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과 우리금융지주회사에 대한 5억달러 규모의 교환사채(일명 오페라 본드) 매각작업이 오는 1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교환사채 성사여부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이 과연 국제무대에서 재생가능한 금융기관으로 평가받는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국제금융전문지 파이낸스아시아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 & P)가 13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BBB+로 한단계 상향조정한 것이 이번 오페라본드 발행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채권발행이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따른 혜택을 보는 첫 케이스로 기록될 전망이다.
당초 이번 주부터 채권발행을 위한 로드 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오는 22일로 연기됐는데, 이는 재정경제부와 예금보험공사, 조흥은행 그리고 우리금융지주회사(소속 8개 은행을 포함) 등으로부터의 승인작업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이낸스아시아지는 전했다.
이번 오페라본드 발행은 최소한 3년만기의 채권을 직접 발행해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상장과 조흥은행의 지분 매각과 연계된 교환사채로 변경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이낸스아시아지는 투자자들은 조흥은행과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매력을 느끼게 할 만큼 한국정부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해 채권 인수를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한국정부가 부실채권을 매각하기보다는 두 은행에 대해 주식전환을 보장할 의지가 있느냐가 매각협상의 중요한 변수라고 금융계에서는 보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이미 발행된 공채들과는 달리 투자자들은 발행가격을 할인해 기업상장을 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고 있다. 추가지분 매각에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이번 오페라본드 발행 전망에 대해 3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조흥은행 지분선택권을 1백% 확보하고 우리금융지주회사 지분 선택권을 포기하는 방안과, 두번째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지분보다는 조흥은행의 지분을 더 많이 챙기는 방안, 세번째로 우리금융지주회사 지분선택권을 대부분으로 하고 조흥은행 지분을 약간 취하는 방안 등이다.
우리금융지주회사의 기업공개(IPO)는 2005년 1월 이전에 있을 것이라고 한국정부는 발표했다. 이와 함께 80% 지분을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조흥은행의 지분 매각이 예정돼 있다.
자본 직접 조달을 위해 오페라본드를 발행하는 것은 지분정리를 위한 묘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조흥은행과 우리금융지주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것에 어려움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면서 한국정부가 금융부문의 대부분을 사실상 국유화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S&P는 보고서에서 "금융부문에 이미 1백48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으나 32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이는 금융위기 이후 1997년 GDP의 38%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조흥은행은 3분기에 1천6백51억6천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작년 대비(2000년 3분기 6백55억3천만원) 거의 두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또한 조흥투신의 지분 49%과 신용카드 사업을 분리매각해 앞으로 당기순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가들은 아직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조흥은행 스스로 하이닉스 대손충당금을 19%에서 40%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하이닉스에 한미은행이나 국민은행 등 우량은행의 대손충당금 비율이 거의 100%에 가까운 것을 고려할 때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금융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조흥은행이 하이닉스와 쌍용에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려면 자본이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 이익보유금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자기자본비율 10%를 유지하는 문제가 걸려있다. 무수익여신을 최대한 정리하고 있지만 자력으로 부실을 모두 털어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외자 유치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문가들은 신용등급 상향으로 이번 오페라본드 발행이 힘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신용등급도 상향되는 한편 한국의 가산금리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 금융관계자는 “구조적인 복잡한 문제를 제외한다면 시장조건은 이번 매각협상에 유리하게 조성된 것으로 본다"며 "이번 매각이 성공하면 국내주식시장 매수세가 활발해질 것이며 아시아 민간금융 부문에서 자금유입과 전환사채 거래가 촉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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