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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월 위기설' 급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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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일본 '3월 위기설' 급속 확산

일본공황론 긴급 원인ㆍ파장 분석

“한국처럼 한번 철저하게 무너진 후에야 비로소 일본이 살아날 수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전 일본의 정책관계자가 국내 관계자에게 한 말이라 한다.
이른바 요즘 일본 식자층 사이에 나돌고 있다는 ‘위기대망론(危機大望論)’이다.
우리 식으로 풀자면 “죽어야 산다”는 식이다.

위기대망론에서도 엿볼 수 있듯, 일본열도가 지금 새하얀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일본인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3월 금융위기설’이다.
오는 3월 일본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세계 제2의 경제강국인 일본경제가 침몰할 것이라는 게 3월 위기설의 요지다.

***일본열도를 공포에 떨게하는 ‘3월 금융위기설’**

“3월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고이즈미 일본총리 등 정부관계자들의 잇달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3월 위기설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리어 시간이 흐를수록 위기감의 농도가 짙어지는 분위기다.
그 증거는 부지기수로 많다.

2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는 미달러화에 대해 134.04엔까지 하락, 지난 98년 10월6일이래 3년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쿄시장 폐장후 열린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134.63엔까지 떨어졌다. 엔저(低)의 1차 방어선이라 일컬어지는 135엔 붕괴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읽힌다.

주가도 끝없이 떨어지고 있다.
23일 도쿄 주식시장에서는 닛케이지수가 10040.91로 거래를 마감, 1만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숫자는 지난 85년 5월이래 16년만의 최저치다.
도쿄 증시 제1부의 시가총액은 2년전인 2000년 2월에 비해 1백90조엔(우리돈 1천9백조원)이나 줄어들었다. 이는 2년전에 비해 시가총액이 40%나 줄어든 수치다.

미국의 대일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23일 일본을 방문중이던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은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행한 강연에서 “환율을 조작함으로써 불량채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불량채권 문제에 대해 포괄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고이즈미 정부의 미온적 경제정책을 통렬히 비판했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지난주말 일본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한단계 하향조정하며 추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일본인들도 경쟁적으로 엔화 자산을 팔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일본인의 외화표시자산(외화예금, 외국주식, 외국채권)은 지난해 9월말 현재 전년동기에 비해 29.2% 증가한 10조5천8백억엔으로 밝혀졌다. 일본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감이 ‘셀 저팬(Sell Japan : 일본 팔자!)’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일본의 분위기는 마치 97년말 외환.금융위기 발발 직전의 우리나라를 보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3월 위기설’의 두 가지 근거**

일본경제가 휘청거리다보니 애꿎게 우리나라도 폭풍권에 휘말려들고 있다.

최근 외국인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서 일부 돈을 빼는 것도 ‘일본발(發) 금융공황’ 발발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휘청거릴 경우 엔화가치가 급락하고, 그러면 한국도 ‘후폭풍권’에 휘말려들어가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환차손을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3월 위기설은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닌 것이다.

과연 일본의 ‘3월 위기설’은 현실로 나타날 것인가.
본지는 이와 관련, 23일 익명을 요구한 경제 정부부처 고위 관계자의 긴급 진단을 들어보았다.
“3월 위기설의 골자는 다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3월말 결산때 일본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대규모 주식평가손을 내면서 무더기로 쓰러질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정부는 지난해에 무역수지 흑자가 격감하는 등 금융불안 때문에 실물경제까지 동반몰락할 위기에 처하자 엔화 약세 정책을 취했다. 그 결과 국제수지는 일부 개선됐으나, 금융불안을 가속화시키는 치명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투자가들이 서둘러 일본 투자분 회수에 나섰고, 일본인들 자신도 일본자산을 매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셀 저팬(Sell Japan)' 현상의 출현이다.
이처럼 외국인과 일본인들이 경쟁적으로 일본 주식과 채권을 팔다보니, 오는 3월 결산때 대규모 평가손이 발생해 일본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할 것이라는 게 3월 위기설의 첫 번째 요지다.

두 번째는 오는 4월부터 일본이 예금부분보장제를 실시한다는 사실에서 기인하고 있다.
일본은 IMF사태 발발이전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금융기관이 파산하더라도 예금자의 예금 100%를 정부가 보상해주었다. 그러던 것이 오는 4월부터는 1인당 1천만엔까지만 보상해준다. 금융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중 하나이다.
그러자 부실 금융기관에 돈을 맡겼다가는 돈을 떼일 것을 우려한 고객들이 부실금융기관에서 돈을 빼내 우량 금융기관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오는 3월 극에 달하고, 그 결과 3월에 부실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연쇄도산할 것이라는 게 또다른 3월 위기설의 근거다.”

