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주가 명절 당일이나 직계가족 경조사 때 휴점할 수 있는 근거가 가맹 계약서에 담긴다.
가맹본부 대표가 법을 어기거나 비윤리적인 행위를 해 가맹점주가 피해를 보면 가맹본부가 배상하는 근거도 명시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으로 편의점·외식·도소매·교육서비스 분야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한다고 24일 밝혔다.
표준가맹계약서는 본부보다 협상력이 약한 가맹점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공정위가 보급해 사용을 권장하는 계약서다.
편의점 분야 개정 계약서에는 작년 12월 제정된 '편의점 분야 자율 규약'이 중점적으로 반영됐다.
명절 당일이나 직계가족의 경조사 때 편의점주가 영업단축을 요청하면 편의점 본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허용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했다.
특히 명절 휴무와 관련해 편의점 본부가 6주 전에 먼저 일괄 공지해 휴무 의사가 있는 편의점주에게 4주 전까지 승인 여부를 통지하도록 계약서에 담았다. 개별 신청하도록 하는 제도를 고쳐 점주가 쉬겠다는 의사를 자유롭게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심야 영업시간에 손실이 발생할 때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 사안도 반영됐다.
6개월간 오전 1∼6시에 영업손실이 나면 심야 영업을 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 기준을 3개월, 0∼6시로 편의점주에게 유리하게 고쳤다.
개정 계약서에는 위약금 부담 없는 편의점 '희망폐업' 관련 사항도 담았다.
'가맹점주의 책임 없는 폐업 사유'를 경쟁브랜드의 근접출점,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상권이 급격히 악화한 경우, 질병·자연재해 등으로 운영이 더는 불가능한 경우 등으로 구체화했다.
이러한 사유로 일정 기간 이상 영업수익률 악화가 지속해 폐업할 때는 영업위약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면제 기준은 역시 책임 없는 사유로 일정 기간 이상 영업적자가 누적되는 경우로 정했다.
일정 기간의 범위는 본부와 점주가 합의해 결정하도록 했다.
이런 기준에도 편의점 본부가 편의점주에게 위약금을 청구하고자 한다면, 점주의 귀책 사유를 본부가 입증하도록 했다.
그동안은 편의점 중도 폐점 때 월평균 이익배분금을 기준으로 본부에 위약금을 내야 했는데, 앞으로는 계약서에 근거해 위약금을 덜 내거나 면제받을 길이 열린 셈이다.
편의점·외식·도소매·교육서비스 업종에 공통으로 개정된 내용도 있다.
이들 업종에서 이른바 '오너리스크' 탓에 점주가 손해를 보면 본부가 배상하도록 계약서에 담았다.
가맹본부나 임원의 위법행위 등으로 매출액이 줄면 점주는 계약서 기재 사항을 근거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본부의 일탈 행위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했다.
새 계약서는 계약 기간이나 갱신 과정에서 가맹점주의 영업지역을 축소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구체적인 사유가 생겼고, 양자가 합의할 때만 영업지역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사유란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상권이 급격히 변화했을 때, 소비자의 기호가 바뀌었을 때 등이다.
새 계약서에는 분쟁조정 신청이나 공정위 조사 협조, 단체 활동 등의 이유로 본부가 점주에게 보복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담겼다.
공정위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 관련 협회를 대상으로 개정 계약서를 홍보하고 사용을 권장할 계획이다.
이순미 공정위 가맹거래과장은 "개정 내용이 개별 가맹계약에 반영되면 가맹사업자의 오너리스크가 줄고 영업지역 보호 등 가맹점주의 권익 보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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