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도하에서 14일 폐막된 세계무역기구(WYO) 4차 각료회의에서 참가국들이 오는 2004년말까지 새로운 농업협상을 매듭짓기로 합의함에 따라 오는 2005년부터 우리나라 쌀 시장이 추가개방되는 등 농업부문에 치명적 타격이 우려된다.
이와 함께 2005년부터는 수산보조금도 크게 감축돼 국내 영세 수산업 기반도 흔들리는 등 국내 1차산업의 붕괴가 예상됨에 따라, 먹거리는 단순한 교역상품이 아닌 ‘정치상품’이라는 시각에서 국가안보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WTO 4차 각료회의는 14일 새로운 무역협상체제 출범을 위한 최종선언문의 최종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카타르의 카말 재무경제통상장관이 공개한 각료선언의 최종안은 농업과 서비스, 광공업제품의 관세인하 등 무역의 자유화와 국제 룰 정비 교섭을 진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원국들은 7천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각종 무역장벽 제거를 위한 뉴라운드 협상을 오는 2002년 1월부터 시작해 2004년 12월말까지 이를 매듭지어야 한다.
이 가운데 농산물 수출보조금 폐지문제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 개발도상국들이 막판까지 갈등을 겪었으나, 우리나라의 현안인 쌀 등 농산물의 수입관세 인하에 대해선 회원국들이 합의해 사실상 오는 2005년부터 농산물 시장 추가개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쌀 시장 추가개방에 반대해온 일본이 회의 직전에 종전의 반대입장을 철회하기로 함에 따라 쌀시장 추가개방에 반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한곳으로 줄어들어, 이번 회의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농업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돼 오는 2005년부터 새 농업협정이 발효될 경우 현재 60%선이 농산물 수입관세를 불가피하게 대폭 낮춰야 하며, 그 결과 현재도 국제시가에 비해 6배가량 비싼 국내 생산쌀 등은 설 땅을 잃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밖에 참깨, 고추 등 요즘 값싼 중국농산물에게 급속히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기타 농산물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각료선언문 최종안은 또한 수산보조금의 감축 또는 폐지를 의미하는 내용도 담고 있어, 2005년부터 국내의 영세 수산업부문도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는 그동안 미국의 각종 부당한 반덤핑 제소 남발로 미국의 철강산업이 큰 특혜를 보고 있다는 한국, 일본, 유럽연합 등의 강한 반발에 미국이 굴복, 반덤핑 완화를 위한 협상을 개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지금도 미국의 반덤핑 제소를 당한 상태인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계의 상대적 수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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