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중국과의 마찰이 증대되고 있다. 올 가을부터 대만 여권에 `타이완'이라는 단어를 추가한다는 방침에 대해 중국 정부는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시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중국측은 미국의 부시 정권 출범후 대만의 독립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앞으로 '중-미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경제통합과 정치적 통합과는 별개**
홍콩의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FEER)지는 최신호에서 “천수이볜(陳水扁)총통이 이끄는 대만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은 겉으로는 중국과 정치경제적 관계를 보다 긴밀히 하겠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대만을 독립국가로 만들어가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천 총통은 “양안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떤 것도 다 환영하지만 대만 국민들의 민주적 결정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천 총통과 민진당이 대만독립을 지지하는 정책으로 국민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 민진당의 천수이볜 총통은 중국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국민당을 누르고 지난 12월1일 집권했다.
천 총통 집권후 대만의 역사를 가르치는 학교가 늘어났고, 중국문학을 외국문학으로 취급하는 대학들도 나타났다. 대만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본토 출신들은 진보당에 우호적인 언론에서 ‘거류외국인’으로 지칭되곤 한다.
중국은 양안 경제교류가 진척되면 정치적 통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FEER지는 “중국 정부의 희망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년간 양안 경제교류가 확대되면서 대만독립을 지지하는 진영이 대만의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경제통합이 반드시 정치적 통합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부시 정부 출범후 대만 독립 분위기 고조 **
중국도 이런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지난 1월 24일 첸치천(錢其琛) 중국 부총리는 "대만 민진당 인사들이 본토를 방문할 수 있다"고 발언, 대만 민진당을 인정하는듯한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이를 2월 21~22일 북경에서 열리는 장쩌민과 부시의 정상회담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예상보다 확고하다는 평가에 따라 중국이 양안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침으로 선회했다는 관측이다.
그 근거로 들 수 있는 것이 클린턴 행정부 때와는 대조적인 부시 행정부의 태도다. 천 총통 등 대만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미국 내에서 자유롭게 의회 관계자 및 주정부 인사들을 만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과 대만의 군사적 협력도 주요무기 판매를 허용하는 등 그 어느때보다도 공고하다.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서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있다는 지난해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대만이 공식적으로 독립 선언을 하지 않는 한 대만의 독자 노선을 지지한다는 명백한 신호다.
지난달 미국은 빌 클린턴 전 행정부 때의 대중국 `3불정책'을 폐기할 것임을 대만에 통보했다.
클린턴 당시 대통령은 1998년 6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의 상하이 회담에서 △`2개의 중국'이나 `하나의 중국과 하나의 대만' △대만 독립 △대만의 유엔 등 국제기구 가입 등 3가지를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3불' 방침 시행을 약속했다.
이후 미국 상·하원내 공화당 주축의 친대만파 보수인사들은 3불정책이 대만의 희생을 담보로 중국과 관계개선을 노리는 것이라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부시정부 출범후 친 대만 정책이 노골화되면서 중국과 대만간에 정치적 긴장이 재연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월30일 뤼슈롄(呂秀蓮) 대만 부총통의 대륙방문 용의 발언이 나오자 "천수이볜과 뤼슈롄은 대륙을 방문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장밍칭(張銘淸) 대변인은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민진당 인사들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들 2명(천 총통과 뤼 부총통)은 민진당내 다수 사람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면서 총통, 부총통의 방중을 거부했다.
장 대변인은 뤼 부총통의 방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녀가 대만독립에 대한 자기의 입장을 포기했다고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중국과 대만이 1개 국가라는 '1개 중국 원칙'은 대단히 견고한 것이며 우리는 절대로 1개 중국 원칙을 완화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콩경제일보도 획기적인 내용으로 관측통들의 주목을 끈 첸 부총리의 1.24 평화 제의가 오는 9월의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에서 장쩌민 주석으로부터 대권을 이어 받을 후진타오 부주석의 길을 예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또 그동안 대화 상대로 인정치 않았던 민진당 인사들이 '적절한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도 '독립주의자들의 방문 불허' 입장을 견지한 첸 부총리의 발언은 중국의 정책이 민진당의 분열 기도 등 대만에 대한 분할통치(分而治之) 방향으로 수정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적절한 신분’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 개인 자격’ 등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다.
***중국, 대만 사정거리에 미사일 3백50기 배치**
미국방부 관료들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3백50기의 단거리 미사일을 대만 사정거리 안에 배치했으며 매년 50기의 미사일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분리독립 움직임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중국으로서는 힘으로 저지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빠르면 2007~8년, 혹은 신해혁명 1백주년이 되는 2011년에 대만통일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중국은 대만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고, 대만이 장기적인 통일협상에 임하지 않을 경우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냉전시대에는 미소관계가 국제정치일반을 결정한 문제라면 지금은 중미관계가 그런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90년대 들어서 중국과 대만이라는 양안관계는 중미관계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양안관계를 놓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중국간의 분쟁이 발생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생기면 한국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한미상호방위조약 3항에 의해 미국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은 중국과 적이 될 수도 있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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