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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 빈 라덴 타도에 나서다!

미, 9.11 이후 쇼비니즘 영화 봇물

실베스터 스탤론,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멜 깁슨 등 할리우드의 내로라 하는 액션스타들이 총출동해 ‘빈 라덴 타도’에 나섰다. 영화라는 가상의 힘을 빌어 미국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의 이같은 ‘쇼비니즘(맹목적 애국주의)’ 영화 만들기는 미국민들의 애국심과 테러에 대한 공포를 흥행에 이용하려는 할리우드의 얄팍한 상술과 미국 정부의 노골적인 애국주의 고취 주문이 맞물린 결과로, 앞으로 상당기간 세계인들은 보기 싫어도 미국식 쇼비니즘 영화와 맞닥뜨려야 할 전망이다.

***부시정부, 할리우드에 "애국심을 고취하는 영화를 만들라"고 주문**

9.11테러 직후 할리우드에서는 “이번 테러가 영화 속 폭력을 모방해 일어난 게 아니냐”는 자성의 소리가 제기되며, 개봉 직전의 액션영화 간판을 내리고 그 대신 가족영화를 상영하는 등 한동안 평화주의적 기류가 맴돌았었다. 할리우드와 거리를 두고 작업하는 마이클 피기스 감독은 “그들이 만든 폭력이 얼마나 위험스러운 것인가를 깨닫게 된 할리우드영화는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사진1>

그러나 채 며칠도 안지나 분위기가 180도 바뀌기 시작했다.
폭력영화의 배급을 자제하던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벌써부터 애국심 고취를 명분으로 테러와 전쟁을 영화흥행의 소재로 삼기 시작했다. 배급을 자제했던 폭력물도 ‘반테러’로 홍보컨셉을 바꿔 서둘러 개봉일정을 잡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입김도 크게 작용했다. 부시대통령의 특별보좌관 칼 로브가 최근 할리우드를 방문해 파라마운트사 세리 랜싱대표,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드 머독 회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테러를 비난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영화제작을 해달라”고 독려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중에 할리우드의 빅메이저들이 국방부의 주문에 따라 쇼비니즘적 전쟁영화를 양산했던 풍경의 재연이다.

***'람보 3'에서 아프간 반군 지원했던 실베스터 스텔론, '람보 4'에서는 탈레반 타도에 앞장**

할리우드의 여러 기획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실베스터 스텔론을 주연으로 내세운 ‘람보 4편’의 제작 착수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이미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줄거리인즉 전직 특수부대요원인 주인공 람보가 탈레반 정권의 거점인 아프가니스탄으로 진입해서 테러분자들을 섬멸한다는 식이다.

아이러니컬한 대목은 문제의 람보가 '람보 3'에서는 아프간 반군 무자헤딘과 힘을 합쳐 구소련을 물리치는 역할을 맡았었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같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람보 4'는 어떻게 설명하고 넘어갈지 궁금할 뿐이다.

뒤질세라 근육질 액션스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도 테러분자 타도에 나섰다. 그는 폭탄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소방관으로 출연해 테러범들을 무자비하게 응징한다. ‘콜레터럴 데미지’(군사작전에 수반되는 민간인의 희생을 뜻함)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9.11테러 이전에 제작이 완료됐었다. 그러나 테러 발발후 밀어닥친 평화주의적 분위기에 밀려 한때 개봉을 무기 연기했다가, 요즘 들어 미국내 분위기가 호전적으로 바뀌자 영화내용은 수정하지 않고 광고만 ‘반(反)테러’를 중심으로 수정해 배급을 하기로 결정됐다.

<사진2>

백악관을 공격하는 빈 라덴과 맞서는 특공대의 이야기를 그린 ‘크라이시스 포’나, 멜 깁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제2차 세계대전 영화 ‘위 워 솔져’등도 애국심을 고취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할리우드가 기획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펜타곤, 직접 영화제작 지원까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미 국방부까지 쇼비니즘 영화 제작 지원에 직접 나섰다. 국방부는 ‘지옥의 묵시록’을 쓴 존 밀리어스와 ‘다이하드’를 쓴 스티브 디 수차 등 10여명의 시나리오작가들이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을 집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B급 영화의 대부인 로저 콜먼은 한 술 더 떠 “아프가니스탄에서 포로수용소를 탈출하는 소련병사의 이야기를 담은 러시아영화 ‘폐샤바왈츠’의 판권을 구입해 영어로 더빙하는 등 ‘미국판’으로 편집해 전 미국에 상영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지의 관측에 따르면, 9.11테러 이후 영화계가 잠시 여론에 눈치를 살피며 주춤했지만 올 겨울과 내년 여름 성수기에도 폭력과 강력한 액션이 담긴 영화들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고 그 묘사 수위도 더욱 거칠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식 쇼비니즘 영화가 비록 미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할지 모르나, 과연 세계 극장가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할리우드 일각에서는 현재 미국식 쇼비니즘에 대한 반발이 은연중 범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같은 류의 할리우드영화 제작은 할리우드의 쇠락을 자초하는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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