴보면 97년의 30%에서 2001년말 42%로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IMF는 그러나 "이같이 전체대출에서 가계금융이 차지하는 비율 42%는 아직 선진국수준보다 낮은 수준으로,아직 한국금융은 '기업의 은행의존적 일본형'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요컨대 최근 가계대출 증가는 선진국형으로 재편되는 과정으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시각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금융계에서는 일반화된 상식이다.
한 예로 지난 97년 런던에서 열린 '범지구 개인금융서비스회의(GPFSC)'에서 발표된 국가별 은행산업의 수익구조를 보면, 채권,주식 등 직접금융시장이 발달한 금융선진국의 은행일수록 전체 수익구조에서 소매금융이 차지하느 비중이 크다.

한 예로 인도의 경우 소매금융과 도매금융간 비율이 25대 65를 차지하고 있고, 태국도 비슷한 25대 55, 터키는 20대 55를 차지하는등 금융후진국의 경우 기업들이 갖다쓰는 도매금융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에 미국은 소매금융과 도매금융간 비율이 55대 25, 독일은 60대 25 등으로 금융선진국일수록 소매금융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금융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열린 '가계 금융부채 현황과 문제점'이라는 세미나에서 가계대출 급증원인을 "은행들이 금융위기이후 기업금융 위주에서 안전성과 수익성이 높은 가계대출의 비중을 늘리고 가계 입장에서는 저금리에 따른 자금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따라서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를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리지 않는 것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요컨대 은행들에게는 개인신용평가시스템 개선 및 대출심사 강화만 요구해야지 그 이상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업금융 문제는 회계제도 투명성 강화 및 채권.주식시장 발달을 통해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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