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원의 국민주택기금 운용권을 둘러싸고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지주회사 사이에 한판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정부는 기존의 운용사인 국민은행의 수익구조가 상대적으로 나은 만큼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회사에게 운용권을 넘겨줘 수익구조를 개선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빛은행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우리금융지주회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기존의 대출분에 대한 관리는 국민은행이 계속 맡고, 신규대출만 자신들이 취급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측은 일단 수용 불가(不可)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만에 하나 운용권을 넘겨야 할 경우에는 신규대출뿐 아니라 기존대출 관리까지도 전부 넘기겠다는 단호한 입장이어서 앞으로 한차례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빛은행, "이제는 우리가 국영은행이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회사는 내년부터 국민주택기금 대출업무를 취급한다는 방침아래 지난 8월 ‘국민주택기금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실무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우리금융측은 기존대출과 관련된 상환이나 사후관리는 기존 운용처인 국민은행이, 내년부터 발생하는 신규대출은 우리금융이 전담하는 쪽으로 그림을 그려 정부당국과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의 대출과 관련된 업무까지 우리금융이 전담하면 기금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고객의 불편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문제의 국민주택기금은 통합 국민은행의 전신인 주택은행이 국책은행이던 시절 건설교통부로부터 위탁받아 수수료를 받고 운용을 대행해온 기금으로, 42조원의 기금중 37조원 정도를 국민주택건설기금, 재건축 및 재개발자금, 서민주택전세자금 등의 용도로 운용해왔다. 이같은 운용을 통해 해마다 안정적으로 거둬들인 수입금은 1천억~1천5백억원에 달해, 그동안 주택은행의 재정건실화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그후 주택은행은 민영화돼 외국인지분이 68%에 달할만큼 완전 민간은행이 된 반면에 반대로 민영은행이던 한빛은행 등 우리금융지주회사는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사실상 국영은행이 되면서, 국민주택기금 운용권 이양문제가 공론화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요컨대 “이제는 우리금융지주회사가 국책은행이 됐으니 국민주택기금 운용권을 넘기라”는 게 우리금융측 주장인 셈이다. 우리금융은 “이미 정부와 협의를 마친 상태”라며 운용권 획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돈되는 것만 가져가겠다니 말도 안돼"**
이같은 우리금융측 주문에 대해 국민은행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주택기금 이양문제는 확정된 사항이 아니라 우리금융측의 희망사항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기금운용수수료가 주택은행의 주요수입원 가운데 하나였으나 요즘은 통합 국민은행의 연간이익 2조원 가운데 5%도 안될 정도로 그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금 운용권을 무조건 우리금융에게 넘기라는 주장은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우리금융측이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 기존대출 관리는 우리보고 계속 맡으라면서 자신들은 돈이 되는 신규대출만 맡겠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국민은행이 이처럼 기금 운용권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히 운용수수료 때문이 아니라, 이 기금 운용권을 넘길 경우 가뜩이나 마땅한 대출처가 없는 마당에 주택관련 대출시장의 선두주자 자리를 위협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두 은행간 갈등이 심해지자, 최종 결정은 자금관리부처인 건설교통부 몫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고 있으나 내심으로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어려움을 도와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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