이 관계자의 지적대로 지금 일본에서는 부실금융기관을 회피하는 고객들의 움직임이 여러 형태로 목격되고 있다.

한 예로 일본은행이 24일 발표한 정기예금잔고 통계에 따르면, 예금보장한도인 1천만엔 이상을 맡기는 개인이나 지방지치단체의 숫자가 격감하고 있다.
2001년 11월말 일본 국내은행의 1천만엔이상 정기예금 잔고는 전년 동월에 비해 16.1%나 감소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지난 93년이래 최고 감소폭이다. 금액으로 살펴보면 1년사이에 1천만엔이상 정기예금액이 24조엔(우리돈 2백40조원)이나 격감했다.
일본은행은 이같은 감소현상이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뢰 부족’이 일본위기의 근원**

이 관계자는 이같은 두 가지 요인외에 보다 본질적인 위기요인으로 일본의 ‘신뢰 부족’을 꼽고 있다.

“미국 등 외국투자가들은 일본에 대해 2차 공적자금을 추가조성해 금융부실을 빨리 해결하고 생산성 증진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하고 있다.
예전에 조성한 17조엔 규모의 1차 공적자금 갖고서는 일본의 금융부실을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일본 일각에서는 30조엔 규모의 2차 공적자금을 조성해 금융부실을 일거에 털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더 큰 문제는 30조엔 갖고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이 외국계 사이에 지배적이라는 사실이다.

외국계 사이에서는 일본의 신규부실이 계속 늘어, 많게는 일본의 금융부실이 최고 1백50조엔(우리돈 1천5백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일본의 주장을 믿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국제사회의 ‘의심’이 일본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3월 위기설이 현실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진단한다.

“일본이 지금 처한 상황을 보면 97년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흡사하다.
그렇다고 3월 위기가 현실로 나타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97년 IMF위기 발발 두달 전까지 과연 위기가 현실화할 것인지를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었다.

더욱이 일본은 두 가지 측면에서 당시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 있다.
하나는 엔저 정책의 결과로, 일본의 수입이 줄어들면서 일본의 국제수지가 조금씩이나마 흑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IMF당시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의 외환보유액이 넉넉하다는 사실이다.”

***한국도 후폭풍권에 휘말려들 것**

이 관계자에게 ‘만약’을 전제로 일본의 3월 위기설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우리에게 미칠 파장에 대해 물어보았다.

“일본의 위기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우리나라도 후폭풍권에 휘말려들 게 분명하다.

우선적으로는 일본의존도가 높은 동남아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동남아보다는 덜하겠지만 원화가 동반절하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등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만약 미국경제가 빠르게 회복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충격을 줄일 수 있겠지만, 미국의 정보통신(IT)산업의 과잉투자 문제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까닭에 현재로서는 미국경제에도 크게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있는 일본자본이 대부분 직접투자여서, 일본의 자금회수에 따른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일본이 우리나라 금융기관 등에 빌려주었던 돈은 97년 외환.금융위기때 거의다 회수해가 버렸기 때문이다. 일부기업이 일본돈을 쓰고 있기는 하나 그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렇지만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일본경제 붕괴에 따른 엔화약세는 대단히 큰 압박요인으로작용할 게 분명하다.”

***일본의 역설적 ‘위기대망론’**

일본의 3월 위기설은 이 관계자의 분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아직 뭐라고 단언하기 힘든 상태다.
그러나 일본이 대단히 어려운 위기국면에 직면해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위기의 근원 해소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어두운 전망을 했다.

“일본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일본위기의 근원은 단순한 기업부실이나 금융부실에 있는 게 아니라, 정치시스템과 기업시스템에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우선, 일본의 경우 지난 10년간 총리가 11번이나 바꿔었다 한다.
한마디로 일본에는 ‘정치적 리더십’이 없다는 것이다.

그 다음, 일본에서는 기업시스템이 마켓(시장)을 의식하는 대신에 종업원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공서열, 종신고용 등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식자들 사이에서는 요즘 ‘위기대망론’까지 나돌고 있다 한다.
즉 한국처럼 한번 처절하게 무너지기 전에는 결코 일본의 시스템이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는 허탈한 주장인 셈이다.
일본이 지금 얼마나 심각한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는가를 보여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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