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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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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죽이기?

할리우드 잇따라 악당화

빌 게이츠가 연일 수난을 당하고 있다.
돈 많고 허영심 많은 졸부로 묘사되는가 하면, 경쟁자를 암삼하는 비열한 경영자로 그려지기도 하더니, 최근에는 암살을 당하기까지 했다. 비록 영화속 이야기이기는 하나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빌 게이츠 자신이 곰곰히 곱씹어볼 대목이다.

***빌 게이츠 암살당하다**

세계최대 갑부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 빌 게이츠를 암살하는 극단적 내용의 영화가 만들어져 최근 미국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드러지리포트지와 시에틀타임스 등에 따르면 11일부터 미국 유타 주에서 열리는 슬램댄스(slamdance)영화제의 출품작중 하나로 13일 일반에 공개상영되는 ‘낫싱 소 스트랜지(Nothing so strange)’는 세계최고의 갑부 중 하나인 빌 게이츠가 살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GMD스튜디오라는 소규모 영화사가 제작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형식을 차용한 극영화로 디지털카메라로 촬영됐고 빌 게이츠가 지난 1999년 12월2일 계급투쟁을 벌이는 흑인의 표적이 되어 암살당해 공원에서 피 흘리는 시체로 발견된 후 범인도 그 자리에서 체포돼 사살되지만 정부가 이를 숨긴다는 가정하에 만들어졌다.

영화는 살인사건이 LA경찰에 의해 은폐, 조작된 것이라고 여기고 진실을 규명하려는 시민단체의 두 지도자가 진실을 밝히려고 펼치는 활약상을 중심으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 속에서 빌 게이츠는 실명으로 등장하며 그와 흡사한 외모의 배우 스티브 사이레스가 역할을 맡아 흥미를 더 하고 있다."마치 존 F 케네디의 암살에 관한 음모이론들을 모아 놓은 것 같다"는 것이 현지 평론가들의 평가다.

이번 영화는 빌 게이츠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피하고 있으나 영화속에서 그를 '암살'시킴으로써 우회적으로 그에 대한 강한 적개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빌 게이츠는 1998년 벨기에의 한 모임에서 정보공유(카피레프트)를 주장하는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받고 얼굴에 크림파이를 뒤집어쓰는 봉변을 당한 바 있다. 이 영화는 당시 사건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CBS 앵커 댄래더가 당시 사건을 보도하면서“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이 오늘 봉변을 당했다”고 말한 방송코멘트가 이 영화를 홍보하는 웹사이트에 그대로 녹음돼 있다.

빌 게이츠측은 대변인을 통해 "영화제작자가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밝혔고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영화가 끼칠 악영향에 대비해 회사와 빌 게이츠 그리고 그의 가족에 대한 보안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를 연출한 브레인플레밍감독은 논란이 일자 “세계최고의 갑부에 대해 반대하거나 그를 죽이고 싶어서 만든 영화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영화는 사실 빌 게이츠에 관한 것이 아니라 단지 그의 죽음을 통해 계층과 인종, 부패한 정부기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이 영화는 소재의 부담감 때문인지 어떤 메이저영화사로부터도 배급계약을 제안 받지 못한 상태이지만 제작자와 감독은 ‘블레어 위치’같은 인터넷을 통한 홍보와 성공을 꿈꾸고 있다.

***빌 게이츠 바보만들기는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

그러나 빌 게이츠가 영화속에서 수난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미국 영화에는 빌 게이츠를 연상시키는 인물은 자주 등장했었다.

‘나홀로 집에’의 메컬리 컬킨이 주연한 ‘리치 리치’에서는 빌 게이츠를 연상시키는 억만장자인 리치씨가 자신의 재산을 노리는 악당의 술수에 빠져 아내와 함께 폭탄테러를 당하고 망망대해에 조난당하는 등 숱한 고생을 한 끝에 집으로 돌아온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얼굴을 절벽에 거대하게 조각해 놓는 등 돈 많고 허영심 많은 졸부로 묘사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사우스파크’에서는 실명으로 등장하는 그의 캐릭터가 파워포인트의 소프트웨어 로딩 속도가 느리다는 죄목으로 군사재판에 끌려가서 장군에게 총살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영화들은 묘사가 과격하긴 했지만 아동용이나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그의 이미지를 부자나 컴퓨터에 대한 상징 정도로 가볍게 차용한 정도였다.

***빌 게이츠는 탐욕스런 21세기 리더의 표상?**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미 연방법원에 반독점법 위반으로 재소되고 빌 게이츠의 성공신화에 가려있던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경쟁사들에 저지른 횡포들이 밝혀지면서 컴퓨터업계의 음모와 범죄를 다룬 영화 ‘패스워드’에서는 노골적으로 그를 연상시키는 게리 윈스턴(팀 로빈슨 분)이라는 악역이 등장했다.

이 영화에서 게리는 안경을 낀 큰 키의 아이비리그출신 밴처기업 CEO로 젊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을 자신의 회사로 스카웃하지만 이익을 위해 그들을 착취하고 회사가 독점적인 소프트웨어 판매를 할 수 있는 기밀을 지키기 위해 청부살해까지 하는 탐욕스런 인물로 그려졌다. 이 영화는 원제도 ‘ANTITRUST(반독점법)’이었다. 여기서 빌 게이츠는 운용체계 독점을 위해 공개 운용체계를 개발한 양심적 개발자를 죽이는 만행까지 서슴치 않는 악당으로 그려지고 있다. 다분히 마이크로소프트 대 리눅스의 대결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빌 게이츠에 대한 영화속의 신랄한 비판 및 풍자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빌 게이츠에 대한 과도한 대중의 기대가 무너지는 현상과 연관지어 해석하고 있다. 초기에 많은 이들은 빌 게이츠가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지배계급의 모습을 만들어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과거의 숱한 재벌들과 마찬가지로 탐욕스런 모습을 보였고, 이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영화속에서 풍자적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가 분노하기에 앞서 한번쯤 곱씹어보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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