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소재로 한 <제임스 본드> 20탄을 제작중인 미국 할리우드의 MGM 영화사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
매각 희망가격은 70억달러(약 9조1천억원).
매각주간사가 골드먼 삭스라는 구체적인 사실이 알려진 지난 15일 MGM의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22.27 달러로 12%나 껑충 뛰어올라 시가총액 53억달러를 기록했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좋은 셈이다.
MGM의 최대주주는 80%의 지분을 가진 커크 커코리안으로 그는 53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올해 84세의 억만장자이다. 커코리안은 기업매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기업사냥꾼'으로 MGM그랜드, 미라지, 벨라지오 등 라스베가스 호텔 카지노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MGM은 그동안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다. 1969년 커코리언이 MGM을 사들인 뒤 1986년 테드 터너에게 팔았지만 테드 터너가 자금 경색으로 4억8천만달러에 커코리안에게 되팔자, 커코리안은 1990년 이탈리아의 사업가 잔 카를로 파레티에게 13억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그러나 MGM은 부실경영으로 주채권자인 크레딧 리요네 은행이 1년만에 인수한 뒤 1996년 커코리안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세븐 방송사에게 팔았다. 커코리안은 2년 후 세븐 방송사로부터 지분을 사들이며 지금까지 MGM에 30억~4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MGM 경영진은 적어도 주당 30달러로 매각하길 희망하고 있다.
***4천개 넘는 영화판권이 최대 매력**
현재 미국 TV방송사 비아콤, 월트 디즈니 등이 가장 강력한 인수희망자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이 MGM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MGM이 4천개가 넘는 영화판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핑크 팬더> <졸업><레인 맨> <델마와 루이스> 등이 대표적이다.
DVD가 인기를 끌면서 영화판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것에 편승해 현금을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다.
워너 브라더스 다음으로 가장 많은 필름 판권을 갖고 있는 MGM은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는 것이 월가의 분석이다. 영화판권만으로도 MGM은 매년 3억 달러의 현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매입 희망자들은 요즘 불황에 따른 광고시장 위축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데다가, 70억달러의 엄청난 가격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MGM측은 비아콤, 디즈니외에 AOL 타임워너, 비방디 유니버설 등에도 의사를 타진했지만 가격이 높다며 공식적으로 입찰하기를 꺼리고 있다.
***입장권 수입만으로는 유지 어려워**
MGM은 한때 하늘에 있는 별보다 더 많은 스타를 거느리고 있다는 미국 영화계의 터줏대감이었다. <오즈의 마법사> <싱잉 인 더 레인><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영화사의 고전들에 나오는 주디 갤런드, 클라크 게이블, 진 켈리, 그레타 가르보 등 당대의 스타들이 모두 MGM 소속이었다.
그러나 1억1천만달러의 제작비가 부담스러워 니콜러스 케이지 주연 오우삼 감독의 <윈드토커>의 개봉을 올해로 연기할 만큼 최근 경영사정이 썩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는 2월8일 개봉 예정인 존 맥티넌 감독의 <롤러볼>도 제작비 회수 문제로 R 등급에서 PG-13 등급으로 손질했다. <제임스 본드>도 흥행에 성공을 거둘 예상이지만 1억2천5백만달러의 제작비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을 정도다.
미국에서만 1억6천5백만달러를 번 <한니발>, 1천9백만달러 제작비로 9천6백만달러의 수입을 올린 <델마와 루이스> 등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MGM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5.5%에 머물렀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MGM의 이번 매각 추진은 엔터테인먼트외에 언론, 온라인 등 각부분을 촘촘이 잇고 있는 타임워너 같은 몇몇 거대공룡 복합기업들이 지배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서 독립 영화사만으로 존속하는 것이 더 이상 힘든 상황임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드림웍스나 SKG같은 영화사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주요 미디어 그룹들은 이제 영화산업을 케이블 채널, TV 네트워크, 인터넷 등 다각화된 유통방식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MGM 경영진도 미디어 그룹으로 변신하려는 이유중의 하나로 영화입장권 수입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들고 있다. 알렉스 예메니지언 MGM 회장이 지난해 케이블비전 시스템 소유의 4개 케이블 채널의 지분 20%를 8억2천5백만달러로 매입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거대미디어 그룹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그 결과 MGM은 또다시 매물로 나오게 된 것이다.
과연 MGM의 방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현재로서는 월트 디즈니가 가장 유력한 인수자로 점쳐지고 있으나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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