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 경제부처가 민간기업과 인사교류를 실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 ‘관치(官治)’ 우려가 일고 있다.
경제부처의 인사교류 추진은 정권 초기에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개방형 임용제’가 이미 실패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뜬금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어서, 자칫 ‘염불보다는 젯밥’ 식으로 왜곡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재경부는 유관 기업 및 기업과, 금감위는 금융기관과 직원 파견과 교환 등 인사교류를 실시키로 돼 있다”며 “재경부는 내년 중에 5명의 교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 부총리의 발언은 내년에 유관 기업 및 기업에 파견할 구체적 숫자까지 명시한 것으로, 이미 재경부내에서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었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정부 방침은 공무원 인력의 현장감각과 전문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민간부문의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목적 아래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그러나 이들 경제부처가 이미 오래 전에 같은 목적으로 추진된 ‘개방형 공무원 임용제’에 대해선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다가 느닷없이 민간부문과의 인사교류를 추진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중앙인사위원회는 지난해 3월 정부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각 부처의 국.실장 자리 1백29개에 외부전문가를 영입한다”는 이른바 개방형 임용제를 도입했다. 이는 미국, 일본 등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제도로, 정부조직에 경영 마인드를 가진 민간전문가를 영입해 정부개혁을 촉진시킨다는 목적아래 도입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1백29개 자리 가운데 개방해 뽑은 자리는 54개였고, 이 가운데에서도 공무원이나 군인 경력이 없는 순수민간인은 불과 5명에 불과했다. 특히 경제부처는 한 곳도 문호를 개방하지 않았다.
이처럼 문호 개방에 철저히 비협조적이던 경제부처가 이번에 인사교류를 추진하고 나서니, 그 배경에 온갖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설령 금감위에 파견나간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과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며 “반면에 금감위에서 공무원들이 파견 나온다면 금융기관장 이하 전체직원이 그들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경우 직원을 재무부 등에 파견한 적이 있었으나 그들이 가서 기껏 하는 일은 공보실의 허드렛 일을 돕는 정도였다”며 “이런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금감위 등이 인사교류를 추진하는 것은 공무원 사회내 ‘인사 적체’를 해소하려는 순수하지 못한 목적에서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모 대기업 관계자도 “재경부와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본다면 재경부 공무원이 파견나온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같은 인사교류를 통해 공무원 집단이 경영 마인드를 갖기를 기대하기란 무리”라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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