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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ㆍ미의 협공받다"

하이닉스ㆍ마이크론 제휴로 日 업계 초비상

“한국의 하이닉스반도체는 3일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합병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경영위기가 계속되던 하이닉스의 기사회생 움직임이 급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계기가 되었던 것은 10월말 로버트 루빈 미국 시티그룹 경영자문위원회 회장(전 미국 재무장관)의 극비 방한.
반(反)덤핑 제소로 ‘하이닉스 퇴출’을 노렸던 일본세(日本勢)가 한.미 연합의 협공을 받는 모양새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전격적인 제휴 발표 다음날인 4일 일본 닛케이산업신문의 보도 내용중 일부이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 연합전선 구축이 일본 등 다른 지역의 반도체 메이커들에게 얼마나 충격적 뉴스였는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예이다.

***“하이닉스 퇴출을 노렸던 일본세가 한.미 연합의 협공을 받기 시작했다”**

닛케이산업신문이 시인했듯, 일본의 반도체 메이커들은 하이닉스를 죽이기 위해 그동안 여러 가지 압박공세를 가해왔다.
그런 대표적 예가 지난 10월23일 NEC, 히다치(日立)제작소, 도시바(東芝), 미쓰비시(三菱)전기 등 일본 4대 반도체 메이커의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덤핑 공동제소였다. 이들은 외형상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두 곳 모두를 덤핑혐의로 일본정부에 제소했다. 그러나 이들의 제소 품목이 개인용 컴퓨터에 주로 쓰이는 D램이며, D램은 하이닉스의 주력생산품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노림수는 삼성전자가 아닌 하이닉스였다.

이들 일본 반도체 메이커가 ‘하이닉스 죽이기’에 나선 것은 하이닉스가 살아남을 경우 자신들이 죽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D램 업계의 서열을 보면 삼성전자, 마이크론(미국), 하이닉스, 인피니언(독일) 등 비(非)일본계 메이커들이 1~4위까지 차지하며 전체시장의 65%를 장악하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NEC, 도시바, 히다치, 미쓰비시 순으로 5~8위까지 차지하고 있을 뿐이며 시장점유율도 점점 낮아져가고 있다.
이들의 영업실적도 형편없어, 올 상반기(4~9월)에만 NEC 2백99억엔, 도시바 1천2백31억엔, 히다치 1천1백5억엔 등의 참담할 정도의 당기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일본업체들은 한국의 하이닉스를 죽여야만 자신들이 살아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아래, 미국.독일업계와 연계해 하이닉스 죽이기 연대전선을 구축하려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도시바는 독일 인피니언과 합작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마이크론의 요청에 따른 미국정부의 하이닉스 압박을 적극 지지해왔다.
그러던 와중에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전격적으로 ‘적과의 동침’을 선언했으니, 일본업체들이 아연실색할 밖에. 일본 반도체업계에서는 “이제는 거꾸로 우리가 죽게 된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급속히 팽창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수석연구위원은 "하이닉스가 중국에 생산라인을 팔 수 있다는 '중국카드'를 사용한 게 미국의 마이크론을 자극해 극적 돌파구가 마련된 것으로 해석된다"며 "그 결과 하이닉스는 살아나고 그 대신 일본 반도체업계가 제2의 하이닉스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일본 반도체산업은 사실상 ‘사망선고’ 상태**

“반도체를 포함하는 일렉트로닉스 산업은 이미 일본에서의 생산이 무의미해졌다. 반도체 사업부문에서 돌출된 적자는 무계획한 반도체 생산능력 증대에서 기인한 것이기는 하나, 원인의 절반은 이들 제품이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 결과 신문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일렉트로닉스 기업들이 중국으로의 이전을 생각하고 있다.”

일본의 야마다 신지로(山田眞次郞) 잉크스 대표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기고한 컬럼에서 주장한 일본반도체산업에 대한 사실상의 ‘사망선고’이다.
야마다 대표가 지적했듯, 이번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연합전선 구축으로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더 이상 D램 시장에서는 생존이 힘든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이같은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NEC와 히다치는 오는 2004년 통합완료를 목표로 ‘엘피다 메모리’라는 합작법인을 만들었고, 도시바는 독일 인피니언과의 합병협상을 진행중이다.
이들 업체의 고민은 그러나 이들 모두가 현금 보유량이 동난 상태여서, 합병을 하더라도 감산같은 제살 파먹기식 협조외에는 거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인피니언의 경우 이미 독일정부에 자금지원을 신청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심각하다. 일본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앞으로 반도체 경기가 살아날 경우를 대비한 연구개발(R&D)이나 신규투자를 생각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하이닉스와 합병을 추진중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20억달러대의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3의 탈출구’는 중국일 가능성 높아**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일본 반도체업체들의 말 못할 고민이다.

현재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본반도체업체들은 지난 96년 반도체 불황이 극심했을 때 ‘탈(脫)D램’을 선언, 시스템 LSI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로의 사업전환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90년대말 반도체 대호황이 오자 눈앞의 이익에 현혹돼 다시금 D램 생산라인을 늘리는 등 앞다퉈 D램 사업에 뛰어든 결과, 과잉공급을 초래해 세계적 불황을 자초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어쩌면 작금의 세계적 반도체 불황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는 일본 반도체업체들이라 해도 지나친 지적이 아니다.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그러나 ‘제3의 탈출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제3의 탈출구는 다름아닌 ‘중국과의 합작’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반도체산업을 국가중요산업으로 지정, “오는 2010년까지 한국보다 많은 40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는 야심찬 목표아래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3대 컨소시엄이 경쟁적으로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 협상에 뛰어들었던 것도 이런 ‘반도체 강국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의 가장 큰 무기는 풍부한 저임의 고급 두뇌들이다. 중국은 한 해 14만5천명의 엔지니어를 배출해내고 있다. 이들의 숙련된 엔지니어가 받는 임금은 한국의 4분의 1도 안되며, 일본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일본 반도체 메이커들이 중국으로의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본이 중국과의 연대전선 구축을 본격화할 경우 세계 반도체시장은 한.미 연합전선과 중.일 연합전선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

중국으로의 이전을 생각하는 것은 일본 반도체 메이커들뿐이 아니다. 대만 최대 반도체업체인 TSMC를 위시한 대만의 반도체 메이커들도 중국이전을 적극 추진하기란 마찬가지다.
대만 경제부는 4일 “중국에 8인치 웨이퍼 반도체 생산공장에 대한 투자를 허용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허용 조치는 이미 조립 설비와 테스트, 패키징 공장을 포함한 반도체 관련 투자를 완화해 왔지만, 많은 대만기업들이 추가적 완화를 요구하는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론과의 합작 추진으로 일단 퇴출위기로부터는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된 건 결코 아니다. 뒤에서는 중국이 맹추적중이며,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의 주요 경쟁국들이 중국과의 연합전선 구축을 추진중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이닉스는 앞으로도 계속해 제2, 제3의 합종연횡이 필요할지 모르는 일이며, 이는 하이닉스-마이크론 연합전선 구축시 1위 자리를 빼앗기게 될 삼성전자 역시 고민해야 할 대목일듯 싶다.
반도체 전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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