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신화적 투자가 워런 버펫은 한창 미국주가가 급등하던 2년전 이맘때 미국의 경영전문지 포츈에 쓴 에세이에서 "앞으로 주식의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며 특히 나스닥주가의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예언대로 실제로 그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1194에서 최근 9900으로 떨어졌고, 나스닥주가는 절반이상 폭락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최근 워런 버펫이 다시 포츈지에 내년도 주식 시장을 전망하는 에세이를 썼다. 국내증시가 이상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는 현시점에서 워런 버펫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전문을 소개한다. 편집자
지난 99년에 나는 지난 34년을 17년 단위로 둘로 나누었다. 정확히 17년씩 앞의 기간(A)에는 주식수익률이 저조했고 뒤의 기간(B)에는 수익률이 좋았다.
A기간에는 17년동안 다우지수가 0.1% 올랐다(1964년 12월31일 874.12, 1981년 12월31일 875.00). 반면 B기간에는 주식시장이 엄청난 상승장세였다(1981년 12월31일 875.00, 1998년 12월31일 9181.43).
다우지수의 움직임이 이처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것을 국내총생산(GNP)의 성장률 차이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GNP는 A기간에 B기간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1964~1981년 GNP 성장률 373%
1981~1998년 GNP 성장률 177%
나는 A기간과 B기간의 대비되는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두가지 주요 경제변수와, 이와 관련된 심리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결론내렸다.
***주식투자의 변수는 금리와 배당금**
투자라는 것은 “내일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오늘 돈을 투입하는 것”이라고 할 때 주식투자를 결정하는 첫 번째 경제변수는 금리다. 금리는 경제학에서 물리학 세계에서의 중력의 역할에 비유된다.
금리가 조금만 변해도 금융자산의 가치가 변한다. 채권의 가격 변동을 생각하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금리가 13%일 때 1달러의 가치는 금리가 4%일 때 1달러의 가치보다 높지 않다.
A기간에는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투자자에게 좋지 않다. B기간에는 금리가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두 번째 경제변수는 배당금이다. A기간에 기업의 수익성에 대한 전망이 저조해 배당기대치가 낮았다. 1980년대 초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폴 볼커 의장의 강력한 조치로 기업 수익성이 1930년대 이후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떨어졌다.
두 가지 변수에 따라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A기간에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했던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기업 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는 동안에 기업은 성장했다.
B기간에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B기간에는 때맞춰 심리적 요인이 가세했다.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기초한 투기거래가 폭증한 것이다.
주식시장이 큰폭으로 상승하려면 장기 금리가 대폭 떨어지거나(이는 항상 가능하다),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어야 한다(예전에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GDP에서 차지하는 주가 수익 비율은 과거 50년간 통계에서 보면 세후 수익이 4%대에서 6.5% 사이로 떨어졌다. 6.5% 이상이 된 적이 드물다. 비교적 수익이 좋았던 1999~2000년에도 6% 이하였으며 올해는 5% 이하로 예상된다.
여러분이 알고 싶은 것은 지난 34년간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분석해 보았는데 이 분석틀이 앞으로도 유효할까의 여부일 것이다.
***GNP 성장률과 주가는 무관**
우선 20세기 전반을 살펴보고 싶다. 20세기는 그야말로 미국의 세기였다. 지난 세기에 미국에는 자동차, 비행기, 라디오, TV, 컴퓨터 등이 출현했다. 1인당 GNP는 불변기준으로 702%라는 엄청난 신장률을 기록했다.
1929~1933년 사이의 대공황도 있었다. 그러나 1인당 GNP를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여러분이 주식시장의 성장도 이와 비슷한 추세로 성장했을 거라고 짐작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표>
그런데 실상 그렇지 못했다. 앞서 34년간에 대해 분석해 본 바와 같이 GNP 성장률과 주식시장의 성장률이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1900~20년 전기, 자동차, 전화 등의 사용이 급증하면서 경제성장이 활발했지만 주식시장은 별 반응이 없었다. 연 0.4%라는 경제성장률은 A기간의 다우지수 성장률과 비슷하다
(다우지수 1899년 12월31일 66.08, 1920년 12월31일 71.95).
1920년대에 들어 다우지수는 1929년 9월 430% 급증한 381을 기록했다. 다시 19년 뒤에는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177로 내려갔다. 1940년대가 20세기에서 1인당 GNP가 가장 많이 급증한(50%) 10년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우지수는 내려간 것이다.
이후 17년간은 주식시장이 20% 성장했다. 그 이후는 전술했던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약 44년간 3번 있었던 상승장에서 다우지수는 1만1천 포인트 올랐다. 반면 미국의 경제성장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56년 동안 3번의 약세장에서 다우지수는 292 포인트 내렸다.
***주식시장의 최대변수는 투자가의 심리**
이처럼 상식과 다른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바로 심리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과거의 거울’에 의존한다. 그것도 ‘바로 전’의 과거에 구속되는 것이다.
20세기 초반 20년 동안 주식은 우량채권보다 배당금이 높았다. 지금 보면 이상하게 보이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주식이 채권보다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어 프리미엄이 붙지 않는다면 왜 사느냐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에드가 로렌스 스미스가 1924년에 쓴 책이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장기 투자 수단으로서의 일반주식>이라는 이 책은 1922년 이전 56년간 주가의 움직임을 연구한 기록이다.
