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렇게도 신임했던 이기호 경제수석마저 '게이트'에 휘말려들면서, 의혹의 불똥이 권력 최고핵심으로까지 번질 노골적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7일 "김대통령이 연두 부처 업무보고가 시작되는 2월4일 이전까지 개각을 할 생각을 굳혔다"며 "이번 주중으로 개각이 단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각대상에는 이한동 국무총리도 포함되는 등 조각 수준의 개각이 될 것이며,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이기호 수석 등 비서실 상당수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각은 이미 오래전에 예고됐던 사안으로, 개각 자체가 새삼스런 화제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개각의 폭과 내용이다.
김대통령은 지난주 한승헌 전 감사원장을 비롯한 몇몇 지인들과 청와대에서 독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화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개각 등 포함한 향후 정국운영과 관련한 조언을 들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인선 작업은 상당한 막판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다수 외부인사들이 현정권의 마지막 각료로 참여하기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관료들은 정권 말기 여부와 상관없이 개각에 합류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국면을 전환시킬만한 거물급 외부인사들은 한사코 입각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박지원 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으나, 이 또한 실현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박 전수석에 대한 김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히 변함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전수석이 청와대를 나간 뒤 김대통령이 주위에서 마땅히 '대화할 상대'를 못찾고 있다는 이야기도 청와대에서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청와대 일각에서는 박 전수석의 컴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청와대측이 지난해말 박지원 퇴출에 앞장섰던 민주당 쇄신파들과 접촉해 박의 컴백에 대한 사전동의를 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 전수석의 컴백 가능성은 현재로선 대단히 희박한 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내 여론을 보거나 세간의 여론을 보거나 박 전수석이 컴백하기가 그리 쉽겠느냐"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김대통령이 신임했던 이기호 수석등 청와대 측근들이 잇따라 게이트에 연루돼 낙마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그동안 세간의 의혹설에 적잖이 이름이 거명됐던 박 전수석이 비서실장으로 컴백했다가 만약에 그마저 스캔들에 휘말려 낙마한다면 김대통령은 회복불능의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며 "현재로서 박 전수석의 기용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쓸만한 외부인사들은 한사코 입각을 기피하고 주변에선 믿을 만한 인사들이 없으니, 이번 개각은 역대 어느 개각때보다 김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전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해법'은 있다는 것이 정가의 지적이다.
얼마 전 검찰총장에 이명재 변호사를 기용, 여론의 지지를 얻은 대목을 크게 참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명재 신임 검찰총장 임명은 그가 비호남 출신이며 현정부의 정책에 비판적이던 인사였다는 점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앞으로 단행될 개각 및 청와대 비서실 개편도 마찬가지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게 정가의 지배적 주문이다.
DJ정부 출범후 낙마한 청와대 수석비서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옷로비 사건으로 99년 낙마한 박주선 법무비서관, 지난해말 진승현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신광옥 전 민정수석, 이번에 낙마위기에 처한 이기호 경제수석 등 3명의 수석비서의 공통점은 이들이 '특정지역 인사'는 점이다.
요컨대 특정지역 인사들을 이번에는 배제해야만 비로소 최소한의 개각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 다음으로 대통령의 가신들도 이번에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박지원 전수석 등의 이름이 비서실장 후보로 거명되자 여론은 대단히 거칠어지고 있다. 아직 대통령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이자 불만의 소리이다.
임기말에 마지막 개각을 통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국민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큰 욕심을 내서는 안된다는 게 일반적 주문이다. 그보다는 지금 터지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읽고, 문제의 진실을 파헤치기에 적합한 인사들도 마지막 팀을 짜야 한다는 게 국민여론인 것이다.
어쩌면 지금 김대통령은 그의 40여년 정치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 하겠다. 김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을 지켜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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