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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족의 탐욕, GTX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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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건족의 탐욕, GTX를 우려한다

[기고] 제발 우리 국토를 그냥 놔두시라

요즘 들어 '지티엑스(GTX)'라는 말이 언론에 자주 출현하고 있다. 바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데다가 미세먼지와 소음 발생 그리고 안전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수도권 집중, 특히 강남 불패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GTX A 노선은 북한산 국립공원도 관통할 예정이다. '자연환경법'은 도로·철도·궤도·전기통신설비 등은 불가피한 사유가 있거나 대안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등 자연공원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GTX가 반드시 북한산을 통과해야 할 불가피한 사유가 있거나 대안이 없는 경우가 아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북한산공원 관통지역 가까이 살고 있는 필자도 당사자로서 당연히 GTX에 심각히 우려하고 반대한다.

삼성동에는 잠실야구장 30배 크기인 16만 제곱미터의 초대형 지하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이 이곳 삼성동의 한전 부지를 매입해 105층 신사옥을 지을 계획이고 GTX 3개 노선 중 2개 노선이 삼성역을 통과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을 보면 재벌-관료의 토건족 실체는 이미 명약관화하다.

지금은 외면적으로 드러난 그 이름에 홀려 그럴싸하게 화려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과 20년 전에 스마트폰이 이렇게 세상을 완전히 평정할 줄 아무도 미처 예측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혹시 더욱 가까운 장래에 GTX나 그 드넓은 지하도시가 지하의 고철덩어리나 폐허의 흉물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개발이라는 이름 뒤에 감춰진 끝없는 탐욕


지금 이 시각에도 전국 각지에서 개발과 민원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토건족의 거침없는 이익 추구와 탐욕은 지칠 줄 모르고 진행되고 있다. 도대체 그들은 우리의 국토를 그리고 자연을 얼마나 더 망가뜨려야 비로소 만족할 것인지….

국토부는 4대강 사업 당시 입에 거품을 물고 그토록 강변하면서 홍보하고 추진했던 당사자들이고 최소한 부역자들이건만, 이제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채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추진하고 강행하는 사람은 있되, 처벌받고 책임지는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도 계속해 개발과 건설이다. 지금도 우리의 국토는 쉼 없이 파헤쳐지고, 부서지고, 옮겨지고, 다시 파헤쳐지고, 폭파되고 있다. 너무나도 자주 시달리고, 너무나도 깊이 상처받고 있다.

제발 이제 그만하라. 국토를 덜 사랑해도 좋으니 이제 국토를 조용히 그냥 놔두는 국토부이기를 희망한다.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덜 훼손된 자연과 덜 망가진 환경


한편 최근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을 확장해 다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GTX 노선에 광화문역을 신설하겠다고 한다. 이명박의 청계천 공사 이후 모두들 '업적 쌓기'에 올인한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을 면하게 되고, 그칠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 노자(老子)의 가르침이다.

창덕궁을 살펴보면,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의 조화를 얼마나 중시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너무나 절묘하게 주위 자연과 어울려 자리 잡고 있는 산사(山寺)의 모습에서도 인위(人爲)와 작위(作爲)의 흔적은 도무지 찾아보기 어렵다. 백 년 가까이 광화문 광장을 지켜보던 아름드리 은행나무 가로수들은 10년 전 오세훈 시장이 불도저로 밀어붙이듯 지금의 광화문 광장을 만들 때 변두리 도로변으로 옮겨심어지긴 했지만, 두 번 다시 예전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파괴는 쉽지만, 복원과 재생은 너무나 어렵다. 그나마 지금 우리들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덜 훼손된 자연과 덜 망가진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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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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