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 유수의 기업들과 합작한 중국의 첨단업체들이 미국이 ‘불량국가’로 점찍은 나라들과 거래해 미국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는 중국을 규제해야 하나 미국 민간기업들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최근 중국의 첨단업체들이 이라크, 북한, 쿠바, 그리고 9.11테러 직전까지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게도 첨단 기술 이전 등의 교역을 계속해 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부시행정부의 한 관료는 “중국은 현대화를 이루고 기업이 발전하는 활발한 과정에서 선을 그을 수 없는 일들이 아직도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고 간접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이 긴장하는 이유는 불량국가들이 중국의 첨단기술을 받아들여 첨단 통신장비나 방공망을 현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라크의 방공망현대화에는 미국의 첨단기술이 중국을 거쳐 들어갔다. 또 이런 교역에 참여한 중국업체들 중에는 국영기업도 포함돼 있으며, 미국이나 서방국가들과 합작형태로 중국에 설립된 업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합작업체의 면면을 보면, 미국업체로는 퀄컴, 컴팩, 모터롤라, IBM등이 중국에 진출한 첨단업체들이 망라되어 있으며 캐나다의 NNC, 스웨덴의 에릭슨, 독일의 지멘스 등 다른 서방업체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진출로 첨단기술을 익힌 중국업체는 발전된 기술을 20여 개국에 수출 했는데, 여기에 파키스탄, 예멘, 리비아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과 서방기업들은 중국을 거쳐 적성국에 기술이전을 해준 꼴이 된 것 이다.
이들 나라는 흔히 ‘회색국가’로 불리며, 현재 미국정부의 블랙리스트에는 올라있지 않으나 미국기업들이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진출하지 않는 지역들이다.
하지만 중국기업들은 거리낌 없이 이런 국가들과 거래를 하고 있다. 중국의 한 첨단업체 대변인인 웬디 우는 “우리는 유엔과 국제 법을 존중하는 한도에서 거래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북한과 쿠바에서도 미국이 교역금지등으로 만들어 준 진공상태를 이용하여 손쉽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중국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유엔의 제재조치나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교역이나 기술이전에 나선 점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이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레이더, 암호해독기 등의 분야에서 교역하거나 통신망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거대 내수시장을 생각하면 미국 등 서방기업의 중국 진출을 막을 수 없으면서도 이들 기업과 합작한 중국기업들이 미국의 적성국가들에게 첨단제품을 수출하는 일은 방관할 수도 없는 게 지금 미국정부가 처한 말못할 딜레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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