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빙상인연대가 심석희 선수를 포함해 빙상계의 성폭력 피해자가 6명이라고 밝히고, 전명규 한국체육대학 교수가 해당 사실을 알았음에도 이를 무마하려 했다고 21일 밝힌 가운데, 같은 날 오후 전명규 교수가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반박했다.
전 교수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젊은빙상인연대의 최근 주장을 두고 "'젊은연대'가 하는 행위들이 진정으로 빙상 발전을 위한 건지에 관해 의구심이 있다"며 "어떤 사람들로 구성됐는지,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여러분이 취재해보시라"고 말했다.
젊은빙상인연대의 주장을 전면 반박한 셈이다. 전 교수는 젊은빙상인연대와 법정 다툼을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변호사와 상의 중"이라고 답했다.
젊은빙상인연대 "빙상계 성폭력 6건 확인...전명규 교수가 몸통"
앞서 젊은빙상인연대는 이날 오전 손혜원 의원(무소속)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석희 선수를 포함해 빙상인 6명의 성폭력 피해 사례를 확인했고, 전명규 교수가 이를 알고도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손 의원은 자신이 직접 만났다는 전직 선수 A씨의 사례를 추가 폭로했다. 손 의원에 따르면 A씨는 10대 시절 한체대 빙상장에서 사설강사이자 한체대 전 빙상조교에게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가해자가 강습 외 시간에 따로 만날 것을 요구해 A씨가 이를 거절하자, A씨는 폭언 등의 피해를 입었고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도 불이익을 받았다.
손 의원은 이와 관련해 A씨와 전명규 교수 사이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A씨는 전 교수에게 문자메시지로 "피해자는 저고 죽고 싶다는 생각 수백 번씩 하고 잠도 못 자는데, 가해자란 사람이 죽겠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며 "제가 교수님만 믿고 학교 들어와서 운동 열심히 해보려고 참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의 호소에 전 교수는 "네가 빨리 벗어나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우선"이라고 답했다.
손 의원은 이 같은 메시지 내용을 근거로 "전명규 교수가 A씨의 성폭력 사건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가해자는 여전히 빙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명규 교수가 사건 은폐에 관여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며 "전명규 교수는 '빙상계 대부'로 불리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입은 빙상선수들이 증언에 소극적"이라고 강조했다.
젊은빙상인연대는 체육계 전반에 걸친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 빠르고 과감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또 한국체대를 강도 높게 감사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체육계 수뇌부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전명규 "젊은빙상인연대에 의구심 들어...심석희 성폭력 몰랐다"
전명규 교수는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사실상 전면 반박했다.
전 교수는 "(제가 빙상계) 성폭력을 전부 알 수 없다"며 "저는 실제로 조재범이 (심)석희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석희는 어릴 적부터 조재범 코치에게 배웠고, 저희 대학에 들어와서도 대표팀 소속으로 선수촌에 있었다"며 "제가 그런 상황(성폭력 상황)이었음을 알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다만 이날 공개된 A씨 성폭력 보도에 관해서는 "기사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전 교수는 녹취록 파문에 관해서도 해명했다. 손혜원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조재범 코치의 폭행 피해 선수를 압박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뜻을 과격한 언어로 지시한 전명규 교수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전 교수는 해당 녹취록에 관해 "녹취록에 나온 여러 과격한 표현에는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처음 조재범 코치가 구속됐을 때는 너무 과하지 않나 생각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조 코치의 옥중 편지는 형을 감면받기 위한 거짓이라고 전 교수는 주장하기도 했다.
전 교수는 이어 젊은빙상인연대를 향한 의혹 제기에 집중했다.
전 교수는 녹취록이 만들어진 경위를 두고 "조재범 코치가 구속되기 전 저에게 '젊은연대의 어떤 사람이 전명규의 비리를 알려주면 합의서를 써 주겠다'고 회유했음을 저에게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조 코치의 측근에게 보안이 뛰어난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에 관해서는 "평창 올림픽이 끝난 후 제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며 "그래서 주변에 그렇게 얘기했다(텔레그램으로 연락하라고 얘기했다)"고 해명했다.
대한항공에 채용을 청탁했다는 보도에 관해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국체대 교수직 사퇴 여부는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전 교수는 자신을 향해 연이어 제기되는 의혹을 두고 "4년 전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제가 안현수를 러시아로 보냈다는 기사로 연일 시끄러웠다. 당시 심각한 정신병이 올 정도로 힘들었다"며 "(빙상계 문제에) 제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는 제가 오랫동안 대표팀 지도자 생활했고 제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보도된 것처럼 제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럴 수 있는 조건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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