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의원이 다른 기관에 근무하는 특정 학예직 인사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하게 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박물관이 그런 일이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손 의원의 요구를 거부한 박물관 학예실장을 교체했다는 22일자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 사안을 포함해 최근 국립박물관을 둘러싸고 제기된 손 의원 관련 의혹 전반을 해명하고자 했다.
이에서 박물관은 '손혜원 의원이 작년 6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와 전문가의 근무를 요구하며 압박하였다는 기사 관련'해 "손혜원 의원은 나전칠기 연구 복원에 대한 사업을 이야기하던 중 A씨의 전문성을 활용하면 좋겠다고 추천하였으며 작년 12월말 정기인사교류시 해당자를 검토하였으나 교류 분야가 맞지 않아 선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비록 손 의원이 국립민속박물관에 일하는 보존과학 분야 학예연구사인 A씨를 '추천'했다고 표현했지만, 인사 압력이 있었음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연합뉴스가 적어도 5명 이상의 박물관 관계자들한테서 확인한 결과, 손 의원은 이 자리에서 A씨를 '추천'한 것이 아니라, 1시간가량이나 줄곧 중앙박물관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나아가 손 의원은 이 문제를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거론했다.
국감 회의록에 따르면 손 의원은 그해 10월 11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 박물관 등 문체부 소속 국립박물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내 나전칠기가 홀대받는다고 주장하면서 공개적으로 A씨를 겨냥해 도쿄예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로 "제가 보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유물 수리에 최고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가지고 있는 인재"라고 칭찬했다.
나아가 국립중앙박물관은 '손혜원 의원이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나전칠기 분야의 특정 작가를 칭찬하는 발언 뒤에 박물관 측이 작품 매입 여부를 검토하였으나 내부 반발로 타협점으로 나전칠기가 아닌 금속공예품 4점을 사들이기로 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같은 해명에서 박물관이 근현대 나전칠기 작품을 실제 구입하려 했던 것으로 공식적으로 밝혀졌다.
박물관은 "우리 관은 자체적으로 근현대품 수집을 위해 구입 실무자가 작년에 전통기법을 계승한 10여명의 작가들의 작품(최종 구입한 금속공예품, 나전칠기 등)을 조사한 바 있으며, 가격의 적절성, 기존 전시품과의 연계성을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금속공예품 4점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근현대에 제작한 나전칠기 작품을 구입하려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손 의원 측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라, 박물관의 자체 판단에 따른 일이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박물관은 이와 같은 손 의원의 나전칠기 구매 요구를 거부했다가 박물관 2인자인 민병찬 학예연구실장이 지난해 10월, 국립경주박물관장으로 발령났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이는 "계획된 순환보직인사의 일환"이며 "경주박물관의 특성화 브랜드인 '신라 문화' 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의 근현대 공예품 구입이 공교롭게도 민 실장이 교체된 직후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박물관 측 해명은 여전히 의혹이 남기고 있다.
한편, 왜 국립박물관이 고고미술품이 아닌 현대공예작품을 구입했는지 하는 최근 논란과 관련해 박물관은 이날 처음으로 그 구입품 4점의 상세 내역과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박물관이 구입한 현대작 4점은 정광호 공주대 교수 작품 1점과 문화재청 산하 문화재재단 이사장을 역임한 서도식 서울대 교수 3건 3점이다.
서도식 교수 작품 3건 3점(높이 21.0~28.6cm)은 박물관에 의하면 "금속제 항아리로 옻칠을 안쪽에 입히는 전통적 기법을 활용한 현대 작품(국립청주박물관 대표 소장품인 고려시대 청동 공예품과 상통하는 기형으로 전통기법의 현대적 변용을 추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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