스미스는 “주식은 인플레이션 때 하는 것이 좋고, 채권은 디플레이션 때 하는 게 좋다”는 가설을 세워두고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로서는 매우 합당한 가설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연구는 실패의 기록이다. 가설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사실의 기록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앞으로 더 연구할 가치는 있는 것 같다. 연구결과가 어떤 결론으로 이끄는지 알아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찰스 다윈은 자신이 원하던 결론과 다른 사실에 부딪치면 30분 내에 이를 적어두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고 말하곤 했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신체가 이식된 장기를 거부하듯이 원하는 결론과 다른 발견을 배척하고 싶은 심리가 발동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에 집착하는 본능적 경향이 있는데, 특히 새로운 경험이 그 신념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게 된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1925년 스미스의 책을 검토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미스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점은 경영이 우수한 기업들이 통상 수익 전부를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은 상황이 나쁘지 않다면 수익 일부를 유보하고 이를 산업에 재투자한다. 따라서 건전한 산업투자를 위한 ‘복리’라는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매우 간단한 결론이다. 사람들도 기업이 수익 전부를 배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이 함축한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주식이 채권보다 수익이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 주요요인은 기업이 수익을 유보하고 더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재투자하기에 배당금이 또 발생한다는 점이다.”
갑자기 주식시장은 전례없는 강세장을 연출했다. 투자자들이 스미스의 통찰력에 고무되어 주식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든 것이다. 채권보다 더 큰 초기배당과 이후의 배당까지 노린 것이다. 미국 국민들에게 스미스의 발견은 불의 발견에 견줄 만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서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다. 주식 수익률이 채권과 비슷할 정도로 주가가 떨어지더니 결국 채권 수익률보다 못하게 더 떨어진 것이다. 주식이 급격히 오른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뛰어든 반작용이었다.
1925년에는 소수가 올바른 근거로 주식을 샀다면 1929년에는 잘못된 이유로 다수가 주식을 산 것이다.
케인즈는 1925년 이미 이것을 예견했다. “과거의 경험에 대해 근본적인 원인을 알지 못하고 과거 경험에 기초해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한 것이다.
1920년대의 주가폭락 사태의 여파는 1948년까지 지속되었다. 배당수익이 채권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미국의 경제가 성장했음에도 주가는 1929년 피크 때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연기금 펀드매니저들의 바보짓**
지금까지 내 이야기를 듣고 소액투자자만 ‘과거의 거울’에 너무 의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것은 민간 연기금 펀드매니저들의 투자행태다.
1971년 주식시장의 장세를 좋게 본 펀드매니저들이 순현금흐름의 90% 이상을 주식시장에 묻었다. 2년 뒤 주가가 떨어지자 주식 매수를 중단했다 (주식에 투자된 민간연기금 현금흐름 비율은 1971년 91%, 1974년 13%이었다).
나는 이것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햄버거 가격이 내려가면 웃고 햄버거 가격이 올라가면 우는 게 정상이다. 사람들 대부분이 주식 빼고는 다 그럴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같은 돈으로 더 주식을 많이 살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투자자보다도 장기 보유가 가능한 펀드매니저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곤란하다. 10년 넘도록 자금을 회수하지 않아도 되며 자기 돈도 아니기에 탐욕에 휩쓸리 위험도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마치 전문가인양 보수를 받는데 내가 보기에 아마추어처럼 행동하고 있다.
1979년 내가 주식을 적극 매수할 때라고 판단해 “연기금 펀드매니저들은 과거의 경험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투자결정을 하고 있다. 현재 주가는 장기적으로 채권보다 훨씬 나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가격이다”고 주장했다.
1972년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매수하고 있을 때 다우지수는 그 해 1020으로 마감했다. 장부가 평균은 625였다. 액면가 기준으로 11% 오른 것이다. 6년 뒤 다우지수는 20% 내렸다. 장부가치는 거의 40% 올랐고 액면가 대비 13% 수익을 기록했다.
당시 나는 “1972년 엄청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산 연기금 펀드매니저들이 1978년 주가가 그때에 비해 매우 낮아졌는데도 주식을 매수하지 않는다”고 썼다.
그렇게 내가 주장할 무렵 장기 회사채 유통수익률이 약 9.5%였다. 나는 “20년 동안 액면가 근처로 산 주식보다, 액면가 대비 13% 가까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보다 1999년 만기인 미국 주요기업이 발행한 9.5% 채권들의 수익이 좋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당연한 질문을 던졌다.
***요즘 주가가 싸다. 장기투자를 하면 득을 볼 것**
1979년에 내 글을 읽었다면 여러분이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3년 정도 말이다. 나는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을 예측하는데 능하지 못하다. 지금도 그렇다. 앞으로 6개월 뒤, 1년 뒤 2년 뒤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인지 개념 자체가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쉽다고 생각한다. 20년의 기간을 두고 본다면 9.5% 유통수익률을 가진 채권이 액면가 이하로도 살 수 있고 액면가 대비 13%라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보다 나을 리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개별 주식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가 될지 평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주가 움직임은 훨씬 예측하기 쉽다.
앞으로 10년 또는 20년 후 (배당금 포함, 2% 인플레이션 가정) 7% 가량의 주가 수익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수수료 등을 빼면 6%가 될 것이다.
요즘 주가가 싸다. 경제는 성장했는데, 주가는 더 싸졌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면 충분히 이득을 볼 것이다.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