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에서 살인마를, 우리 새끼들을 총쏴서 죽인 사람들을 (5.18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추천하려고 심사를 할 수 있냐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어. 아주 우리가 죽어버릴듯이 분통해서 여기(국회 앞 농성장)에 왔응게."
"22년 만에 자식(의 시신)을 찾았어. 창에 찔리고 총으로 뭉게서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당게. (이순자 씨가) 전두환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게 기가 막히고 숨이 막혀. 그렇게 죽여놓고 세상에 그런 말이 어떻게 나올 수 있냐고. 잘못했다고 빌어도 시원찮은디. 전두환이는 백정이고 살인마여."
5.18 광주항쟁 당시 남편 또는 아들을 잃은 유족인 5월 어머니집 회원들은 14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울분과 분통을 쏟아냈다.
5·18 민주화운동 진상조사위원회 출범을 4개월간 지연시킨 자유한국당은 이날 권태오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기자, 차기환 변호사 등을 추천했으나, 이 가운데 일부는 과거 5.18 관련단체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았던 인사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한국당은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 등을 주장하며 5·18 왜곡과 폄훼의 중심에 선 보수 논객 지만원 씨를 추천하기로 했다가 논란이 일자 지 씨를 배제하기로 했다. 광주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공수여단 대대장 변길남 씨를 조사위원으로 추천하려고 검토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11일부터 4일째 천막도 없이 작은 돗자리위에서 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5월 어머니들은 이 대표를 만나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5.18 민주화 운동에 희생된 자식의 시신을 22년 만에 찾았다는 어머니 이근례 씨는 '진상규명 방해 한국당 규탄!'이라는 주황색 플랜카드를 몸에 걸고 "내 가슴이 터져불겠다. 여기서 죽어불라고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어머니인 추혜성 씨는 "한국당 대표가 지만원 씨를 (진상조사위 위원으로) 배제하고 거기서 끝났어야 했다"며 "거기서 끝났다면 여기까지 목숨을 바치기 위해 올라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추 씨는 "어머니들은 사실 이순자, 지만원의 발언은 문제 삼지 않는다. 그것들은 사람 취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라면서 "그런데 도대체 국회에서까지 아무리 저희와 성향이 다르더라도, 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을 해야 자격이 있지 않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해찬 대표는 "지만원 씨(를 한국당에서 추천한 것은) 처음부터 안 될 사람을 시도했던 것이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 씨를 포기했는데 다른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 같다"며 "저희가 나 원내대표에게 얘기해서 괜찮은, 믿음 가는 사람으로 빨리 추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한국당에서 추천할 사람이 많지 않아서, 하려고 하면 안 될 사람을 거론한다"고 하자, 추혜성 씨는 "(한국당이) 당 차원에서 (조사위원 추천권을) 포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안 그래도 우리당 설훈 의원이 (한국당이 조사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당 몫을 포기하라고 했다"며 "현재 추천된 사람들만 가지고 진상조사위 빨리 발족해서 기간도 연장하고 충분히 조사될 수 있도록 당에서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부 때도 '5.18 북한군 개입설'은 배척돼 있었다"며 "추천할 인물이 없다면 진상조사위에서 손을 떼고 추천권을 반납하는 게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자세"라며 한국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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